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시티투어버스 2층 자리에서 급하게 꺼낸 필름카메라로 침착하게 찍은 것. 면허가 없는 나는 부산에 가면 종종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긴다.
많은 사람이 바다를 좋아한다. 나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나는 종종 특별하지 않은 나의 애정을 고백한다. 상대방은 높은 확률로 나의 태생을 떠올린다. "절편 씨 부산 사람이지 않았어요?"
부산은 그렇게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1호선 종점인 '노포'와 '다대포해수욕장'을 대충 지도 앱에 넣고 도로 기준 거리를 계산하면 무려 35.2km다. 물론 나의 본가는 노포동이 아니며, 사람들이 말하는 바다는 다대포해수욕장이 아니다. 그저 나는 아버지가 어부가 아닌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으며, 우리집은 오션 뷰가 아닌 마운틴 뷰였다고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저녁 밥상에도 우럭매운탕보다는 돼지김치찌개가 더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태생과 연관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비록 우리집에서 광안리해수욕장까지 가는 데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지만, 어찌어찌 대중교통으로 갈 만한 거리였음은 사실이다. 돈도 용기도 없는 미성년이 가슴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호기롭게 바다를 보러 가려면, 이 정도 여건은 돼야 한다.
그렇다면 바다가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곳에 살았던 나는 답답하면 왜 하필 바다로 향했나. 실상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글의 요지겠다. 나의 답은 의외로 명쾌하다. 나는 바다가 비일상적이지만 규칙적이라서 좋다. 평소 풍경과 확연히 다르면서도, 일정한 파도 소리와 부동의 수평선이 안정감을 준다. 탁 트인 공간감도 한몫한다. 쉽게 싫증 내지만 변화를 주저하며, 퍼스널 스페이스가 굉장히 중요한 나에게 최적의 공간이 아닐 리 없다.
이제 성년이 훌쩍 지난 나는 여전히 돈이 없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용기는 있다. 그래서 주변 또래보다 혼자 이곳저곳 잘 돌아다니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아직 바다만 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 거주 이방인인 나는 가끔 바다를 기대하며 한강을 찾지만, 늘 '부산바다보다 못하네'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참, 사랑과 그리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같다. 바다가 그리워질수록 바다를 향한 사랑의 크기를 깨달으니 말이다. 이토록 지루하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이 짙은 사랑은 다시금 나를 구원하리라 믿으니 말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담아, 첫 문단의 질문 "절편 씨 부산 사람이지 않았어요?"에 답해본다. “네, 그래서 바다를 못 보고는 못 사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