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다고 생각한 점 빼고는 모두
비슷한 환경의 사람과 결혼하는 게 가장 좋다는 말. 있는 사람들끼리의 결혼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서로만 좋으면 되지. 그 말은 뭔가 마음에 거슬렸다.
사람은 다 다른 건데, 같은 환경에서도 제각각 다른 게 사람인데 그게 뭐람. 결혼이라는 숭고함 앞에 속물 같은 계산을 들이대는 느낌이 들었다. 해석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은 갈래를 만들지만, 어느 정도의 결혼 생활을 하고 보니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함께 살면 갈등도 줄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는 걸 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생활을 하기에는 비슷한 사람이 아무래도 좋다는 말인듯한데 어디 연애에서 그러한가.
연애는 특히나 나와 다른 상대방에 끌리는 것을. 나와 다른 재능과 사고방식, 예측하지 못했던 매력에 푹 빠지는 게 연애 아니던가. 뭔가에 꽂히면 꼭 해보고야 마는, 끝까지 가보고야마는 무계획 불도저인 나와는 달리 항상 신중하고 차분한 사람. 불 같은 열정만큼이나 금방 사그라드는 나와 달리, 꾸준한 사람. 달라서 너무 좋았고 끌렸다. 이 사람 옆에 있으면 나의 부족함이 채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장점 말고 달라서 생길 수 있는 갈등에 대해서도 조금 예상했다면 우린 덜 싸웠을까.
결혼은 어쩌면 나를 다듬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나만 다듬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 맞추어가는 과정. 어떤 때는 나의 성격이 장점이 되고, 다른 때에는 남편의 성격이 장점이 된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상황을 겪으며 결국은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같은 상황을 두고도 받아들이는 게 다른 걸 보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성격도 결국은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달라서 좋은 점에 끌렸다면, 달라서 생길 수도 있는 갈등에 대해서도 약간의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알려주고 싶다. 좋은 쪽만 생각하다 뒤통수 맞듯 충격받은 적이 많은 어리석은 유경험자의 작은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