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수건! 컵!”
“어...귀찮아, 투덜투덜....”
머리 감겨주고 나도 씻는데 계속 아내가 부른다.
아내는 때론 짜증을 내는 나를 불성실한 간병인이라고 했다.
그래도 무지 바쁘게 뭔가를 하다가 쉬는 짬은 진짜 달콤하다.
“그래서 당신은 내게 그 꿀맛을 주려고 살아간다니까! 국화를 피우려고 밤새 울었던 소쩍새처럼!”
- 아, 그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진짜 소쩍새가 국화를 위해서 울었을까? 시인이 봤데?”
“뭔 소리여? 아니, 시인이 거짓말을 하겠어? 왜 그래?”
“혹시 옆에 있는 코스모스를 피라고 운건 아니고?”
“그리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며? 겨우 한 송이만?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핀데?”
“아, 이 사람이, 한 마리가 한 송이를 위해 울었겠제!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떼로 울었겠지 뭐!”
“우리 시골집 앞밭에 국화 심었었잖아, 그때 소쩍새 우는 소리 못 들었는디?...”
“내가 들었어! 들었다구, 잠이 안와서 새벽에 마당에 나가보면 사방에서 소쩍새가 울어대고 있었다구!”
“으잉? 그래서 밤마다 잠 안자고 기어나갔구나... 어떤 잡것이 남의 남편을 불러내고 그랬다냐”
“뭐여? 그건 소쩍새가 아니고 뻐꾸기지! 뻐꾹! 뻐꾹! 두 번 울면 시부모 몰래 살금 나갔다는 젊은 부부들 이야기잖아!”
“그게 뻐꾸기였었나? 그럼 그렇다치고!”
“어이그...그만하자, 이러다 우리 두 사람 다 정신과 약 먹어야겠다! 흐흐”
쉼 - 오래 같이 살다보면 이렇게 죽이 맞아서 낄낄거리며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