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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헤르쯔 Oct 30. 2022

두려운 마음이 들 때마다 글을 썼다

서문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만약에 내가 내일 죽는다는 것을 안다면 나는 오늘 어떤 선택을 할까?


죽음이란 걸 두려워하던 나였지만 막상 내일 죽는다는 것을 상상하자 슬픔이 멈추고 고요함이 느껴졌다..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딱히 떠오르는 답은 없었지만 소유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사라졌다. 그저 나란 사람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면 다행히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원하는 것은 모두 죽음 직전까지의 삶에서 일뿐. 죽음의 그 순간. 숨이 멈추고 눈울 감는 그 순간은 잠을 자듯 눈을 감는 것. 그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내일 하루 더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의 들숨 날숨 하나하나에 감사하며 나의 이야기를 생명이 붙어있을 때까지 써 놓고 싶었다. 

내 글을 누가 읽을지. 내 글이 책으로 나올지. 내 글이 얼마나 팔릴지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의 내가 내일에는 없지만 오늘의 내가 내 글에는 남아있다. 오늘의 나는 사라지지 않고 내 글에 남아 숨 쉬고 있다. 


나는 불안함이 엄습하고 두려움이 내 앞을 막아설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엉망인 생각들을 엉망진창 뒤죽박죽 써댔다. 그때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일기장도 아니고, 인스타그램도 아니고, 블로그도 아닌 (아무도 나를 모르는) 브런치에 한 편 두 편.. 글을 써 올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 비교하게 될까 봐.. 그렇게 되면 초라한 나의 이야기를 꺼낼 수 없을 거 같아 그저 글만 올렸다. 그렇게 3년 동안 글을 올리다 보니 어느새 100편이 넘는 이야기를 썼고 구독자도 100분이 넘게 되었다. 아무도 읽을 거 같지 않는 내 글에 하트가 생길 때마다 나의 불안과 두려움이 따듯한 빛으로 번졌다. 매번 열리는 공모전에도 도전해 보았다. 결과는 매번 낙선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올리는 일이 참 좋았다. 글을 쓰는 것만큼은 결과가 어떻든 실패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용기가 생겼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도 계속해서 실패를 해도 엉망진창인 글을 쓰더라도 그렇고 그렇더라도.. 아무것도 아닌 나도 꾸준히 해나가는 무언가 있다는 게 행복했다.


나는 눈물을 거두고 일어나 더 이상 나의 삶이 지금처럼 흘러가도록 놓아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수많은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더라도 그날그날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글을 쓸 때마다 나에 대한 연민 어린 마음이 생겨난다. 

더 이상 못 버틸 정도로 힘이 들 때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난 것도 글 쓰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갈수록 절망에서 끝나는 게 아닌 절망에서도 살아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글을 쓰는 매 순간마다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과거의 못났던 모습도 글을 쓰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도 글을 쓰면서 용서하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했던 순간에도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샌가 마음이 진정되었다.


글을 쓰면서 아무것도 아니었던 내 삶이 빛으로 빛났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아무도 나를 밝혀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깜깜하게 꺼진 채로 살다 생을 마감할 거 같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빛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켤 수 있는 스위치 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모니터 화면의 불만 켜 둔 채 오늘도 글을 쓴다. 

작은 책상 위의 이 빛이 내 방을 밝혔듯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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