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2년의 계약직 생활을 통해 발견한 일의 의미

by Jay

2년의 계약직 생활 끝에 찾아온 퇴직으로 마음이 조금 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씁쓸한 패배감과 무력감이 내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회복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숨을 좀 고르고 싶었다. 나한테 그 '하고 싶은 일'이 바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머리와 마음속을 가득 채운 생각들을 정리하고, 적절한 표현을 찾아 단어들로 끄적여내고 싶었다. 글을 쓰는 것만큼 내 안에 가득 차있는 무엇인가를 시원하게 표출낼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그동안 몸에 맞지 않는 조직생활을 하면서 찌그러져 있던 내 본모습과 감정들을 시원하게 펼쳐내기 위해 나는 짧게나마 문장가의 삶을 꿈꿨다.


계약 만료로 퇴직을 하고 나면 일정 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여, 딱 3개월 정도만 먹고사는 걱정에서 떨어진 채 글을 써볼 심산이었다. 지난 2년의 경험들을 통해 나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었는지 차분히 회고해보고 싶었고, 그 과정을 거쳐온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톱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나는 공백기 없이 새로운 조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여러 사람들과의 이해관계가 뒤엉킨 복잡한 상황이 있기도 했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내 안에 아직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하루빨리 성장해가고 싶다는 갈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게 조금은 매정한 얘기일 수 있지만, 아직은 쉬어갈 때가 아닌 거 같았다. 조금 더 달려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했던 계약직 생활은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나에겐 아직 다른 사람들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을만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된 2년. 후회가 남을 정도로 노력을 덜 했다거나, 별 다른 생각 없이 자리만 지켰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시간이 부족했다. 나름대로 치열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노력을 많이 해왔지만, 그 모든 몸부림이 영글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더 밀도 있게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과 경험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은 1차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지만, 또한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도전적인 과제들에 부딪히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나는 자라기 위해서, 그리고 잘하기 위해서 새로운 조직생활에 발을 들여야만 했다.


새로운 일터는 감사하게도 배울게 참 많은 곳이다. 업무 진행에 속도감도 있고, 실행력도 좋고, 더 젊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나름 만족하고 있다. 바쁜 업무 스케줄들을 따라가느라 야근도 잦고,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아직은 안정보다 성장이 더 고픈 나에게 맞춤 맞은 곳이라 자족하게 된다.




지금 이 조직 안에서 단기적으로 내 입지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좀 더 근본적인 물음 앞에 놓여있다.


나는 어떤 대체 불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까?


바꿔 말해 나는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회사는 절대로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주기 위한 곳이 아니다. 회사와는 독립적으로, 나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고유한 강점과 대체 불가능성을 계속 고민하고 연마해야 한다. 그래야 독립적일 수 있고 자유로울 수 있어진다.


호흡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기로 했다. 더 길게 보면서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푯대 삼아 오늘 하루에 주어진 과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지겹고 지루한 시간들이 꾸준히 반복되어야지만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대체되지 못할 나만의 무기를 가질 수 있다. 그를 위해, 나는 다시금 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체력적으로 지치고, 마음도 종종 상하고, 스스로의 현실을 비관하게 될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전형적인 영웅담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시련 정도라고 여기기로 했다. 원래 고난이 없이는 성취도 없는 법이다.


나 자신의 성장과 발전, 단기적으로 증명하고 보여줘야 하는 업무적인 성과, 사회에서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그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나. 결국,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성장해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꿈과 비전, 열정, 성장을 향한 갈급함이 일터에 잘 녹아들고 버무려져야 성장한 내 모습은 만들어진다.




타인에게 의존적이지 않고, 나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대체 불가능함을 존중받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멋진 목표이다. 일터는 그 목표를 이뤄가기 위해 내가 디뎌야 하는 토대고,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얻어가기 위해 내가 이용해야 하는 수단이다.


'왜 일을 하는가?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 찾은 답은 단연코 '성장'이다. 물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일이긴 하지만, 결국 나 스스로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때까지 성장해갈 수 있다면 돈은 나를 따라오게 된다. 돈은 성장의 부산물이다. 성장이 없이는 돈도 얻을 수 없다. 이 우선순위가 절대로 바뀌지 않도록 마음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지난 2년의 시간을 통해 발견한 일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마음에 깊게 새겨 놓으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성장장해 가기 위한 대 서사시의 1막은 마무리지으려 한다. 앞으로 더 파란만장하고 다이나믹한 여정이 펼쳐질 것이겠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언젠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이 이야기의 결론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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