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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Nov 27. 2023

서부의 캐니언은 삶의 전환점, 자연에 압도 되다

자이언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홀스슈밴드 투어


  이번 연휴 베가스에 온 이유는 단연 캐니언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그랜드 캐니언을 포함해서 여러 캐니언 국립공원들을 도는 여정이다. 가기 전부터 기대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그 말인즉슨 만족할 확률보다 실망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캐니언은 그 리스크를 가볍게 뛰어넘겨주었다. 무슨 기대를 가지고 가도 우리를 놀랠 준비가 되어있다.


   1박 2일로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해서 자이언 캐니언 - 브라이스 캐니언 - 파웰 호수 - 홀스슈밴드 - 앤텔롭 캐니언 - 그랜드캐니언 이스트림 -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을 거쳐 베가스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캐니언 투어 첫날 일정을 담아본다.





1. 자이언 캐니언(Zion Canyon)


   가장 먼저 간 캐니언은 유타 주에 있는 자이언 캐니언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입에서 '와-', '헉-'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찌나 광활하고 멋있던지...! 처음에 자이언 캐니언이라고 들었을 때에는 크다는 뜻의 Giant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종교적 색채가 강한 유타 주에서 지은 '신의 정원'이라는 뜻의 Zion이라고 한다. 막상 가보면 과연 신의 정원이라 할만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차에서 잠시 정차에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었다. 2시간 반 정도 좁은 차 안에 있다 나오니 공기도 싸-하니 시원하고 가슴도 탁 트이는 뷰가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자연 경관이 어쩜 이리 광활한지,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존재로 여겨지는지 모르겠다. 겸손해지는 시간이었다.


     11월의 캐니언은 꽤나 춥다. 영하 5도에서 영상 5도 사이를 오간다. 스팟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고도가 대체로 해발 2,000m 이상이다. 라스베가스보다 훨씬 추우니 이 시기에 가는 분들은 따뜻하게 챙겨 입어야겠다.

    도로 바로 옆까지 사암들이 빼곡히 차있는데 자연 보호 차원에서 어떠한 펜스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유타 주의 방침이라고 한다. 때때로 눈이 왔다가 녹은 물이 바위를 약하게 하기 때문에 눈 온 뒤, 실제로 바위의 일부가 도로로 굴러떨어지는 일도 왕왕 있다고 한다. 다행히 맑은 날 와서 안심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 나니 머리를 보호해야 할 것만 같고 그랬다.



   다소 위험부담이 있는 곳이지만, 곡선으로 난 도로와 캐니언이 만드는 조화가 예뻐 여러 컷 남겨 보았다.





2.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


    두 번째 캐니언 국립공원은 브라이스 캐니언이었다. 자이언 캐니언보다 개인적으로 훨씬 더 반한 곳이었다. 색감도 특이하고, 스케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데 솟은 바위 하나하나는 또 정교하기까지 하니 반칙이라고 할 만하다. 브라이스 캐니언을 보면서, '언어나 사진이 이 광경을 담기에 얼마나 하찮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그저 눈으로 봐야만 하는 것들이 있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가슴 벅찬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캐니언을 향해 난 길을 꽤 오래 걸으면서 그저 감탄만 하며 눈에 담고 왔다. 가끔 세상을 다 안다고 착각할 때가 있는데, 아직도 모르는 세상이 얼마나 많고 큰지 다시금 깨닫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일상에 푹 젖어(혹은 절여져) 삶에 새로움이 있을까 싶은 회의도 최근까지 느꼈었는데, 자만/교만/매너리즘 치료에는 브라이스 캐니언이 제격이었다.






3. 파웰 호수 전망대(Lake Powell)


    콜로라도 강을 막아 조성한 파웰 호수다. 휴양지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제대로 즐기려면 호수에 요트를 타고 구경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쉽게도 한겨울 날씨에 그다지 물가에 가고 싶은 계절은 아닌지라, 높은 전망대에서 구경만 했다.


     강인지 호수인지 모를 스케일의 호수에, 탁 트인 시야에 끝도 없이 펼쳐지는 협곡들과 평평하게 융기한 지반들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얼마나 큰 것일까? 사진으로는 그 느낌이 도저히 담기지 않는다.

   광활함 앞에 그 감동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작디작은 한 인간의 몸부림을 보고 계십니다.





4. 홀스슈 밴드(Horse Shoe Band)


   누가 지었는지 이름 참 잘 지었다 싶은 홀스슈밴드다. 말발굽 모양으로 강이 돌고 있는데, 이것도 실제로 보면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해 질 녘이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는데 좋은 타이밍에 딱 도착해서 뉘엿뉘엿 지는 해와 얕게 드리운 그림자까지 함께 찍을 수 있었다. 11월 Thanksgiving 주간 기준으로 5시 15분쯤 해가 졌다.

  전망대 한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펜스가 하나도 없다. 실제 사진을 드라마틱 하게 찍으려다 떨어진 관광객이 더러 있다고 한다. 각별히 주의해야겠다.






    이렇게 캐니언 투어 첫날이 지났다. 많이 걷고 차도 오래 타서 피곤한 나머지 저녁 9시에 잠에 들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과 정신만큼은 충만해진 하루였다. 일상의 매너리즘을 훌훌 털고, 초심으로 지구별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아주 많다는 사실, 그래서 더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래서 시간과 돈을 들여 여행을 하나보다.



   다음 포스팅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대망의 앤텔롭 캐니언과 그랜드캐니언이 되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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