차트와 호가창의 역습 - 1
2019년1월 10일. 오전 9시 47분~53분. 시간은 6분.
233억+260억+172억 = 약 665억.
시초부터 그날 대장주로서 힘차게 질주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아 1등주로 상승하던 종목은 단 6분이란 시간에 665억이라는 금액의 매물이 쏟아졌고 고점대비 16%가 하락하며 긴 윗꼬리 역망치 형을 만들면서 수많은 투자자의 손실을 가지고 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2018년 12월 10일로 돌려보겠습니다.
-2018년 12월 10일 16시 10분-
하나의 기사로 이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주식을 투자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그 이름. 짐 로저스.
주식을 투자하지 않는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 정도는 들어보았을 유명한 투자자. 짐 로저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인 그가 코스닥 상장사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선임될 것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단순 기사가 아닌 아난티의 공시로서 그 날 시간외단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상한가 이후 매물이 일절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8년 12월 11일-
엄청난 공시가 나왔으니 시장의 모든 자금은 아난티로 집중이 됩니다. 불안했던 연말 증시 덕에 차익매물이 나오기도 하였지만 그런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오는 매물을 모두 받아내며 '아난티'는 코스닥 상장 이후 최고가를 갱신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그렇게 호재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호재' 였습니다.
호재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시장은 유시민 테마주로 분류되는 '보해양조'같은 종목이 유시민 작가의 정치참여 가능성 때문에 100% 이상 상승하던 장이 었습니다. 실체도 없는 사실에 주가가 100% 상승하는데, 실체와 근거가 확실한, 그 것도 워런버핏과 동급의 사람이 직접 나서는 공시가 나오다니요.
시장은 그런 움직임을 환영이라도 한다는 듯 그리고 이런 양상이 충분히 증명이라도 가능한 듯 '아난티'의 유통가능 주식수 5,500만주 중 2,800만의 주식이 거래가 되었고 약 1조원 가량의 시가총액 중 약 3,440억이 거래가 되는 기염을 토합니다.
시장의 판단은 '호재' 였습니다.
단, 그것이 언제 적용되느냐의 차이였을 뿐입니다.
짐 로저스의 파워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이틀 거르나 싶더니 12월 14일 금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을 시작하여 12월 18일 화요일 최고 24,000원까지 상승한 후, 1차 시세를 마감 합니다.
(12월 11일 종가기준 12,500원 대비 약 91% 상승)
1차 시세 마감 이후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분할 매도 하였지만 오랜만에 100%의 수익을 맛 보았습니다.
1차 상승 마감 이후에 투자자들은 단기 시세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관망모드로 전환합니다. 2차 시세가 나온다면 다시 공략하기 위해 잠시 관망을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단기간 약 100% 가량 상승하였고 아주 강력한 재료가 나온 것이기 때문에 주가는 조정을 받고 다시 반등 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12월 28일 연말, 마지막 거래일까지 '아난티'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주식시장 첫 거래일인 2019년 1월 2일.
'아난티'는 상승전환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하고 이 시그널은 1월 7일까지 계속 유지됩니다.
그리고 1월 8일.
'아난티'는 '이 구역의 대장은 나다. 비켜!'라고 하며 보란듯이 상승했으며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해버렸습니다. 이 날의 거래대금은 자그마치 6,550억! 거래량 2,500만주.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을 보여주었고 시장의 모든 돈이 아난티로로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아난티를 관심있게 지켜 본 모두는 2차 시세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월 9일 거래량이 줄며 조금 상승한 도지 형태를 만들더니 1월 10일 단 6분만에 약 665억의 매도가 집중 발생하여 주가를 하락 시켜 버립니다.
적어도 1월 10일 주가 위치에서 수많은 개인들이 손실을 보았고 제 주변에서도, 저도 마찬가지로 손실을 보았습니다.
저는 손실을 많이 보았을까요? 적게 보았을까요?
주식의 고수들은 저 날 손실을 보지 않았거나 손실을 최소화 시켰습니다. 왜냐하면 호가창과 차트에서 하락 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호가창과 차트라니? 도대체 무슨말입니까? 라고 하실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또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이 오늘날 주식을 투자하는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분들의 현실입니다. 1월 10일 장과 같이 주가가 하락하는 위치에서 초고수들은 호가창만 보면 되지만 고수들은 호가창과 차트를 보며 바로 대응이 가능했습니다.
초고수와 고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희망고문을 받으며 주가의 하락을 그대로 받아 내야 했습니다.
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차트부터 한 번 보겠습니다.
3분봉 차트 입니다.
① 거래량, 거래대금을 터트리고 신고가를 갱신하며 상승하다 28,200원부터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와도 28,750원까지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와 윗꼬리가 약 12분간 지속되는 현상이 발생 하는 것은 누군가가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② 오전 1차 눌림후 오전 고점을 돌파하는데 오전에 나왔던 매물을 잡아들이는 거래량이 아닌 그 보다 훨씬 적은 거래량으로 상승하는 것은 상승 주체의 힘이 그렇게 오전 보다 강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합니다.
③ 대놓고 시장가에 매도, 6분간 655억은 전형적인 떠넘기기라고 보여지고
④ 하락이 멈추는 26,850원까지 모든 가격대가 저항으로 전환되었는데
왜 저항이냐면,
첫째, 누군가 매수를 해주었기 때문에 거래량이 저렇게 나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즉 투자자들은 지금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본전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매도하려 한다는 것.
둘째, 급격하게 하락하였기 때문에 매수자들은 손실을 어떻게든 회복하고 싶어할 것.
셋째, 저항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 655억(③번) 그 이상을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
차트상에 나타나는 이 사실 만으로 아마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저는 소액으로 매수하면서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을 노렸지만 10시 50분경 추가 저점을 이탈하자마자 반등없는 마이너스(-)는 있다 해도 기대수익률이 약한 마이너스(-) 시장임을 인식하고 소소하게 손절했습니다.
그렇다면 고수들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고수들은 이미 호가창에서 이 사실을 캐치 했습니다.
① 위치에서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 것을 고수들은 알아 챘기 때문에 호가창을 보고 고수들은 알아챘던 것입니다. 28,450원에 17,917주가 갑자기 들어와 매물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모습이 20,250원부터 28,750원 까지 계속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②번 위치에서 더 결정적인 것을 확인하게되고 정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09시 47분 34초에 거래된 내역을 보시면 28,850원에 1,065주, 28,800원에 13,875주를 누군가가 시장가로 매도합니다. 그런데 저 매도를 사람이 했다는 보장이 있나요? 아닙니다. 누가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호가창에서 초단위로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입력하여 진행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죠. 저 것은 바로 프로그램으로 매도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②번구간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적은 거래량으로 상승하고 28,950의 호가 정지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의 기반이 되는 매수의 힘은 약하고 반대로 매도물량은 쌓이고 오히려 프로그램으로 매도가 나와버리는 상황.
고수들은 ①번 구간만으로도 꺼리는데 ②구간의 모습까지 나오니 미련없이 정리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개미투자자들은
'거래대금이 저만큼 터졌는데, 설마 밀리겠어?'
'밀렸더라도 반등할거야. 거래대금이 저만큼 터졌는데'
'짐 로저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아. 다시 반등할거야.'
등등
이렇게 희망고문을 당하며 추가 매수를 하며 버티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제 주변 지인이 그렇게 매수를 했다가 오후장 종가부근에서 다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손실을 보고 매도를 하였다고 합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1월 11일. '아난티'는 10일 하락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반등을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고수들은 이 때 들어가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주식 투자자분들, 현재 자신의 투자하는 모습이 어떠한지 곰곰히 생각해보셨나요?
차트상에서 나타나는 모습, 혹은 호가창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모습을 모르고 있지는 않으시나요?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각종 재료나 기업분석을 했다 하더라도 차트상에 나타나는 심리와 호가창의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파는 것이 아닌 어깨에 사서 발바닥에 팔아버리는 현상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개미투자자가 이런 현상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주식에 대해서 정말 진득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또 알게 되면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이 보이게 되니까요, 개미투자자 모두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해야합니다. 그러니,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서 공부합시다.
적어도 이런 사실을 몰라서 감정적으로 투자하거나, 기분에 따라 투자하거나, 단순히 잃지 않기 위해서 투자하거나, 혹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뭣 모르고 물타기만 계속 한다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기초가 탄탄하면, 적어도 잃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