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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호박 Feb 13. 2023

시숙부

비만인에게 쏟아지는 세상의 무례함들

 첫 아이는 아들이었고 2.9kg으로 태어났다. 

 보건복지부와 소아과학회에서 발표한 평균 남자 신생아의 체중이 3.41 kg 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 아들은 작게 태어났다. 

 보통 아기들은 통통하게 살집이 오른 모습인데 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홀쭉했다. 대신 키는 평균보다 컸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했다.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체중도 아니었고 오히려 키는 컸으며 먹는 양도 다른 아기들보다 많았기 때문에 조금 덜 나가는 체중 걱정 따위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내 소신껏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 아이에게 먹거리를 제공했다. 

 아이는 쑥쑥 잘 커줬고, 지금은 중학교 입학을 앞둔 키 175cm의 건장한 청소년이 되었다. 

 아들과 함께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첫 교복을 맞추러 갔던 날, 

 " 아이고~ 다리도 길~고, 키가 아주 크네~. 모델 같다~~~."

 라고 해주시는 교복점 사장님의 말씀에 바라본 아들은 정말 어느새 그렇게도 부쩍 커있었다. 

 





 첫 아이를 출산한 후 내 몸에 붓기가 많이 올라왔었다. 

 초산은 정말 힘든 일이었고, 힘든 만큼 내 몸에 큰 후유증을 안겨주었다. 

 임신 기간 동안 15kg 남짓 불어난 체중이었지만 아이를 출산하고 빠진 체중은 고작 아이의 체중 딱 그 정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아이가 태어나고 약 3개월 동안은 2시간에 한번 수유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내 수면패턴, 식사패턴까지 완전히 망가져 바이오리듬 자체가 깨져있었다. 

 내 몸은 출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례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누적된 피로와 수면부족, 출산후유증으로 생긴 붓기까지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 이다. 나는 그렇게 부기가 안 빠지는 상태였고 아이는 누가 봐도 말랐으니 남에게 말 한마디씩 보태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툭툭 무례함을 던져댔다. 

 그중에 가장 언짢았던 무례함은 시숙부께서 내게 던진 말이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두 번째 맞는 명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숙부는 그날 아이를 처음으로 보는 자리였다. 

 그분은 아이와 나를 번갈아보며 나를 큰 소리로 꾸짖기 시작했다. 


 아니, 아이가 왜 이렇게 작아!!! 엄마는 이렇게 큰데! 엄마가 아이 먹을 것까지 다 뺏아먹는 거 아니냐?!


 아이가 평균 체중보다 적게 태어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임신 기간에 일부러 아이 체중 적게 태어나라고 고사를 지낸 것도 아니고, 임신 기간 내내 나는 건강했고 태교도 문제없이 잘 해왔건만. 심지어 병원에서도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는 체중이 아니니 걱정 말라는데 시숙부는 나를 크게 혼내셨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마치 내가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셨다. 

 내가 내 아들 체중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왜 시숙부에게 사과를 해야 하나? 마치 내가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 분위기였지만 내가 죄송할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였는지 계속해서 큰 목소리로 온 동네방네 친척들 다 들으라고 떠들어대셨다. 

 내가 아이 먹을 것까지 다 뺏어먹는 모양이라고, 그래서 아이가 작은 것 같다고. 

 그 말을 들은 다른 친척분들은 그냥 웃으셨다. 농담으로 들으셨으리라 생각한다. 설마 그런 말을 진심으로 내뱉을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게 농담이든 진심이든 내가 살찐 며느리라는 이유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본인 딸이 나와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그런 말을 던지셨을까.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님이시라고 하셔서 정말 교양이 철철 넘치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그냥 촌동네에 남 말하기 좋아하는 아저씨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모습을 보여주시더라. 

 아이가 작다며 나를 혼내시는 듯한 말투도 기분 나빴지만 엄마는 그렇게 몸집이 크면서 왜 아이가 이렇게 작냐는 그 말이 너무나 언짢았다. 


 아이가 작아 보여 걱정이 되었다면 그냥 조용히 나를 불러 출산하는데 힘들었겠구나, 아이는 아픈데 없이 건강하니 하고 다정하게 물어보면 될 것이었다. 

 시숙부가 그날 한 행동은 그냥 날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 구경거리로 만들어 버린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진심으로 걱정했었다면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날 웃음거리 만드는 건 상관없으나 나와 더불어 내 아이까지 끌어들이셨으니 난 그 어느 때보다도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분은 어르신, 그것도 어렵디 어려운 시댁의 어르신 아닌가.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 이후로 그냥 그분을 내 시야와 귀, 마음에서 모두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그분을 그냥 공기 취급했다. 



 



 

 엄마는 이렇게 큰데 아이는 왜 이리 작냐. 엄마가 아이 먹을 것을 다 뺏아먹는 거 아니냐.

 정말 내가 들었던 무례한 말들 중 제일 황당한 말이었다. 

 내가 비만인 것을 나무라는 동시에 남들보다 조금 작을 뿐인 아들까지, 그야말로 조금 저급한 말을 빌리자면 '일타쌍피'의 무례함 아닌가.   

 내 친정부모님이 옆에 같이 있었어도 시숙부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아닌 본인 딸이 나와 같은 상황이어도 딸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무례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속성, 그것은 바로 비겁함이다.

 그들은 상대와 상황을 봐가며 무례함을 시전 한다. 

 시가에서의 내 위치는 며느리, 즉 그들이 적당히 무시해도 되는 사람인 데다가 입가심 재료로 딱 알맞은 비만여성이었기 때문에 시숙부께서 그런 저급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비만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건 이런 무례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수시로 나에게 날아든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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