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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헤르쯔 Sep 16. 2022

지금 당장이라는 조바심을 버리자

멈추다 나는 원하는 것을 좇기를 멈췄다

우리의 인생은 작은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문제라는 것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대부분 그 문제의 답을 찾는 데 사용한다. 어떤 때는 문제의 답이 쉽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애를 써도 절대 풀리지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깊은 상실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되면서 나의 삶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마음이 급해지고 서두르게 되면서 이 망가진 삶이. 이 볼품없는 삶이. 이 고통스러운 삶이. 지금 당장 바뀌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내가 살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고통 속에서 내가 내 목을 조를 거 같은 기분을 느낀다.


어째서 나에게만 이러한 일이 생기는 거지? 

나는 착하게 살았는데? 

왜 하늘은 나를 미워하는 거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 말들은 벼랑 끝에 매달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애쓰던 내 앞에 누군가 나타났지만 도와주기는커녕 발로 뻥차서 결국 저 깊은 절벽 아래로 떨어졌을 때 떠오르던 말들이었다. 분명 나는 노력했다. 매번 문제를 극복했다. 그런데 절벽은 점점 높아져만 갔고 나는 안전한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닌 절벽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신은 나에게 이것만 주는 것일까? 나는 사랑받지 못한 존재인가? 싶었다. 


슬픔 밖에 없던 공간에서 나의 머릿속은 점점 텅 비어갔고, 마음도 감정도 다 사라진 상태가 되자 고통 또한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나는 자동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나에게 심각한 오류가 생겨 본질의 내가 잠시 나라는 인간과의 연결을 끊어놓은 상태 같았다. 알맹이는 빠져있고 형태만 존재하던 그때 나는 내가 왜 이 세상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갑자기 내 손과 발의 모양새나 나의 얼굴 같은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이대로 있다가는 나를 잃게 될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자 그 순간 나는 나의 몸과 다시 연결되었고 나는 다시 고통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가 된 것처럼 나의 생각이나 마음 의식이 전과는 다른 곳에 자리해 있었다. 


나는 절망과 고통이 없는 완벽한 행복을 꿈꾸지 않게 되었다. 대신에 나의 삶이 이미 완벽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정말 미묘한 차이인데 이것을 알게 되면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문제라는 것이 크게 문제 될 것도 아니고 그 문제들을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문제가 사라져야 내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란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풍요와 빈곤, 평온과 스트레스 등이 늘 함께 어울려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좋은 감정들을 느끼고 흘려보내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저 그 순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감정과 함께 따라오는 불안하고 좋지 못하다는 감정들은 온전히 그 순간 느끼는 것이 어렵다. 우리는 그 감정들을 놓아주지 못하고 붙잡아 곱씹고 곱씹는다.


지금 당장 내 삶이 바뀌기를 바란다면 우리의 초점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감정들은 외면받게 된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슬프고 고통스럽고 힘든 감정 속에서도 작은 기쁨과 즐거움 감사함을 느낄 수가 있다. 그게 아주 작고 작아서 내 깜깜한 마음에 어떠한 변화나 울림도 줄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강에 던진 조약돌 하나가 물결을 만들듯이. 하찮게 여겨지는 그 작은 것이라도 계속해서 내 마음에 던지다 보면 깜깜한 마음도 빛으로 퍼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빛은 우리의 어둠을 조금씩 환하게 바꿔 놓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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