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Windy City, 뉴욕은 Empire City, 그리고 라스베가스는 Sin City라고 한다. 며칠만 묵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카지노, 술, 담배, 마약, 성인 쇼, 설탕 등 온갖 원초아적 욕구를 동력으로 돌아가는 이 도시는 단연 유죄 도시다. 그리고 이 도시를 배회하는 두 샌님들은 마이웨이로 세상 건전한 투어를 감행한다.
나름 카지노도 도전해 보았으나, 턱도 없이 작은 시드머니에 그마저도 다 잃는 충격으로 더는 시도도 못했다. 역시 놀음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 뭔들 어떠하랴, 생겨먹은 대로 각자 살면 되는 것을. 라스베가스 여행 2일차, 유죄 도시에서 세상 건전하게 노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DAY 2
라스베가스 스트립 액티비티
빅애플 코스터 - 플라이 링크 짚라인 - 하이롤러 대관람차 - 태양의 서커스 '카쇼'
01 빅애플 코스터(Big Apple Coaster)
뉴욕을 모티브로 한 호텔 뉴욕뉴욕 2층에 위치한 롤러코스터다. 야외에서도 롤러코스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호텔 2층에 매표소에서 $25를 지불하고 1번 탈 수 있다. 눈 깜짝할 새 끝나서 허무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액티비티다.
처음에 롤러코스터가 호텔을 출발해 경사를 천천히 오르는데, 저 멀리 로키 산맥을 배경으로 휘황찬란한 베가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너-무 멋있다. 어떻게 이런 뷰가 있을까 감탄에 차있을 무렵 롤러코스터가 무자비한 각도로 떨어진다. 미쳐 다물지 못한 입으로 바람이 미친 듯이 들어오는데 정말로 이가 다 시리다.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 아까운 뷰를 놓칠 수 없겠다 싶어 억지로 눈을 떴더니 라스베가스 전경이 신기루처럼 거꾸로 보인다. 아뿔싸, 360도 회전 중임을 알아챈다. 롤러코스터가 잠시 멈추며 재정비할 시간을 준다. 어렵사리 다시 눈을 떠 주변을 보며 감탄하는 찰나 다시금 무자비하게 출발한다.
눈 깜짝할 새 위 사진처럼 탑승구에 도착하며 막을 내린다. 개인적으로 짜릿하고 뷰도 어마어마해서 꼭 추천해 보는 액티비티다. 세상에 이런 뷰를 가진 놀이 기구는 없을 것이다.
02 플라이 링크 짚라인(Fly LinQ Zip Line)
더 링크 호텔(the LinQ Hotel and Casino)에 위치한 짚라인 액티비티다. 건물 7층 높이에서 베가스 시내를 가로지르며 하이롤러 바로 앞까지 떨어진다. 짜릿하고, 대관람차가 보이는 뷰가 매우 아름답지만 짚라인이 너무 짧아서 조금은 아쉽고 허무한 액티비티였다. 조금만 더 길게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03 하이롤러 대관람차(High Roller)
현존하는 대관람차 중 세계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 하이롤러다. 탑승시간이 꽤 길고 한 캡슐당 4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고 한다. 밤에 야경을 보는 것이 가장 예쁘다고 하는데, 야간에는 탑승인원이 많다고 하여 낮에 찾아가 보았다.
주간에도 베가스 뒤편으로 로키산맥이 병풍이랄까 배경처럼 깔리는 뷰가 상당히 아름다웠다. 밤에는 야경은 보일지언정 산맥이 안 보일 것 같다.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이렇게도 타볼만하겠다. 정말 아름답고 천천히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좋은 액티비티다.
04 태양의 서커스 카쇼
MGM 그랜드 호텔에서 하는 라스베가스 3대 쇼 중 하나인 카쇼다. 무대가 가로로 커서 뒷자리까지도 시야가 좋고, 서커스쇼 특성상 뒷자리에 앉을수록 뷰가 멋지다. 러닝타임은 2시간으로 꽤 긴 편인데, 조금 지루하다. 서사를 너무 많이 넣느라 루즈하다. 서사는 조금 줄이더라도 휘황찬란한 서커스를 조금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오쇼와 카쇼 둘 다 본 사람들 말로는 오쇼가 더 볼만하다고 한다.
DAY 2
라스베가스 스트립 맛집/스토어
그리니치 커피 - 인앤아웃버거 - 허쉬스샵 - 코카콜라샵 - 핫앤쥬시
01 그리니치 빌리지 커피
늦잠을 즐기는 우리 부부는 호텔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다. 하여, 아침에 간단한 도넛과 커피로 요기를 할 겸 뉴욕뉴욕 호텔의 그리니치 빌리지 커피를 찾았다. 뉴욕 여행할 때도 봤던 커피라 반가웠다. 라임이 들어간 도넛과 보스턴 도넛, 아이스 라테와 아메리카노를 사서 먹었다. 커피가 진하고 쨍해서 맛있다. 아침을 깨우기에 추천하는 커피숍이다.
02 인앤아웃 버거
그 유-명한 인앤아웃 버거다. 한국에서는 3대 버거라고도 알려진 버거 가게 중 하나였다. 신선하고 정갈한 버거의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 의외로 맛은 밍숭맹숭 니맛도 내맛도 아닌 그냥 버거 맛이었다. 이게 왜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는지 모르겠다. 신선한 채소가 많은 것은 좋은데 버거가 싱거워서 맛이 조금 어색했다. 감자도 푸석푸석하니 이게 삶은 감자인지 튀긴 감자인지 모르겠다. 집 앞에 있어도 굳이 안 갈 것 같은 맛이었다.
03 허쉬스 스토어
허쉬스, 리시스, 트위즐러 등으로 유명한 허쉬스 스토어다. 가게에 온통 초콜릿 냄새가 배어있어 들어가자마자 코가 호강이다. 라스베가스의 아이스크림 가게나 초콜릿 가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땅에서 건강을 챙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한다.
허쉬스 초콜릿을 듬뿍 입힌 딸기며,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트위즐러까지. 유혹적인 비주얼과 냄새가 당경계를 한껏 흩뜨려놓는다. 단것을 좋아해서 정신줄을 붙드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던 가게였다. 우리 집 설탕 경찰 남편이 없었다면 아마 이곳에서 무너졌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04 코카콜라 스토어
코카콜라 하나로 무슨 스토어씩이나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아기자기한 굿즈가 매력적이었던 곳이다. 이곳은 특히 8종류의 콜라 플래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점심을 먹어야 해서 플래터는 패스했다. 코카콜라와 라스베가스가 결합된 마그네틱이나 기념품을 사기에 썩 괜찮은 곳이다. 가는 도시마다 냉장고 마그네틱을 모으고 있어 예쁜 마그네틱을 건질 수 있었다.
05 핫앤쥬시
한국인들 사이에 베가스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이다. 미국식 해물찜 같은 느낌으로 맵고 짠 소스에 해산물과 감자, 옥수수를 버무려주는데 과연 맛있다. 깔라마리 튀김도 맛있으나 양이 조금 아쉽다. 미국이 양으로 사람 섭섭하게 안 하는 나란데 조금 의외였다.
머리 없는 새우 1단계 1/2 lb, 2단계 1/2lb 이렇게 주문하고 옥수수 2개/감자 1개 추가해서 먹었는데 매우 맛있었다. 소스를 밥에 비벼 깐 새우 한 마리 딱 얹어서 먹는데 감칠맛이 최고다. 매콤하고 짭짤하니 밥도둑이다. 미국판 간장게장 같은 느낌이랄까? 평일 저녁에 가니 대기도 하나도 없어서 바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벌써 밤 10시가 되어 기진맥진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거리에 바글바글하고, 카지노마다 만석에 담배연기가 가득했으며, 늦은 시각임에도 고열량 고지방 음식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치며 속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