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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싸맨 Oct 23. 2019

첫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는 분들은 필독. 첫 영상 만들기의 모든 과정.

영미로 시작해서 영미로 끝났던 그 당시의 컬링 응원 추억 (이미지 출처 : Google)
'대한민국 여자 컬링이 드디어 평창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2018 평창 올림픽의 가장 뜨거운 대박 상품은 여자 컬링이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착착 관심을 모으더니 막판에는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거의 컬링으로 TV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올림픽 개최 한 달 전 컬링 장난감을 샀었다.

이렇게 될지 몰랐다.

상황상으로만 보면 신내림을 외치며 좋아했어야 했다.

컬링 장난감 영상만 올리면 단기간 인기 검색어의 힘을 간접적으로라도 빌리며 조금이라도 더 영상 노출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 지. 만.

결론적으로 난 올림픽 하이라이트도 나오지 않는, 봄 나들이가 한창인 4월까지 첫 영상을 올리지 못했다.




3개월.

첫 영상을 만들기 시작해서 올리기까지 정확하게 100일이 걸렸다.


'영상 하나 만들어서 올리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지? 다 이런 건가?'


독자 분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궁금증 해소를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 과정을 꺼내본다.

비단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에만 해당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유튜브를 하고 싶다거나 영상 한번 올려볼까 하시는 독자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싶다.  




1. 촬영 전


(1) 스토리라인 작업

영상을 찍어본 적이 없으니 스토리가 몇 분짜리 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5~7분을 목표로 하고 이야기 흐름을 먼저 그렸다.


맨 처음에는 학창 시절부터 배워온 '기-승-전-결'의 구조를 습관대로 담았지만, 유튜브 영상에서 이러한 흐름이 꼭 답이 될 수 없음을 나중에 알았다.

→ 편집 과정에서 보니 너무 지루했다. 덜어내는데 꽤 많은 시간을 쏟았다. 영상을 올린 이후에야 초반 짧은 타이밍에 힘을 줘야 시청 시간을 계속 가져갈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2) 스크립트 작성

스토리를 장난감들의 대사로 녹이고, 컷을 나누어서 스크립트로 작성하는데만 한 달이 걸렸다.

촬영을 한 뒤에도 계속해서 수정 작업이 생겼다. 처음 작성하던 때와 다르게 영상을 보면서 하니 살을 붙일 것은 붙이고 뺄 것은 과감히 빼게 되었고, 결국 두 달 가까이 되어서야 최종 대본이 완성될 수 있었다.



(3) 촬영 무대 세팅

스토리에 따라 3개 정도의 배경이 필요했다. 급한 대로 인터넷을 뒤져 유사한 이미지를 찾아 출력했다.

바다를 표현하는 장면도 있었다. 파란색 테이블보를 수배했다.

컬링 장난감 세트는 있는데 막상 뽀로로 피규어들이 없었다. 아내의 친한 산후조리원 친구의 도움을 받아 긴급 공수하였다.

장난감 눈에 붙일 표정 연출용 스티커도 샀다. 다 큰 40살 아저씨가 문방구에서 집는 것을 본 직원분이 말없이 나를 쳐다보셨다.

컬링 대회가 주요 장소이다 보니 관중석이 필요했다. 레고와 친구들을 동원했다.


촬영장 세팅 기념사진. 사진 각도에 맞게 관중석 레고 친구들의 얼굴 방향까지 신경 썼다.



2. 촬영


촬영은 정확하게 2018년 2월 10일부터 시작해서 3월 10일에 끝났다.

물론 내가 전업 유튜버였다면 처음이라도 더 빠른 시간에 끝낼 수 있었겠지만, 회사 생활을 위해 평일에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기 때문에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물론 주말이라고 해서 오롯이 촬영을 위한 일정을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 행사나 아이들과의 시간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촬영을 시작하고서야 '컬링'이라는 소재가 쉽지 않음을 알았다.  

스토리 상 10점 위치로 스톤이 들어가야 하는데 야구도 아니고 자꾸 홈런이 되었다.

미니 스톤을 정말 정말 많이 굴렸다.

아내가 거실에서 안쓰럽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한 달의 촬영 동안 총 326개의 영상 파일이 나왔다.

장난감 역할극의 특성상 같은 앵글에 담아 긴 호흡으로 찍을 수 없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세트장이 있을 때 여러 컷 찍어 놓아야 할 것은 조금씩 다른 각도로 영상들을 담았다.


짧은 컷들을 계속 담다 보니 촬영 감독인 스마트폰이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100% 충전을 해도 순식간에 배터리가 줄어들었고, 영상을 담느라 속도도 버벅거렸다.


무명 감독 잘못 만나서 계속 뜨거운 온도로 씩씩대면서도 완주해 준 촬영 감독에게 너무나 고마움을 느꼈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감사의 표시로 스티커를 붙여 주었다. - 미안.. 예산이..)


촬영을 마치니 총 326개의 영상 파일들이 나왔다. 10GB 분량이었다.



3. 편집


(1) 영상 파일 합치기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졸업모자를 던지듯이 스토리보드를 방 위로 날리며 환호했던 것도 잠시, 10GB 분량의 촬영 파일들을 하나의 파일로 만드는 최후의 과정이 남았다.


인내심이 필요했다. 영상을 고르고, 붙이고 자르고의 연속이었다.

편집 프로그램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속도가 붙는데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까지 결국 붙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

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아빠아~~~♡ 하면서 외치며 뛰어오기 전, 주말 새벽에 대부분의 작업이 이루어졌다.

한 달 동안 그렇게 나는 아침 시작과 함께 좀비가 되었다.

(그리고는 아이들과 바로 괴물 좀비 놀이를 하였다는 것이 또 함정)


움직이는 이미지와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는 것은 거의 하지 못했다.

기술적 지식과 연출 경험 부족도 있긴 하였지만 솔직히 긴 편집 시간을 경험하면서 호기심 담긴 '시도'가 '오기'가 된 지 오래였기 때문에 영상을 돋보이게 하는 추가 활동이 내게는 너무 배부른 과정으로 느껴졌다.



(2) 녹음하기


녹음하기는 총 3가지로 이루어졌다.

영상의 싱크에 맞춰 내 목소리를 입히는 과정,

효과음을 입히는 과정,

BGM을 넣는 과정.


모니터에 나오는 가편집 영상 흐름에 맞춰 마이크로 모든 배우(?)들의 목소리를 내며 녹음하던 순간은 평소에 아들과 역할극 놀이를 하며 목소리를 바꾸던 때와 많이 달랐다.

막상 해보니 너무 부끄러웠다. 너무나 민망해서 아내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문을 닫고 하다 보니 목이 따가웠다. 나중에는 크롱의 목소리에 허스키함이 입혀졌다. (미안해 크롱..)


BGM은 유튜브 오디오 라이브러리 채널의 도움을 받아 저작권 문제가 없으면서 영상의 콘셉트에 맞는 음원 들을 골랐다.

내 입맛에 맞는 음원을 위해 계속 영상과 함께 재생해보는 과정을 1주일여 넘게 한 끝에 BGM들을 고를 수 있었다.


첫 영상 녹음하던 때. 나름의 목 보호를 위해 아내가 청포도를 가져다주었다.


(3) 섬네일을 만들고 게시 글 쓰기. 그리고 업로드.


모든 편집을 거쳐 나온 하나의 최종 영상을 이제 유튜브에 올리는 단계만 남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힘이 쭉 빠진 상황이었지만 세상에 처음 나오는 단계이니 섬네일(영상 타이틀 이미지)과 안내 글도 신경 써서 작성했다.

키워드들까지 작성 후 드디어,


업로드 버튼을 딱!
첫 영상이 업로드되는 화면 캡처. 정말 엄청나게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정 그 자체였다.


그렇게 처음 장난감을 사며 유튜버에 도전해보자! 고 생각했던 시간부터 처음 영상을 업로드하던 그 순간까지 대략 100여 일이 걸렸다.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촬영을 위한 장비, 메가 유튜버의 성공담이나 바로 도전해보라는 이야기, 유튜브의 경제적 트렌드 정도가 대부분이다.


지극히 평범한 유튜버의 입장에서 부끄럽지만 가감 없이 첫 영상을 올리는 과정을 자세히 공유한 것은, 처음 시도하는 그 과정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많음에 대해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이다.

자기 인내와 끈기, 시간 할애가 상당히 필요함을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이다.

(하루아침에 전업 유튜버를 선언하고 올인할 수 있는 분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영상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고 이를 시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구독자수나 좋아요 수를 떠나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단 하나의 영상을 올렸더라도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당신은 멋진 유튜버가 되었음을 전하고 싶고 응원하고 싶다.



첫 영상을 올리고 1년 반여가 지났다.

여전히 나는 아직 기사로 나오는 스타 유튜버의 대박 수익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평범한 유튜버이다.


하지만 동기부여를 위한 재미 목표로 삼았던 '유튜브 구독자 1,000명'을 갓 넘기기는 하였다.

그 1년 여의 시간에서 내가 어떤 경험과 어떤 실수를 하였는지, 꼭 여러분들께 공유해야겠다고 느낀 감정들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다음 편을 통해 알려 드리고자 한다.





[유튜버 심리학 - 평범한 가장의 평범한 유튜브 도전 일기]

                                                                   

_01.  나도 유튜브를 해보려고요!

_02.  유튜버 선언과 함께한 3가지의 일

_03.  쉽지만 쉽지 않았던 유튜브 채널 만들기

_04.   영상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_05.  구독자 1,000명을 위한 4개의 마음 꿀팁 

_06.  아빠, 나랑도 놀아줘요

_07.  2  유튜버가 되며 깨달은 3가지의 비밀 

_08.  우리 아이를 키즈 유튜버로 : 마음 매뉴얼

_09.  유튜버 되기!  7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_10.  마음이 이끌면 일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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