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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헤르쯔 Oct 19. 2022

하찮은 게 좋은 나라서 좋다

세상에는 하찮은 게 없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하찮다고 분류가 될지 몰라도 존재하는 자체로는 하찮은 게 하나 없다.


나에게는 어느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것일지 모르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예를 들어 갓 지은 밥 냄새, 오이소박이의 아삭함, 두툼하고 예쁜 그림이 그려진 화장실 휴지, 아이가 학교에서 그려온 그림, 손으로 만든 무언가, 우리 집 비어디 드래건의 탈피된 피부... 등등 이러한 것들은 나의 마음을 언제든 미소 짓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누군가는 싫어할지 모르는 것도 좋아한다.

예를 들어 흰 머리카락이라던가, 얼굴에 올라온 뾰루지라던가, 볼록 튀어나온 똥배라던가, 삐툴삐툴한 글씨라던가, 우울한 마음..

특히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에게서 이러한 것을 보면 '아.. 이 사람도 나랑 비슷하구나..' 싶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마다 행복해하는 사람, 사소한 이야기에 감동하는 사람, 오랜만에 만날 때면 두 팔 벌려 안아주는 사람, 예쁘게 말하는 사람,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사람.. 

아주 작은 포인트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자동차는 분명 사람이 아닌데 마치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떤 차는 여유가 많고, 어떤 차는 너무 바쁘고, 어떤 차는 빈틈을 주지 않고, 어떤 차는 작은 실수에도 화가 나고, 어떤 차는 자신이 잘못하지 않아도 먼저 사과한다. 나는 운전석에 앉아 다양한 표정을 지닌 자동차를 바라보며 "붕붕아 진정해~" "붕붕아 너 먼저 가" "붕붕아 너 똥 마렵구나" "붕붕아 너는 정말 친절하구나" "붕붕아 고마워" 등의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 내가 운전하는 나의 붕붕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 본다. 운전을 할 때면 피곤함이 생기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내는 나란 사람이 참 좋다.


새벽 4시에 일어나려고 할 때면 눈만 뜨고서는 '나는 일어났어! 일어난 거야! 이제 몸만 일으키면 성공이야~!'라고 해놓고 다시 잠드는 그런 내가 좋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라며 호기롭게 말해놓고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울상을 짓고 "나는 못해. 내 이야긴 정말 별로야!"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한 편 한 편 글을 써내는 내가 좋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아는 것들을 하나씩 기록하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이제는 바뀐 내 모습이라던가

어제와 오늘의 내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어떨 때 불안해하는지 슬퍼하는지 알 수 있다.


하찮은 것들을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오늘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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