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헤르쯔 Oct 24. 2022

글을 쓰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거 좋아해?"라고 물었을 때 나는 내가 그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구별하지 못한 채 "응.."이라고 대답하던 아이였다.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게 뭐야"라고 물었을 때도 나는 머뭇머뭇거리다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래서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과 만난 적도 있고 좋아하지 않던 모임 활동을 한 적도 있으며 좋아하지도 않았던 일에 돈을 쓰기도 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명확히 알게 되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헷갈리고 혼란스럽고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러한 마음이 올라올 때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 무리에 있다 혼자 있는 조용한 곳에 있을 때면 외로움이 올라오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함께 한다는 생각에 안심할지 모르나 나의 본질인 영혼(마음)은 그 밖에 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정작 가장 가까이 함께 있어야 할 나와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괜찮기 위해 나는 계속 책만 읽었다. 책은 나에게 질문하지 않고 여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책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멍하니 있더라도 괜찮았다. 책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러려니 나를 내버려 두었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은 조금씩 건강해져 갔고 어느 날 나도 책이란 곳에 나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외로움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혼자일 때가 아닌 사회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대로 나에게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그러한 행동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혼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행복이었다.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 같았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있어야 하는 순간이 와야 책도 많이 읽게 되고 글도 많이 쓰게 된다. 그렇게 오로지 나에게만 주파수가 맞춰진 상태가 되고 나면 나는 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하며 글을 써 내려가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고 등등의 내가 좋아하는 게 참 많지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 후 그 질문에 대해 탐구하고 생각하며 글로 써내려 순간이었다.

머리로만 하던 생각을 글로 적어 내려가는 건 전혀 다른 길을 걷는 거였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차례대로 정리가 되면서 나에 대해 알기 쉬웠다.




이전 01화 두려운 마음이 들 때마다 글을 썼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