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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희 Sep 12. 2019

들어가는 말

나의 레슬리, 그 시작에 앞서

장국영이라는 존재를 알고, 그의 팬이 된 지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그 긴 시간 속에서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10대 초반의 꼬맹이는 어느새 40대 중년이 되었고, 그 꼬맹이가 감히 함께 늙어가기를 꿈꿨던 나의 레슬리는 세상을 떠났다.


생각해보면 무엇 하나 꾸준하지 못하고 싫증을 잘 내는 내가 한 사람을 이렇게 평생토록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도중에 누군가에게 한 눈 한번 팔지 않고 계속해서 팬질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가끔은 나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 어떤 것보다 귀차니즘이 가장 앞서는 성격이라 매우 집요하게 자료를 수집한다던가, 열심히 그를 쫓아다닌다던가, 끈질기게 뭔가를 알아낸다거나 하지는 못했다. 긴 시간 동안 한 일이라고는 그저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좋아만 하던 와중에 그로 인해 진로가 정해지고 직업을 찾고 조금씩 성장해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늘 지금의 나를 만든 8할은 장국영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2019년 9월 12일, 장국영의 63번째 생일인 오늘부터 시작하는 이 글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나의 레슬리와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기억과는 다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시각과는 충돌이 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장국영은 이렇지가 않아, 하는 마음이 들더라도 모두의 레슬리가 아닌 ‘나의 레슬리’를 담은 지극히 개인적 기록이라 생각하고 이해해주시길 감히 바라본다.


오랜 시간 팬질을 해오면서 그를 부르는 호칭도 다양해졌다. 장국영이라 부르기도 하고, 영어 이름인 레슬리라 부르기도 하고,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우리 국팔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어쩐지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은 날에는 그분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책 속에서도 호칭이 뒤죽박죽이다. 모두 통일을 할까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가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칭했던 원문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 또한 편하게 받아들여주시기를 바라본다.


나의 레슬리가 당신의 가슴에 가 닿길 바라며.


2019년 9월 12일

장지희, 혹은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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