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쁜데요"
회사에서 안 바쁜 사람이 누가 있는가. 나도 너도 모두가 바쁘지만 그저 묵묵히 해야 하는 일들을 한다. 유난히 입에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직원과는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고 한다. Busy를 외치는 사람과의 업무에서는 먼저 일을 끝내면 상대의 일마저도 내가 해야 한다. '왜?' 바쁘니까.
한 두 번 정도는 쿨하게 이해한다. 그리고 꾹 참고 한다. 그런데 겪어보니 Busy를 외치는 직원치고 진짜 바쁜 직원은 없다. 마치 누르면 'I LOVE YOU'를 외치는 인형처럼, 부르기만 바쁘단다.
'인간아! 나도 바쁘다.'
'인수인계'
'예수금'(거래에 관계된 선금이나 보증금으로서 임시로 받아서 나중에 돌려줄 금액) 아직도 생소한 이 용어. 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회계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예수금 처리 안된 게 있어요. 대체전표 써서 처리해주세요."
"...,... 예수... 대체...,... 아...,..."
"이게 기간이 너무 오래된 거라 본부장까지 결재받아서 주세요."
어딜 가나 말이 많았다. 누구는 업무를 다 알려줬는데도 계속 전화로 물어보고 귀찮게 한다고 난리고, 한쪽은 받은 것도 없는데 다 알려줬다고 한다며 분통 터져한다. 회사에서의 인간관계가 고등학교 친구들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미묘한 '입장 차이'다. 업무는 곧 성과이기에 아무리 친하다한들 잘못이나 오류가 발생한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업무를 새로 시작한 입장에서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종이 한 장에 끝나는 인수인계서. 보증이라도 서는 것 마냥 그 종이를 받아 드니 숨이 턱턱 막힌다. 종이를 받아든 순간부터 그 업무에 대한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3년간 해왔던 업무도 3일이면 인수인계는 끝난다. 앞으로는 각개전투다.
손에 익은 업무를 알려주는 일은 참 쉽다. 그 일을 새로이 시작해야 되는 입장은 아무래도 떨리고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서로가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최선을 다해서 알려주는게 매너가 아닐까.
아직도 모르겠다. 예수금.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