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얼마 전 왓챠에 공개된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 시즌 2.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는 지난 5월 시즌 1이 공개되었을 때도 이곳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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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는 시즌 1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결이 약간 다르다. 요리와 로맨스(GL)의 비중이 70 대 30 정도였던 전 시즌과 비교하면 시즌 2는 노모토(히가 마나미)와 카스가(니시노 에미)의 '먹는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가 좀 더 주가 된다. 시즌 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는 1보다 10부가 더 길게 제작된 20부작으로 마무리되었는데, 빠른 호흡과 급속한 전개보다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다층적인 문제를 담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시즌 2 자체가 시즌 1과는 다소 분리된 새로운 느낌의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시즌 1이 두 사람의 이야기와 음식 나누는 행동들에 좀 더 치중했다면 시즌 2는 말 그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셈인데, 그래서 다른 두 명의 조연들이 극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모토에게 '에이섹슈얼(무성애자)'의 개념을 가르쳐준 레즈비언 친구인 야코 카나메(토모사카 리에)와, 노모토와 카스가 옆집에 이사온 대인기피와 거식증 증상을 보이는 나구모 세나(후지요시 카린)은 각각 '만들고 싶지 않은 여자'와 '먹고 싶지 않은 여자'다. 노모토와 카스가를 더욱 단단하게 연결해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조력자 같은 두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향과 트라우마를 두 사람을 통해 없애고, 그들과 진정한 친구가 된다.
서로 나누는 음식들도 여전히 맛깔스럽긴 마찬가지지만, 무엇보다 어제의 상처를 떨치고 일어나는 오늘, 그리고 오늘과 또다를 내일을 위해 때로는 달리고 때로는 걸어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라 만족스러웠다. 회당 14~15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각 에피소드들을 아우르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마지막화의 음식을 장식한 따끈하고 큼지막한 크로켓이 한동안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