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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호박 Aug 21. 2023

'체중계'라는 현실과 마주하기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두 아이를 출산했다.

 당초의 계획대로 라면 첫 아이 출산 후 2, 3년 안으로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첫 출산 이후 내 몸은 좀처럼 출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를 못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겼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징후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징후는 바로 불어난 나의 몸이었다.

 결혼 전만 하더라도 당장 며칠 동안 저녁만 안 먹어도 쏙쏙 들어갔던 나의 배였는데 출산 후에는 밥 몇 끼 굶는다고 들어가는 시늉도 안 하는  보며 한숨만 푹푹 쉬어댔었다.

 나는 첫 아이를 출산한 직후 여느 신생아들의 어머니들처럼 2시간에 한번 깨어나 젖을 물렸다.   

 밤잠을 쭉 이어서 6시간 정도 자는 것 자체가 갓 출산한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는 알람시계 마냥 정확하게 2시간에 한 번씩 울어댔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바로 젖을 물렸다.

 첫 아이는 정확하게 태어난 지 78일 만에 밤에 깨지 않고 쭉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나도 밤에 잠을 좀 편하게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누적된 피로는 풀릴 줄을 몰랐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게 체중이 불어있었다.

 그때가 첫 아이 출산 후 3, 4년을 훌쩍 넘고 있었기에 슬슬 둘째 소식이 있어야 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감감무소식이었다.

 너무 불어난 체중 때문이었는지 둘째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급기야 병원에 다니며 배란유도제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곤 했다.

 시간이 갈수록 난 그 모든 상황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불어난 살도 처음엔 불편했지만 어느 순간 보니 그 몸에 맞춰 내가 생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둘째가 늦게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도 처음에만 조바심을 느꼈을 뿐 시간이 갈수록 별 생각도, 조바심도 갖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둘째가 찾아왔다.

 첫 아이를 낳고 정확히 7년 뒤 병원에서 둘째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첫 애를 낳고 몸에서 느낀 이상 징후들이 내게 익숙한 상태가 되었을 때 둘째가 찾아온 것이다.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기쁨도 잠시, 난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고 눈물 나는 노력 끝에 무사히 둘째를 출산하였다.





첫째를 낳고 느낀 이상 징후들에 이야기해보자면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급격한 체중 증가가 가장 확연하게 눈에 띄는 징후였다. 끊임없는 목마름 증상도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고 돌아서면 몇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다시 목마름을 느끼곤 했다.

 특히 밤에 잠을 자다가 일어나 물을 마시러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새벽에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들었고 이런 까닭에 아무리 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지를 않았다. 숙면을 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상 징후는 아침에 일어나서 바닥을 발로 디디는 순간 악 소리가 날 정도로 발바닥에 고통이 느껴졌다. 너무 아파서 펭귄처럼 뒤뚱뒤뚱 걸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조금 걷다 보면 금세 풀려 괜찮아졌다.

 그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매일 아침 처음 발을 바닥에 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의 발바닥 고통이 심해질 때 즈음부터였을까. 저녁이 되면 다리가 심하게 붓기 시작했다. 다른 날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걸은 날이면 어김없이 종아리와 발이 띵띵 붓기 시작했다.

 둘째를 출산한 후에도 이런 증상들은 계속되었고 오히려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첫 째 출산 후에 이전의 체중을 복원하지 못한 상태에서 둘째를 출산했으니 내 살은 배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잠귀가 밝아 마치 등에 센서가 달린 것처럼 내가 안아줘야만 잠이 들었던 둘째 덕분에 다시 나의 밤낮은 바뀌기 시작했고 오히려 이전보다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시간 맞춰 식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급하게 부엌에 서서 먹거나 남편이 퇴근하고 나서 아기를 봐줄 때 허겁지겁 몰아서 먹기도 했다. 그 늦은 시간에 말이다.





출산을 했다고 모든 여자들이 다 살이 찌지는 않는데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살기가 싫었다. 살기 싫다가도 옆에서 응애응애 울고 있는 둘째와 엄마가 힘들어할까 봐 동생의 분유를 타주는 첫째를 보면서 억지로 힘을 내기도 했다.

 첫 출산 이후로 계속해서 좋아지지 않은 내 몸이 드디어 내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고열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잃었고, 병명은 신우신염이었다. 쓰러질 당시 내 체온은 40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일주일의 입원 기간이 끝나고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마주하기 힘들었던 현실 앞에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체중계 위에 올라서는 용기 말이다.


 사실 내 몸이 느끼고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살이 찌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더 체중계를 멀리 했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 난 체중계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어떤 숫자를 보게 될지 상상도 하기 싫어서 말이다.

 하지만 일주일의 입원 기간 동안 마음을 다 잡았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건강하고 오래오래 내 아이들과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사랑하고 싶었다.



 퇴원 후, 현실과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마음먹고 올라간 체중계에서 내가 본 숫자는,

110 Kg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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