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_공부에선 글쎄, 결혼에선 강추
결혼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다.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이혼 절차와 이후 삶의 피곤함을 어린아이가 알고 있어서는 당연히 아니었고, 무언가 일생일대의 중대사라는 느낌과 주변에서 잘 살고 못 사는 사람들을 보며 왜인지 그게 결혼을 잘하고 혹은 잘못해서라는 생각을 했었다.
20대까지는 그런 생각들을 했었고, 슬슬 나이가 더 들면서 결혼을 고려하는 나이가 되어가자 궁금했다. 결혼은 참 큰 일인데, 왜 이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공론화되지 않을까? 단지 개인의 선택일 뿐인 걸까.
궁금했지만 사는 게 바빴고 내 결혼 준비에 실제로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그런 궁금증이 있었다는 것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임신을 준비하고 출산을 준비하면서 또 비슷한 궁금증이 생겼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한다는 것, 굉장히 숭고하고 어려운 일이고 온 가족이 준비하고 해 나가야 하는 일인데 단지 아이를 몸에 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이 여자에게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나부터도 임신 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임신 후 출산준비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인류의 반은 여자이고 나의 할머니와 엄마, 사촌동생들까지 여자가 이렇게 많은데. 여자라면 출산을 할 확률이 높은데 어쩜 이렇게 사전 지식 없이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다. 결혼 후 얼마간의 시간을 살아오며 겪은 압축적이고도 다양한, 결혼 전에는 알지 못한 새로운 국면들을 맞이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결혼과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까지. 이런 것들에 대해 공유된 것들이 없다는 것. 결혼을 준비하며 내가 궁금증을 가졌었다는 게 다시 떠올랐고 임신과 그 이후까지 묶어 이런 것들이 이야기되고 공유될 필요를 느꼈다.
단지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리 인간들의 삶을 본다면 세상에 태어나서 나이가 차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살다 늙거나 병들어 죽는 삶의 패턴을 따르는 다수를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전도 학원을 다니며 배우고, 무엇이든 가르치지 않는 것이 없는 배움 공화국 수준의 우리나라에서 왜 유독 결혼, 출산에 대해서는 풍문으로도 들은 정보가 많이 없을까를 아쉬워하며 그 이야기를 나라도 남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범사례이고 그것을 잘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부족하고 헤매며 그 길을 걸어왔기에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조금 더 다양한 관점을 갖고 문제를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래서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여도 내밀한 속내까지 다 꺼내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커뮤니티에서 유독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사연이 많이 올라오는 건 같은 이유에서겠지. 많은 사례 중의 하나로 참고하고, 이런 사람도 잘 사는구나 싶은 사례들을 보며 그리 최악은 아니라고 위로받길. 경험을 나누고 공유하며 조금 더 단단한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