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더러움을 벗어내다
중년이 된 후로 머리카락의 존재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머리는 처음엔 단발 그다음 어정쩡한 숏커트 그다음엔 큰 맘먹은 커트(아주 짧다)가 되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후로는 머리를 잘 안 빗는다. 사실 머리가 길었을 때도 잘 빗지 않았지만....
그러다 가끔 큰맘 먹고 머리를 빗어주는데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머리빗의 상태를 보고 아주 깜짝 놀라 버렸다. 뭐지 이 더러움?! 좀 지저분하다. 가 아닌 아주 많이 찝찝한 지저분이다. 그걸 보자 도저히 머리를 빗을 수 없었다. (내 머리에서 나온 지저분이 면서도...) 버리고 새로 사야겠단 생각으로 머리빗을 쓰레기통 앞까지 가져갔는데 머리를 자주 빗는 것도 아니면서 돈 들여 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깨끗이 닦아 쓰기로 하고 따뜻한 물을 부은 대아에 머리빗을 담가 닦기 시작했는데 좀처럼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 것이다. 순간 귀찮아져 때려 치려는데 이게 뭐라고 자꾸 신경이 쓰인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물티슈로 머리빗 한가닥? 한가닥 닦기 시작했다. 하면서 여러 번 짜증이 밀려왔지만 빗살 하나하나가 깨끗해지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집중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3시간이 흘러 결국 빗은 깨끗해졌다. 근데 바닥에 널브러진 휴지를 보자 아까워서 혼났다.
휴지를 이렇게나 쓰다니...
게다가 이렇게 쓸데없는 짓에 내 소중한 시간을 얼마나 쓴 건지...
곧바로 후회도 했지만 깨끗해진 머리빗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최근에는 아주 열심히 빗질도 해주고 있는데 내 노력이 쓸모없지 않았음을 머리 빗질을 할 때마다 깨닫는다.
*그러나 다음에는 그냥 새로 살거라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