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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Dec 03. 2023

라스베가스 여행#4 막 찍어도 맥북 배경: 캐니언

앤텔롭 캐니언, 그리고 대망의 그랜드 캐니언


라스베가스 여행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이틀간의 캐니언 투어 중 두 번째 날, 앤텔롭 캐니언과 그랜드 캐니언(이스트림/사우스림) 투어를 다녀왔다. 나름 둘째 날이라고, 이미 애리조나 주의 사막과 캐니언 뷰가 어느 정도 눈에 익어 익숙해졌다. 감각이 익숙해지는 것은 참 희한한 경험이다. 모쪼록, 전날 본 캐니언들의 뷰가 아름다웠기에, 둘째 날은 감동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이 역시도 괜한 기우였으니, 전날의 광경과는 또 전혀 다른 말도 안 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말았다. 또 다른 감동을 주었던 앤텔롭 캐니언과 그랜드 캐니언으로 떠나본다.





앤텔롭 캐니언

Antelope Canyon National Park


   이곳은 지하처럼 땅 아래 깊은 곳에 형성된 캐니언으로, 다른 캐니언들과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 캐니언 위를 지나갔음에도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에 띄지 않게 형성이 되어 있다.


  이렇게 땅에 파묻혀 있다 보니 앤텔롭 캐니언이 발견된 방식도 신박했다. 이곳에 앤텔롭이라는 종의 양을 치며 살던 인디언 소녀가 양을 몰던 중 양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양들을 찾는 과정에서 이곳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미국에는 얼마나 더 많은 발견되지 않은 캐니언들이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실제로 땅 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그저 땅이 갈라져 작게 난 틈이 있는데, 굳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감히 무엇이 있는지 상상도 못할 만했다. 지금은 저렇게 좁게 난 틈으로 사다리가 설치되어 관광객들이 오르내릴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럼 저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함께 내려가 보도록 하겠다.


    이 지역은 인디언 가이드를 동행해야만 하게 되어 있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인디언 가이드들은 역사/ 사진촬영/ 피리/ 노래 등 주특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느 주특기를 가진 가이드가 당첨이 될지는 순전히 운이다. 우리 가이드는 사진 촬영에 특화된 가이드인지라, 포토 스팟을 잘 안내해 줄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면 "와-"소리가 계속해서 나온다. 윈도우 바탕화면 사진에서 훔쳐 온 것이 아니라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조각으로 모양을 낸 것만 같은 가로로 난 섬세한 선들,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이 혼재해 있는 모습이 예술적이다. 좁디좁은 협곡을 따라 쭈욱 걸어보는데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다. 정말 아름답다.


   평소 사진을 못 찍기로 유명한 편인데, 이곳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를 쳐들고 아무 데나 찍어도 예술이 된다. 사진을 예쁘게 잘 못 찍어줘서 남편이 속상해하는 적이 많았는데, 이 날 만큼은 고객만족 100%를 달성했다는 TMI도 덧붙여본다.






그랜드 캐니언

Grand Canyon National Park


   드디어, 가장 잘 알려진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했다. 그랜드 캐니언은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남한의 크기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워낙 크다 보니 스팟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을 감상하는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 여러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 이스트림과 사우스림을 두 번 방문해 보았다. 캐니언 내에서도 이동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랜드 캐니언을 바라보면서, 이 장면을 보려고 여태 살아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사진으로 이미 여러 번 접해봤는데, '뻘건 바위들이 뭐가 예쁘다고 이렇듯 유명할까?' 생각했었다. 실제로 와보니, 그 규모와 섬세함이 주는 감동이 사진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가슴 뻐근해지는 그런 감동이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스스로가 얼마나 작디작은 존재인가가 크게 실감이 났다. 세상은 이렇듯 넓고, 아직도 보고 느껴야 할 것이 많다. 때때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삶에 더 새로울 것도 없고, 세상을 다 아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런 매너리즘도 날려버리고, 겸손해지는 경험을 했다. 일상 틈바구니 사이사이에도 계속해서 모르던 세상을 알아가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일상의 무대와 완전히 동떨어진 전혀 다른 장면에 놓여보니 한결 기분 전환도 되고, 새 숨을 불어 넣을 수 있어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그간 많이 지쳤었는데, 활기와 설렘을 되찾을 수 있어 감사한 여행이었다. 이 기운을 잘 가지고 일상으로 복귀해서 다시 씩씩하게 나아가기를 다짐해 보며, Thanksgiving 여행기를 마무리해 본다.


내디뎌 보자! 넓디넓은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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