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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헤르쯔 Sep 19. 2022

어쩌면 가장 안전한 장소

나는 원하는 것을 좇기를 멈췄다

예전보다 나은 삶을 산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삶이 아니다.  대신 문제들을 문제라고 바라보지 않고 그저 삶의 한 부분으로 맞이할 수 있는 힘이 전보다 더 강해졌을 뿐이다.


요즘같이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별다른 문제없이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혹시 내 삶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삶과 비교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그러다가 다시 원래의 내 중심으로 잘 돌아오지만 그렇지 못 헐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밑바닥에서 살던 때를 떠올린다.


처음 그곳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갈 수가 없는 지옥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을 온전히 받아들이자 맘껏 울고 슬퍼하고 화내고 욕하고 난리를 쳐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긍정도 필요 없고 행복을 기대할 필요도 없고 꿈도 꿀 필요가 없었기에 그냥 그 바닥에서 뒹굴 거리면 된다. 그래서 그곳은 나에게 지옥이라기보다 어떤 감정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미친 지랄을 맘껏 해도 이상하지 않는! 아무도 제어하거나 내쫓지 않는 비밀스러운 장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내 삶이 다른 사람의 삶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 불안하거나 울적한 기분이 들면 그 밑바닥으로 가 맘껏 깨부수고 돌아온다. 그러고 나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내가 가는 길에 있음을 또다시 배우게 된다.


나는 우리가 밑바닥이라고 말하는 그곳이 남들의 시선을 신경을 쓰느라 표출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풀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치유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그곳으로 가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정말 최악의 밑바닥을 치고 올라온 사람이라면 그곳이 진정으로 내게 필요했던 순간이었음을 알 것이다.
 


 


 


 



 


 

이전 10화 글을 쓰다 보니 멈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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