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란 것은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이니.
조지아 음식과 우리 부부의 음식 취향이 맞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은 조지아 음식의 잘못이 아니라고, 단지 서로 추구하는 점이 달랐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래 사진은 우리가 먹은 조지아 음식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다.
치즈를 올린 버섯.
사실 어찌 보면 요리랄 것도 없는 메뉴이지만.
짭짤한 조지아 치즈와 버섯의 풍미가 일품이다.
치즈를 올린 버섯 치즈를 올린 버섯은 믿을 수 있는 메뉴!
그렇다.
조지아의 치즈도 그렇지만...
다른 모든 조지아 음식이 우리에는 짜도 너무 짰다.
간이 세기 때문에 처음에 한 입 먹었을 때는, 짜도 맛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갈릭 치킨일 뿐인데... 이렇게 짤 수가 있나.
그러다가 배를 채우기 위해 조금씩 먹는 양이 늘수록.
특히 다른 조지아 음식들과 같이 곁들여 먹을수록.
입이 너무 짜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조지아 음식들로만 한 끼 배를 채우고 나면, 입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다.
바닷물에서 오랜 시간 논 것처럼 입술이 짜고 어쩐지 얼얼한 느낌마저 든다.
한국처럼 물을 그냥 주는 것도 아니니, 계속 물과 음료를 시키게 된다.
다만, 조지아 음식과 와인의 합은 좋다고 생각하다.
대체로 짠 조지아 음식이나 치즈는 와인과 무척 잘 어울렸다.
그러나 딱 안주로 적당한 느낌이다.
와인에 곁들여 가볍게 먹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배고파서 식사로 먹기에는 도저히 배부르게 먹을 수 없다.
여행 기간을 조지아 음식만으로만 해결해야 했다면, 우리는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조지아 음식 혹평 리뷰를 보고 갔던 나는, 준비해 간 한국 식재료들로.
(햇반과 볶음 김치는 천상계 음식이었다!)
해외여행 중에 처음으로 직접 요리를 해 먹으며.
마지막에는 조지아 음식이 아닌 다국적 음식과 전 세계 버거 체인점 음식으로 버텼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짠 치즈와 간이 매우 센 버섯. 버섯 샐러드라 안 짤 줄 알았지...
조지아 음식이 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는 무조건 샐러드를 시켰는데...
설마, 샐러드는 안 짤 거야.
조지아에서 그것은 큰 착각이다.
토마토와 오이만 들어간 기본 샐러드가 아닌 이상, 방심할 수 없다.
치즈나 그 외 다른 재료가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토마토와 오이에 치즈를 얹은 샐러드
토마토와 오이 샐러드만 몇 번째인지, 지겨워서 시저 샐러드를 시켰다.
달거나 소스 범벅인 시저 샐러드는 상상할 수 있어도 바닷물처럼 짠 시저 샐러드를 상상할 수 있는가.
조지아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다.
짜도 너무 짠 시저 샐러드
우리 부부는 둘 다 고수를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그나마 토마토와 오이 샐러드라도 먹을 수 있었다.
한 레스토랑에서 잡담을 나누게 된 조지아 음식점 사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고수'를 빼고는 조지아 음식을 논할 수 없다고 했다.
'고수'는 조지아 음식의 에센스다.
고수 듬뿍 토마토와 오이 샐러드
조지아 음식 대부분에 고수가 들어간다.
토마토와 오이만 들어간 샐러드에도 고수는 무조건 기본으로 들어간다.
짠 음식도, 고수도, 먹을 수 없다면 조지아 음식은 아주 높은 난관이 될 것이다.
치즈를 속에 넣은 하차뿌리
하차뿌리는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편이다.
다른 조지아 음식점 요리들에 비하면 하차뿌리는 비교적 안심하고 시킬 수 있는 메뉴다.
그리 크지도 않기 때문에 충분히 다 먹을 수 있다.
다른 요리들은 양이 많지도 않은데, 짜서 못 먹고 남긴 경우들이 제법 있었다.
하차뿌리와 힌깔리
거대한 만두처럼 생긴 힌깔리는 국물과 속을 먹으면 역시나 짜고, 그리고 어째 먹는 부분보다 버리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딤섬을 먹듯 구멍을 내어 육즙을 먼저 마시고, 위에 손잡이처럼 생긴 밀가루 뭉치 부분을 잡고 먹었는데.
정말로 밀가루 뭉치라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카르초. 조지아 식의 해장국이랄까.
그래도 조지아 요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카르초였는데.
해장국처럼 붉은 고깃국에 멀건 밥알이 돌아다녀서, 그나마 우리를 기쁘게 했다.
뜨끈한 국물과 죽처럼 풀어진 얼마 안 되는 밥알이라도 고기 몇 조각과 같이 먹으니, 한국인으로선 대만족이었다.
다만 카르초에도 고수가 듬뿍 들어가기 때문에, 짠 음식도 고수도 어렵다면 하차뿌리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수 듬뿍 카르초와 양배추 당근 샐러드
나는 내가 뼛속까지 한국인 입맛이라는 것을 이번에 절감했다.
여행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식을 찾은 것은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다.
몇 달간 장기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닌데 현지 음식으로 버티지 못하고, 직접 요리까지 하며 공수해 간 컵라면을 먹다니.
누군가와 시합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
트빌리시 레스토랑 롤리타에서 나쵸
트빌리시 레스토랑 롤리타의 음식들은 안주에 가까운 음식들이었지만, 전부 간이 완벽했다.
트빌리시에서 레스토랑을 추천한다면 나는 롤리타를 권하고 싶다.
짜지 않고 그냥 누가 먹어도 맛있는 맛.
평범한 시저 샐러드도 짜니, 평범한 나초가 너무 맛있게 나와 감격스러웠던 경험이었다.
치킨 바비큐/바비큐는 다른 음식에 비해 간이 평범한 편이다.
조지안 레스토랑에서 바비큐는 거의 항상 있는 메뉴인데.
레스토랑마다 편차가 크다고 느꼈다.
특이하게도 다른 음식들이 모두 어마어마하게 짠 편에 비해 바비큐들은 플레인 한 맛이다.
워낙 짠 다른 메뉴에 곁들이니 간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다만, 고기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송아지, 돼지, 닭, 생선 바비큐를 먹어봤는데... 잡내가 날 수 있다.
닭은 어느 레스토랑이나 안전하다.
줄줄 매달린 추르츠헬라와 탐스러운 과일들
조지아의 먹거리 특징 또 하나!
과일이 어마무시하게 비쌌다!
사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국가를 여행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여기저기 다녔는데.
나는 과일이 한국보다 훨씬 더, 엄청나게 비싸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하다못해 그래도 현지 제철 과일 한 두 종류는 쌀 법도 한데, 전부 다 비쌌다.
농산물을 전부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도 아닌데, 도대체, 어째서!?
생과일주스는 대략 15~20라리(7500~만원).
납작 복숭아 3알에 12라리.
무화과 몇 알이 10라리(5000원).
손바닥만큼의 산딸기와 아로니아(블루베리인 줄 알고 샀다가, 심각하게 떫어서 거의 먹지도 못했다.)는 20라리(만원)씩.
엄청 얕은 팩인데, 한 팩에 만원씩.
배는 생긴 건 서양배지만 한국처럼 달고 아삭거리는 느낌이 있었고, 사과는 모양도 예쁘고 참 달고 맛있었지만.
비싸다, 비싸.
매번 과일 가게를 잘못 선택한 걸까.
비싼 과일만 쏙쏙 골라서 산 건가?
아니면 설마 관광객이라고 바가지 가격을 부른 걸까!?
마신 레모네이드 중에 가장 맛있었다! 음식점 메뉴에 꼭 레모네이드가 있어서, 참 여러 종류의 레모네이드를 시켰는데.
홈 메이드 레모네이드나 시판 중인 여러 종류의 레모네이드(기본 레모네이드에 다른 향이 첨가된)를 먹었는데,
위의 레모네이드가 가장 맛있었다.
음식점에서 시켜 먹은 뒤로 마트에 갈 때마다 찾아봤는데,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조지아 전통 간식 추르츠헬라- 안주로 제격. 잘라먹거나 작은 것은 손으로 뜯어먹는다,
시장이나 조지아 거리 어디를 가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추르츠헬라.
호두에 반죽을 입혀 굳힌 것인데, 안주로 정말 딱이다.
시장에서 한 봉지 사 왔는데, 더 사 올 것을.
입맛에만 맞다면, 추르츠헬라는 충분히 사 올 가치가 있는 조지아 먹거리 중 하나다.
그 외 조지아에서 사 온 먹거리는 당연히 조지아 와인.
우리는 와인 4병(최고급 품종 우사켈라우리 3병과 킨즈마다우리 품종 1병)과 차차 미니어처 술병들 그리고 자연산 꿀을 사 왔다.
꿀은 1~2만 원 정도로 가격도 적당하면서, 자연산이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맛의 깊이가 풍부하다.
와인과 꿀, 취향에 맞다면 추르츠헬라를 사 오도록 하자.
가지 요리-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메뉴. 맛있지만 독특하다. 고미에 올린 삼겹살. 고미는 서부 조지아 전통 음식이다. 맛있지만, 특이했다.
고미(Gomi. 조지아 서부 전통음식)는 옥수수 전분에 치즈와 버터를 넣은 조지아 서부 지역의 전통 음식이다. 위 사진은 새콤한 잼에 절인 비트와 삼겹살을 고미 위에 올린 요리다.
직접 먹어 봐야 알 수 있는 맛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쭉쭉 늘어나는 인절미나 치즈와 함께 새콤한 잼을 묻힌 쌈무에 싸 먹는 돼지 수육이랄까.
경험해 보지 못한 식감과 맛, 한국인에겐 확실히 특이한 요리다.
식도락은 여행의 큰 재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쉽게 행복해지는 경험이 또 있을까.
조지아의 먹거리는 우리에게 큰 재미를 선사해 주지는 못했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음식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고미(Gomi)나 가지 요리처럼, 전혀 낯선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