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이크킴 Lake Kim
Aug 10. 2021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딱 그만큼 실망한 날. 이 정도는 되겠지, 이 정도는 되겠지 하며 기준선을 낮추어도 그조차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기에 이럴 수 있나 생각해본다. 내가 얼마나 하찮았으면. 혹은 그들이 얼마나 이기적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자던 어린 나를 떠올린다. 몇 번을 실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사람을 사랑하자던 희망에 차있던 아이를 떠올린다. 그게 도대체 무엇을 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다고 성공하는 것도 내 삶이 편안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리만치 그 다짐 하나만큼은 쇠붙이를 쥐고 돌에 새기듯 수없이 새기고 또 새겼다. 배려 없는 언어와 좋지 않은 진심을 내비친 눈빛에 할퀴었던 날들마다 다짐했다. 이제는 누가 그토록 나를 힘들게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남은 건 다짐뿐이지만.
그 사람들한테 뭘 바라겠어. 다 스치는 인연이지.
순진했던 아이는 이제 티끌만한 애정조차 품지 않는다.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기대했지만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다음부턴 기대도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럼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몇 번을 실망하더라도 사람을 사랑하자던 아이가. 상처에 갈기갈기 찢어져도 가슴 속의 작은 희망을 놓지 말자던 아이가.
그 아이한테 뭐라고 말해야 변명처럼 들리지 않을까. 지금의 나를 본다면 결국엔 너도 똑같다며 실망할까?
품어주려 하지 않을까.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눈으로 보자고 다독여주지 않을까. 걸음마를 연습하는 아기를 일으켜 세워주는 어머니처럼 무한한 애정으로 지금의 나를 믿어줄 것이다. 몸도 마음도 그 때보다 늙어버린 나는 오히려 어렸던 그 때의 내가 과거에서 보낸 선하고 순수한 품 안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한다.
순수여 그렇게 영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