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채널의 타깃은 누구인가 Ⅱ. 채널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Ⅲ. 채널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앞서 유튜버 채널을 농장을 짓는 일에 빗대서 표현을 했는데, '관광객'에게 노출이 되기 위해서는 멋진 농장을 홍보할 수 있는 이름, 그리고 어떤 농장인지를 찰나의 순간에 인지시킬 수 있는 콘셉트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01. 채널의 타깃 - 누가 영상을 보길 원하는가
장난감을 다루는 영상이라 당연히 키즈 그룹, 아이들이 메인 타깃일 수 있지만, 영상을 통해 아빠들도 영감을 얻기를 바랐다. 역할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빠로 하여금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과 소재 발굴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빠들의 입장에서는 장난감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대화와 상황을 만들어 이끌어나가는 역할극을 한다는 것이 한없이 낮 간지럽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시도의 단계를 넘어서면 그만큼 집에서 집중력 있게 아이들과 친밀감을 쌓는 애착 놀이도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책의 말미에서 이야기를 꺼내겠지만, 육아라는 것이 정말 엄청나게 위대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밥을 먹을 때나, 엄마만의 호흡이 필요한 찰나의 순간에 틀어줄 수 있는 채널이라면 육아맘 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유튜버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그때도 이미 장난감을 가지고 역할극을 하는 국내 인기 유튜버들이 많이 있었다.
거의 1주일에도 3~4편 정도가 업로드되었다. 이는 회사 생활에 지장 없도록 취미에 가깝게 시작하는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메인 타깃으로 한창 장난감 놀이를 좋아하는 미취학 남자아이들, 그리고 아빠·엄마로 하고 서브 타깃을 유튜브가 가지고 있는 국경을 초월한 영상 플랫폼의 특징을 살려 해외 아이들로 잡았다. (말 한마디 없거나 영어로 나오는 외국 장난감 놀이 채널을 보며 응용하는 아들을 보며 꼭 국내로 시청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2. 채널 네이밍 -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채널 이름을 정하던 때, 당시 메모장 캡처.
메모장을 반복해서 보았다. 뭔가 어려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다 꺼내놓기만 했지 정돈된 느낌을 주거나 딱 이거다! 싶은 것이 없었다.
장난감 채널이니 직관적으로 '장난감, toy'라는 단어를 넣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평범해 보일 것 같았다. 차별화를 한답시고 앞에 무엇을 붙이면 길어지기만 할 것 같았다.
실제 역할극을 좋아하는 아빠가 만든 채널.
아빠가 직접 촬영하고 영상을 올리는 장난감 놀이 채널.
아빠들에게 장난감 놀이의 영감을 주고 싶은 채널.
그래, 아빠!
아빠라는 채널의 입체적 주체를 네이밍에 넣되, 국내/외 어디서든 편하게 부를 수 있게 해 보자.
그래, Daddy!
방향이 조금 잡히는 것 같았다.
daddy로 여러 네이밍을 만들어 보았다.
Daddy의 방향은 잡았으니 그 앞이 문제였다.
무지개처럼 다양함을 상징한 rainbow를 붙일까.
늘 새로움과 재미가 가득하다는 의미의 wow는 어떨까.
그러다가 마블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나의 사심을 살짝 담고 '아빠는 언제나 힘낼 수밖에 없는 슈퍼맨 같은 존재여야 하는 현실과 이상'을 한 스푼 얹어서 'Super Daddy'로 하자고 결심을 했다.
설렘이 찾아왔다.
시작도 전에 다 가진 듯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행여나 같은 이름의 계정이 있을지 모르니 후다닥 구글 메일을 먼저 만들었다.
심벌 이미지도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놓친 것이 있었다.
키워드 점검을 위해 포털과 인스타에 검색을 하자마자 나는 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슈퍼대디'라는 기저귀 브랜드가 있었다.
이것은 무엇인가. 나는 누군가.
이후 다시 고민은 원점에서 시작되었고, 최초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쉽게 누구나 부르고 기억할 수 있는 '헬로 대디'로 지금의 내 채널과 캐릭터의 네이밍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03. 콘셉트 -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채널의 특징은 무엇인가
채널 이름까지 정하고 장난감 역할극이라는 주제를 잡은 상태에서 영상에 대한 테마와 방향을 먼저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회사 일에 지장을 줄 정도로 하지 말자는 원칙과 함께 내가 비주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님을 마흔 살 살아오며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튜브 스타들처럼 화면에 멋지고 예쁘게 나와서 장난감을 직접 소개하고 때로는 언박싱도 하면서 역할극을 이끌어나가기는 어려웠다.
일단 카메라에 장난감들을 주인공으로 담되, 조연으로 내 손을 출연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주제는 아들과 계속해서 놀아오던 공룡 장난감과 함께 첫 번째 영상의 주연으로 발탁(?)된 뽀로로와 친구들로 하되, 어느 정도 영상을 만드는 것에 적응이 되면 내가 애정 하는 마블 히어로 캐릭터 피규어들도 등장시키기로 했다.
'아빠가 만든 장난감 역할극 채널, 헬로 대디'
그렇게 채널의 콘셉트를 단순 명료하게 정하였다.
그렇게 유튜브 채널을 정식으로 개설한 것이 2018년 04월 15일.
잉? 04월 15일...?
분명 지난 편에서 촬영 장소 세팅을 다 한 것이 1월 말.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올려야겠다고 다짐한 컬링 장난감 놀이 영상은 어떻게 된 것일까?
다음 편에서는 첫 번째 영상을 올리기까지의 예상하지 못했던 과정들과 생소함의 연속이었던 시간을, 왜 동계올림픽 전에 채널이 개설되지 못하였는지에 대해 리얼하게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