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노 프라블럼, 조지아
07화
실행
신고
라이킷
8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험미
Oct 19. 2024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와 와이너리 투어
와인의 나라, 조지아
내가 생각하는 조지아의 매력, 두 가지.
자연과 와인.
이번에는 와인이다.
조지아에서 와인을 주문하면 보통 이렇게 가져다준다
8000년의 와인 역사.
포도나무와 와인 생산의 본고장으로, 세계 최초로 와인을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고조선보다 더 오랜 역사다.
조지아 인들의 와인 자부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포도밭을 바라보며 와이너리에 하룻밤 숙박하는 로망이 있었지만.
계속 숙소를 이동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낭만 대신 데이 투어를 택했다.
시그나기와 카헤티 (와인 생산 지역) 지역 와이너리 투어.
시그나기 전경- 이 풍경이 거의 전부다
와이너리에 가기 전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를 먼저 들렸다.
도시가 작지만 워낙 예뻐서, 거리를 걷고 있으면 뭔가 살짝 사랑이 충만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시그나기 성벽에서 바라본 포도밭 평원
시그나기와 텔라비는 수도 트빌리시에서 멀지 않으며 유명 와인 생산지이다.
이 카헤티 지역은 어디를 돌아보아도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차 창 밖으로 카헤티 지역의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포도를 참 좋아하는데.
조지아의 포도들은 생긴 것이 꼭 덜 여문 포도 찌끄러기처럼 생겼다.
크기도 작은 편이고 어쩐지 시들시들하게 생긴 게, 전혀 상품성이 없게 생겼다.
색도 뭔가 선명한 느낌이 아니라 뿌연 느낌이다.
한 마디로 맛이 있을까, 싶게 생겼는데.
작은 알맹이를 따서 먹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달고 맛있다.
포도가 그렇게 달고 맛있으니, 자연히 옛날부터 와인을 만들었을 것이다.
와이너리 투어는 전체 생산 공정과 보관에서 포장까지 보여주고, 시음을 진행한다.
우리는 대규모 공장형 와이너리에서 4종의 와인을 시음하고,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와인과 차차를 3종을 시음했다.
뒤에 보이는 항아리들이 와인을 담는 크베브리이다
조지아 전통 방식인 크베브리에 숙성시키는 와인
조지아의 와인 생산 전통 방식은 크베브리에 숙성시키는 것이다.
조지아는 껍질, 씨, 알맹이와 포도 진액 모두를 넣어 크베브리라는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킨다.
그래서 유러피안 와인보다 색이 좀 더 진하다.
흔히 유러피안 와인이 포도 주스에 가까운 보랏빛이라면.
조지아 와인은 그들이 직접 블랙 와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검고 어두운 빛을 띤다.
그래서 화이트 와인도 투명한 빛깔이 아닌 거의 밝은 노란색에 가깝다.
유러피안 스타일로도 와인을 생산한다
지하 와인 보관 창고
조지아의 생산 방식인 크베브리 항아리는 족히 사람 한 둘은 들어갈 수 있는 크키다.
그래서 크베브리 청소를 할 때도 사람이 직접 들어가 청소를 하는데.
알코올 때문에 항상 2인 1조로 5분을 넘기지 않으며 번갈아 가며 청소한다고 한다.
청소할 때는 크베브리에 들어간 사람이 무조건 노래를 부르면서 하는데, 노래가 끊기면 빨리 꺼내야 한다고 한다.
알코올에 정신을 잃은 것이니.
여하튼 엄청나게 거대한 항아리를 바닥에 묻고, 포도를 껍질까지 전부 으깨 크베브리 안에 넣어 숙성시켜 먹는 것이다.
흡사 김장독과 비슷하다.
와인 보관 창고에는 개인이나 다양한 기관에서 소유한 와인들이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제각각의 크기의 셀러에 와인들이 쌓여있다.
미국 대사관의 셀러는 족히 와인 수백 병은 들어가는 제법 큰 크기였는데, 그것보다도 사이즈가 큰 개인 소유의 셀러도 있었다.
전문 와이너리에 개인 소유의 셀러를 따로 두는 삶은 도대체 어떤 삶일까.
가문 소유의 셀러 또한 해당 가문의 이름과 인장이 붙어 멋지지 않은가.
지하 공간을 가득 메운 와인 오크통을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 중세로 날아간 기분이 들었다.
킨즈마다우리 품종 시음
사페라리 품종 크베브리 생산 시음
키시 품종 시음
키시 품종의 크베브리 생산 시음
최고급 품종 우사켈라우리- 비싸기 때문에 시음이 없다
조지아 사람들은 와인에 미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집에서 하우스 와인을 만들고, 와인을 항상 즐겨 마신다.
가이드가 말해주길 그들의 와인 리미트는 화이트 와인 기준으로 와인 5리터라고 한다.
레드 와인은 머리가 아프고 숙취 때문에 그렇게 못 마신다고 한다.
5 리터면, 화이트건 레드건 그렇게 마시면 안 되는 거 아닐까...
꼭 화이트 와인으로 많이 마시라며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반신반의하며 정말 화이트로 더 마셔본 결과, 확실히 다음 날 숙취가 없었다.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와이너리의 와인 시음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의 와인과 차차 시음도 좋았다.
소규모 개인 와이너리는 오직 전통방식인 크베브리에 와인을 생산한다.
사실 와인은 별로였고, 차차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차차는 조지아의 전통주로, 45~50도이다.
꼭 한 번에 넘겨야지, 아니면 못 마신다.
차차 블렌디드는 은은한 향이 느껴져, 독하면서도 그 맛이 인상적이었다.
조지아의 전통 간식 추르츠헬라
사진은 조지아의 전통 간식 추르츠헬라로 조지아 사람들은 조지아의 스니커즈, 에너지바라고 부른다.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시음을 할 때, 이 추르츠헬라가 안주로 나왔다.
호두를 실로 꿰어 반죽을 입힌 것으로, 반죽에 석류즙이나 여러 즙을 섞어 색과 맛이 다양하다.
생긴 것은 약간 뭔가 싶지만, 한 번 먹으면 계속 손이 간다.
그냥 스낵으로도 먹으며 와인 안주로도 많이 먹는데, 추르츠헬라에
먹으니 와인이 술술 들어갔다.
조지아 전통주 차차가 나오는 수도꼭지
우리 부부는 딱히 와인을 선호하지도, 와인을 잘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와인이 워낙 싸기도 하고, 생산지이기도 하니 매일 한두 병씩 마셨는데.
나는 조지아 와인이 좋았다.
조지아 사람들처럼 드라이 레드는 못 마시지만, 세미 스위트 레드는 술술 잘 넘어갔다.
적당히 마시기 쉽고 맛도 있고, 가격은 적당하다 못해 파격적으로 저렴한.
그런데
가이드 말로는 세미 스위트 와인을 마시면.
조지아에서는 아마추어라고 부른다고 한다.
혹은 애들이거나.
왜냐면 자기들은 세미 스위트 와인을 주스라고 부른다면서.
프로는 드라이 레드를 마신다고 했다.
혹은 몇 리터쯤의 화이트 와인이거나.
그들이 얼마나 술 문화에 진심인지
위
사진만 봐도 알 것이다.
차차가 나오는 수도꼭지다.
틀면 50도짜리 술이 나온다.
5리터의 화이트 와인쯤이야, 역시 노 프라블럼.
카즈벡기를 가는 길 정체 현상. 와인을 실은 탱크로리 전복사고
카즈베기를 가는 길에 심한 정체 현상이 있었다.
안 그래도 낭떠러지에 길은 무법지대인데, 차가 어마어마하게 밀려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오랜 시간이 걸려 문제 지점에 도착하니, 와인을 실은 탱크로리가 전복사고를 냈기 때문이었다.
내동댕이쳐진 탱크로리에서 와인의 강이 흘렀다.
일대에 포도향이 섞인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그때 차에서 내린 채 도로 바닥에 흐르는 와인을 흡사 눈으로 마시는 조지아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와인 애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아까웠는데, 와인에 환장한 조지아 사람들이 보기엔 오죽하겠는가.
정말 도로 바닥에 컵이라도 가져다 댈 모양처럼 보였다.
사고를 지나친 많은 조지아 사람 중 누군가는 정말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노 프라블럼"이라 외치며.
keyword
와인여행
와인
조지아
Brunch Book
노 프라블럼, 조지아
05
조지아의 떠돌이 개들은 사랑스럽다
06
조지아 카즈베기, 스테판츠민다
07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와 와이너리 투어
08
조지아를 방문한 무신론자의 소감
09
조지아 여행의 먹거리들
노 프라블럼, 조지아
김험미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0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