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에게 쏟아지는 세상의 무례함들
초산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초산 치고는 진통시간도 짧았고 수월하게 출산했다는 담당 의사의 말이 야속할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
출산을 하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회음부의 생살을 찢어낸 고통이었다.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데다가 어쩌다 재채기라도 나오면 하복부에 들어가는 힘 때문에 꿰맨 회음부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새 없이 입원실의 전화는 일정한 텀을 두고 울려댔다.
전화벨이 울리면 난 그 엄청난 고통을 참아내고 낑낑 거리며 신생아실로 가 아이에게 수유를 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못할 것 같은 일들이다.
퇴원하고 몸조리를 마치고 나서도 나에겐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
가족구성원이 한 명 더 늘었다는 이유로, 그것도 아주 쪼끄만 녀석이 한 명 늘었다고 가계 지출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아이를 출산하고 첫 1개월은 모유를 먹였다. 하지만 젖몸살의 지옥이 찾아왔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고통이다. 그래서 2개월 차부터는 모유와 분유를 함께 먹였고 3개월 차 접어들면서는 분유만을 수유했다.
그때 즈음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이유 없이 밤 11시만 되면 꼬박 1시간을 목놓아 우는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1시간을 울고 나면 울음을 그치고서 조용히 잠이 들었다.
사흘동안을 그러니 아이가 어디 아픈 건가 싶어 병원에 갔더니 배앓이 증상이라 했다.
1시간 동안을 목놓아 우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얼마나 아팠으면 그리 입술이 퍼레지도록 울까 싶어서 약국으로 달려가 배앓이 방지 분유를 사서 먹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언제 배앓이로 그리 울었냐는 듯 평화롭게 밤잠을 자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앓이 방지 분유의 가격이 너무나 사악했다.
현재는 큰 마트에서도 살 수 있지만 내가 첫 아이를 키울 때까지만 해도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분유였다.
가격이 사악한, 당시 약국에서만 살 수 있던 그 분유를 먹어야 아이가 편히 잘 수 있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분유만이 아니었다. 기저귀는 항상 집에 가득 구비해둬야 했다. 이렇듯 아이의 생필품들 구입 덕분에 가계 지출이 무섭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안타깝지만 첫 아이가 첫돌을 지나는 시점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 5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하는 여행사 고객상담원 자리였다.
그 여행사는 대표이사 밑에 대리 4명과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아르바이트생 2명, 총 7명이 전부인 작은 회사였다.
정직원은 아니었고 월 급여가 110만원인 '아르바이트'였다.
그 자리를 구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구인광고마다 '주부사절' , '미혼우대'가 왜들 그리 붙어있는지 말이다.
나도 드디어 아이 기저귀 값이라도 벌 수 있겠구나 싶어 열심히 일했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몸이 고장 났던 것일까.
일을 시작하고 3개월 만에 극심한 몸살과 편도염이 왔다.
목이 너무 부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온몸이 으슬으슬거렸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그리고 도저히 못 버텨서 반차를 내고 일찍 퇴근을 한 후 병원을 가니 목에 염증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염증으로 인한 고열이었다. 열이 38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온몸에 근육통까지 심했다.
병원에 누워 링거를 맞는데 도저히 다음 날 출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 어렵게 이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힘겹게 죄송한 마음을 담아 내일 하루만 쉬고 나가면 안 되겠느냐 양해를 구했다.
살 좀 빼. 살이 그렇게 찌니까 감기나 걸리지.
아마 이사님은 그 때 당시에 아프면 쉬어야 한다고, 목이 그리 아픈데 어찌 고객상담을 하느냐며 쉬라고, 쉬어도 된다고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 귀에 너무 강하게 박힌 말은 살 좀 빼라는 말이었다.
살이 찌니까 감기에 걸리는 것 아니냐며 살 좀 빼라는 말을 직장상사에게 들었다.
환절기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아주 건조한 계절이었다.
내가 아프기 전 이미 대리님 중 한 분이 심한 감기몸살로 이틀을 쉬셨다.
그리고 그 후 아르바이트생 한 분이 크게 아파서 쉬었었고, 며칠 후 나한테까지 옮았던 것 같다.
내가 방문했던 병원도 온통 감기환자들로 가득 찼던 기억이 있다.
의사 선생님도 계절이 계절인지라 목감기 환자가 참 많다고 하셨었는데 왜 이사님은 나에게 살찌니까 감기 걸리는 거라며 살을 빼라고 말했을까.
나보다 먼저 몸살에 걸린 두 분은 비만이 아닌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은 그럼 왜 아팠던 거냐고 이사님께 따져 묻고 싶었다.
내가 살쪄서 감기 걸리는 거면 살 안 찌신 그 두 분은 대체 감기에 왜 걸린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왜 나에게 이렇게 무례한 말을 함부로 하는지도 따지고 싶었지만 난 그 직장을 계속 다녀야 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너무 아파 링거를 맞는 상태에서 통화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더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
환절기에 남들 다 걸리는 감기 한번 걸렸다고 살 빼라는 소리 듣는 경험은 역시 내가 비만인이었기 때문에 겪은 것이다.
이렇듯 세상은 비만인에게 무례한 말을 참 쉽게 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