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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헤르쯔 Oct 27. 2022

글을 쓰다 보니 멈추게 되었다.

나는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다.


무언가 시작을 하면 만족이  때까지  가야 했다. 그런데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만족했다」 라는 마음을 얻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정말 그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이 채워지지 못해서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무엇을 채워도 부족한 것일까?

나는 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마음으로 쓴 글을 다시 읽을 때면 어딘가 불편했다. 내 안에 충족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듯해서.. 그 공허하고 허전한 공간 속에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무언가를 꽉꽉 채우려는 게 보였다.


"그만둬 비워둬, 그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니야.."


자신의 자리가 아님에도 꾹꾹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은 조화롭지 못하고 억지스럽다. 나는 나의 것이 아닌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눈에 보기 좋은 것들을 구해와 내 공간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곳은 나의 집이 아니었다. 정신없는 세상이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 마음의 공간에 채워진 것들을 하나둘 꺼내 버렸다. 만족감을 얻으려 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지금 이 상태를 부족하다고 보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래야 그 만족감을 채우려는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채운 버스 안.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은 자신이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를 모르니 누구 하나 정차벨을 누르지 않는다. 운전사도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고 승객들을 태우고 또 태운다. 자신의 버스 안은 이미 승객들로 가득 차 빈틈이 없는데도 꾸역꾸역 태운다. 점점 버스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승객들은 뒤섞여 혼란스러운데 버스는 그저 달린다. 그렇게 달리다 결국 타이어가 터지고 나자 버스는 멈췄고 승객들은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버스에서 빠져나와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운전사는 버스도 잃고 승객도 잃었다.  


운전기사는 자신의 버스가 가야 할 정착지를 정하고 그 정착지에 맞는 승객들을 태워야 한다.


내가 바라는 삶은 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무언가로 꽉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충분한 삶이다. 세상이 말하는 이거 안 하면 바보가 아닌 그거 안 해도 내 삶은 괜찮다는 것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나는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나는 멈춰 서서 나를 살피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나는 온전히 충분하다'라는 마음이 올라온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를 꾸밀 필요도 없고 내가 무엇이 될 필요가 없어졌다.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찾지 않아도 그냥 그대로 비어진 상태로 있어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방황하던 감정들이 글을 통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 과정은 마치 앞뒤가 맞지 않고 뒤죽박죽 엉망인 상태로 앉아있는 모습처럼 우스꽝스럽지만 하나씩 어르고 만져주고 제대로 앉혀주면 분주하고 불안했던 감정들이 자신의 자리에 맞게 나열되고 그곳이 자신의 자리가 아닌 감정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사라진다. 그렇게 글이 정리가 되면 나의 붕떠다니던 마음의 불안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아이와 자동차를 가지고 놀다 아이가 앞바퀴  개를 손으로 빠르게 돌렸다. 신이  아이는 모든 자동차 바퀴를 돌리기 시작한다. 바퀴들은 빙빙 돌며 자신의 원래 형태를 잃고 모두가 비슷한 모습의 밋밋한 형태를 보였다. 그러다 바퀴를 멈추게 하자 원래의 자신의 모양으로 돌아왔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너무 빨리 달리면 나의 본래의 모습이 아닌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바뀐다. 나의 본래의 모습을 모른 채 달리면 내 길이 아닌 길을 달리고 내 본연의 모습과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나의 본연의 형태를 잘 알고 달리면 나의 본연의 형태가 어떠한지 인식하고 있기에 어떤 길도 나에게 맞는 길이 되고 나의 길이 아닌 곳에 들어서라도 잘 빠져나올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 잠시 가는 길을 멈추고 그때 보이는 이야기와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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