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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Sep 21. 2021

땀 흘리는 삶을 브랜드로 만든 룰루레몬

코로나와 확찐자의 홈 트레이닝

2021년 1월, 나는 인생 최고 몸무게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1년 전, 전례 없는 전염병의 확산으로 나의 외부 활동이 극단적으로 줄었다. 코로나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무너트렸다. 체육 시설과 영화관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외출은 조심스러웠다. 결국 집에 오랫동안 머물며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야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회사 동료들과 친구들은 서로 ‘확찐자’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다. 나는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 조금만 살이 쪄도 유난을 떠는 사람들의 엄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나 역시 확찐자가 되었고 어떤 방법으로 운동을 하면 살을 뺄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다행히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재택근무는 운동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다. 통근 시간을 아낀 나는 피트니스 유튜브 채널을 보며 홈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고 무작정 운동을 따라 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이 점 때문에 나는 회원의 집으로 헬스 트레이너가 직접 방문해서 맞춤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PT 프로그램 ‘홈핏(HOMEFIT)’을 시작하게 되었고, 6개월 동안 홈 트레이닝을 배웠다. 홈핏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겁고 효율적이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모든 것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덕분에 일상의 고통이나 업무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들게 되었다. 운동으로 흘린 땀은 내가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땀 흘리는 삶이 즐겁고 자연스러워지자 나는 점차 제대로 된 장비와 운동복에 욕심이 생겼다. 나의 운동을 더욱 설레게 해 주는 브랜드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나는 ‘룰루레몬(lululemon)’을 떠올렸다. 특정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땀 흘리는 삶(Sweat Life)’의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라고 알고 있었다. 나이키의 도전성이나 아디다스의 과학성이 아니라 나는 라이프 스타일의 밸런스를 통해 건강을 추구하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룰루레몬은 나와 맞는 메시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뉴노멀 브랜드

코로나로 인해 전통적인 형태의 트레이닝 센터와 체육관이 문을 닫자 반대급부로 홈 트레이닝과 등산을 비롯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애슬레저 룩* 시장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애슬레저 룩은 운동복이지만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는 기능성 의류를 뜻한다. 2016년 1조 5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었던 국내 에슬레저 룩 시장은 2020년 약 3조 원의 시장으로 급성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애슬레저 룩 대표 브랜드인 안다르, 젝시믹스의 매출도 가파르게 성장했는데 젝시믹스는 2020년 국내 증시에 상장했고 안다르도 조만간 상장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 자주, 삼성물산 구호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서 애슬레저 룩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는 여러모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하였고 이에 반응한 건강한 삶,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뉴노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장에서 단연 빛을 발하는 곳은 룰루레몬이다. 룰루레몬은 ‘요가복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캐나다의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다. 룰루레몬의 대표 상품은 소재가 좋지만 가격대가 높아 숙련자를 위한 요가복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룰루레몬의 옷이 다른 운동복에 비해 착용감이 좋고 신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점 때문에 일상에서 입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제는 애슬레저 룩의 트렌드가 되었다. 안다르나 젝시믹스보다 5배나 비싼 가격에 상품을 파는 룰루레몬이 선택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상품이 아닌 건강한 삶 자체를 브랜드로 삼으면서 각 분야의 영감을 줄 수 있는 리더들을 앰배서더(ambassador)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이 주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세분화되고 있다. 단순히 20대 여성, 40대 남성과 같은 인구 통계학적 분류로는 다변화된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제는 건강한 삶을 가꾸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 친환경으로 지속 가능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에 대해 ‘나(개인)도 지구도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애슬레저 룩 산업과 룰루레몬의 가파른 성장이 그 방증이다.


* 애슬레저 룩: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운동에 적합한 기능성 소재를 사용하였으나 디자인성도 뛰어나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스포츠웨어를 뜻한다.

* 앰배서더 마케팅(ambassador marketing): 외부 인사를 동원하여 기업을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땀 흘리는 사람에 주목한 룰루레몬

룰루레몬은 땀 흘리는 건강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자신들의 브랜드로 삼는다. 룰루레몬이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다른 점은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내면의 건강을 매우 중요하게 내세우는 것이다. 우리가 땀 흘리는 삶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체중 감량을 성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 자신감을 회복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룰루레몬은 앰배서더를 운영한다.


룰루레몬의 앰배서더는 요가, 필라테스, 크로스핏, 복싱, 명상 등 각 분야의 스포츠에서 트레이너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 위주로 선정된다. 앰배서더로 선정된 이들은 가장 먼저 룰루레몬의 제품을 착용해 볼 수 있고 자신이 사용해 본 제품에 대해 솔직하게 피드백을 한다. 그리고 룰루레몬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클래스를 지도하며 룰루레몬의 고객과 소통한다. 룰루레몬은 앰배서더로 선정된 이들이 계속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룰루레몬은 앰배서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초청하여 룰루레몬의 고객들과 연결시켜 주는 커뮤니티 허브(hub)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룰루레몬은 각 매장과 가까운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요가, 마음 단련 수업 등을 열어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결국 룰루레몬의 앰배서더 프로그램은 더 체계화된 슈퍼 팬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자신들의 상품에 열광해 줄 건강한 모델들을 모아 특별 관리함으로 모델들을 따르는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이다. 룰루레몬은 인플루언서가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단순한 상징을 뛰어넘어 ‘땀 흘리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나 멋있어! 그러니까 멋진 사람들끼리 같이 땀 흘리고 성장하자!’라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주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룰루레몬의 엠베서더)


뛰어난 착용감으로 좋은 느낌을 주는 것

나는 얼마 전 ‘더현대 서울’에 있는 룰루레몬의 매장에 방문했다. 이곳은 올해 5월에 오픈한 룰루레몬의 오프라인 매장이다. 룰루레몬의 매장은 다른 스포츠 브랜드 매장보다 깔끔하고 공간의 여백이 있었다. 여백 곳곳에는 룰루레몬의 건강한 이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델과 땀 흘리는 삶에 대한 메시지가 가득했다. 이러한 배치는 고객들로 하여금 건강한 자극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요가, 러닝, 홈 트레이닝 등 대표 라인마다 룰루레몬의 제품을 착용한 직원들이 자신들의 실제 운동 경험을 이야기하며 제품을 안내하고 있었다. 룰루레몬의 직원들은 고객이 관심을 갖는 모든 제품의 착용을 적극 권장했는데 이는 제품의 소재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홈 트레이닝용 티셔츠를 입어 보고 구매하게 되었는데 살갗에 닿는 소재의 느낌이 매끄럽고 착용감이 좋았던 점이 구매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이렇듯 룰루레몬은 가능한 모든 영역에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넛지 마케팅*을 심어 두었다. ‘좋은 느낌’은 룰루레몬이 전하려고 하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다. 실제로 나는 룰루레몬 매장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경험에서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격표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어쩌면 이 모든 설계는 최종 가격표에서 오는 위화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겠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룰루레몬 매장)


* 넛지 마케팅(nudge marketing): 흥미를 유발하여 소비자의 관심을 끌되, 선택은 소비자 스스로가 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넛지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스톡홀롬에서 에스컬레이터 옆에 피아노 계단을 설치, 이용자들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을 들 수 있다.

(룰루레몬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하는 룰루레몬의 메시지)


룰루레몬이 메시지에 집착하는 이유

땀 흘리는 삶이라는 슬로건은 모든 스포츠 브랜드가 사용할 수 있는 흔한 메시지다. 하지만 룰루레몬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메시지에 과도하게 집착한다고 느껴진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정도로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로 메시지를 앞세워 마케팅을 하는 경우 그 가치관을 중심으로 고객이 강력한 취향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일단 슈퍼 팬이 만들어지면 브랜드는 그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이럴 광고*가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다소 비싼 제품의 가격이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라는 의미가 부여된다.


두 번째로 요가 전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희석하거나 탈피하기 위해서이다. 룰루레몬은 요가복을 기반으로 사업에 성공했지만, 요가 시장은 아직 협소하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 실제로 그들의 매장이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요가복은 그들의 대표 이미지로 사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요가인들은 룰루레몬을 요가 라이프의 대표 브랜드로 칭송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룰루레몬은 요가라는 이미지가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나 또한 실제로 요가를 하지 않지만 룰루레몬의 스웻 라이프(Sweat Life)라는 건강한 이미지에 끌려 러닝복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처럼 룰루레몬은 요가 룩에서 트레이닝 룩으로 그리고 일상 패션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다.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였다면 테니스, 골프 같은 전문 스포츠 의류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룰루레몬은 자신들의 강력한 팬덤을 다른 스포츠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 패션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는 앞으로 룰루레몬이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준명품 패션 브랜드와 경쟁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 바이럴(viral) 광고: 어떤 기업이나 회사의 제품을 소비자의 힘을 빌려 알리는 일이다.


땀 흘리는 삶에 룰루레몬이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땀 흘리는 삶에 반드시 룰루레몬이 필요하지는 않다.  룰루레몬은 세련된 메시지, 뛰어난 착용감, 멋진 사람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제공하지만 누구에게나 건강한 삶이라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그들의 가격이 말해 주듯 룰루레몬은 자신들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회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룰루레몬의 대표 칩 윌슨은 그들의 타겟층이 콘도 회원권을 보유하고, 여행과 운동을 즐기며, 건강한 삶을 돌보는 30대 전문직 여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룰루레몬의 주요 임원진은 과거에 명품 브랜드에 몸담아 실력을 쌓아 온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룰루레몬의 행보는 지금까지 없었던 스포츠 패션 브랜드의 명품화를 선언한 것이고 이는 일반 대중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땀 흘리는 삶은 룰루레몬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향유해야 할 건강한 문화다. 열심히 운동해서 흘린 땀을 굳이 비싼 수건으로 닦을 필요는 없다. 나는 룰루레몬의 운동 매트와 러닝복을 구매해 보았지만 모든 운동복을 룰루레몬으로 바꿀 생각은 없다. 좋은 품질을 경험하고 그들의 메시지를 함께 소비하기 위해 한 두 개 제품이면 충분하다. 보다 폭넓은 사람들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룰루레몬이 아닌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룰루레몬은 가장 좋은 메시지를 선점한 브랜드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룰루레몬이 값진 메시지로 무장한 브랜드가 세상을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룰루레몬(Lululemon Athletica)이란?

룰루레몬은 1998년 칩 윌슨이 캐나다에서 창업한 회사다. 그는 이미 스노우보드, 서핑 등 액티브 스포츠웨어를 파는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기존 회사를 매각하고 밴쿠버에서 요가 수업을 들었는데 당시 기능성 요가복이 없어 대부분 땀에 약한 면 소재의 운동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요가복 사업에 뛰어들었다. 룰루레몬은 뛰어난 착용감과 더불어 몸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미적인 요소를 강조하였다. 운동을 하지 않는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개발했다. 룰루레몬이 예쁘고 편한 운동복으로 알려지자 할리우드 스타, 영국의 왕세자비 등 유명 인사들이 일상에서 착용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룰루레몬은 애슬레저 룩의 대명사가 되어 트렌드를 이끌게 된다.

룰루레몬은 2007년 나스닥에 상장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시작하였고 세계의 애슬레저 룩 산업을 키워 왔다. 2019년 룰루레몬의 글로벌 매출은 약 4조 8,000억 원대로 국내 애슬레저 룩 전체 시장을 넘는 큰 규모이다. 2016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 청담동에 매장을 오픈하였고 2021년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 오픈하여 전국에 총 8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2020년 거울을 통해 홈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미러’를 인수했다. 미러의 사용자들은 요가나 달리기 등 홈 트레이닝을 거울 속 스크린을 통해 전문 코치에게 원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룰루레몬이 해당 수업에 필요한 운동복들을 연계하여 판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성공적인 인수로 평가받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룰루레몬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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