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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 Jun 19. 2020

청두, 촉(蜀) 나라의 수도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5편 중국 여타 도시-05)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중국 여타 도시



5. 청두(成都), 촉(蜀) 나라의 수도


2006년 10월 중국 서북부 지역에 있는 쓰촨 성(四川省)의 성도인 청두(成都)에 출장 갈 일이 있었다. 청두는 주변이 온통 산악지대인 쓰촨 분지에 있는 도시로, 삼국지를 통해 잘 알려진 촉(蜀) 나라의 수도였다.


'청두'라는 지명이 산둥성(山東省)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 '칭다오(靑島)'의 한국어 발음 '청도'와 유사해 혹 혼동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국어 발음은 각각 '청두(Chéngdū)' '칭다오(Qīngdǎo)'로 꽤 달라서 중국어로 대화 시에는 두 도시 이름을 혼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사진) 청두 솽류(双流) 공항 모습. 공항에 도착해서 호텔로 향하면서 찍은 사진 (2006년 10월)


(솽류 공항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lcwcj410/221682884400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도입 이후, 중국은 남부지역이나 동쪽 해안가 도시들 중심으로 먼저 산업화가 진행되고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다. 이후 국토의 균형적 개발을 위해 국가 주도로 '서부 대개발'이라는 내륙지역 개발 및 성장 정책이 추진되었는데, 러한 서부 개발의 핵심 도시로 간주되었던 곳이 바로 청두였다.


(서부 대개발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4264582?sid=101


그래서 그런지 내륙의 오지로 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을  같았던 청두의 인구가 실제로는 1,600여만 명으로써 충칭, 상하이, 베이징 다음으로 중국 4위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청두의 면적이 약 14,000㎢로 서울 면적20배도 넘었던 반면, 인구는 서울 인구의 1.6배 수준밖에 안 되는 현상을 보면 청두도 역시 충칭이나 베이징처럼 시내 도심을 제외한 시 외곽 지역은 아직 도시화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던 지역이 꽤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중국에는 미인으로 유명한 지역이 몇 군데 있는데, 청두가 있는 사천지역도 그중 하나였다. 미녀가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었지만, 주변이 산악지대로 수질(水質)이 좋을 뿐 아니라, 청두가 분지위치하고 있다 보니 안개가 많아 자연적으로 자외선과 태양 빛이 적당히 차단되어 여성들의 피부가 매우 희고, 또 습한 지역이라 자연스럽게 보습이 되는 효과까지 있어 우유처럼 깨끗한 피부를 가진 여인들이 많게 되었기 때문이라 다.


(중국 미녀 4대 도시)

https://m.blog.naver.com/tjdgns5952/221914620798


그런 선입견을 갖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실제 청두의 거리에서 만나는 여인들을 보면 대다수 여인들의 피부가 꽤 희고 맑아서, 메마르고 건조한 베이징에서 보았여인들의 피부와는 매우 달랐던 것 같았다.




반면 분지 지역에 있어 안 좋은 문제도 있었는데, 과거에는 상상하기가 어려웠겠지만 중국도 이제는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공장에서 배출되는 연기나 자동차 매연 등 오염 물질이 분지 안에 갇혀 외부로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 그런 문제도 있다고 했다. 실제 아침에는 뿌연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고 하는데, 그 안개가 단순 안개가 아니라 오염 물질이 가득한 스모그라는 것이 문제였다.


언젠가 인도 뉴델리(New Delhi)에 출장을 갔을 때 아침에 일어나 호텔 문을 열고 거리로 나오니 너무나도 후덥지근한 데다가 주변 전체가 온통 뿌연 것이 마치 무슨 사우나탕에 들어온 것 같았던 기억이 있다. 뉴델리도 바로 북쪽에 있는 히말라야 산맥 때문에 도시 안의 오염된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밤새 갇혀 있어 아침에는 그런 스모그 현상이 자주 생긴다고 다.


(뉴델리의 공기 오염)

http://m.blog.daum.net/hospace/6851073


청두에서의 스모그 현상도 이와 비슷한 이유였던 것 같은데 실제 청두 공기의 오염도는 공기의 질이 나쁘기유명한 베이징의 오염도를 능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다.


촉나라의  유비(劉備)가 살았던  시절에는 공기 좋고, 물 좋고, 아름다운 숲으로 유명했을 청두도 세월이 흘러 이제 중국이 산업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에는 꿈에도 꾸지 못했던 그런 문제들로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을 능가하는 청두의 공기 오염)

https://m.blog.naver.com/nph400/220904100153

(청두 대기오염 관리 대책)

https://m.blog.naver.com/bhmkorea/221033561002


사진) 청두 시내 거리 모습.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하늘이 온통 뿌연 스모그로 덮여 있어 베이징 하늘을 그대로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2006. 10월)


사진) 청두 쓰촨대학교 입구 및 도심 번화가 (2006. 10월)




한국에도 너무 잘 알려진 유명한 '사천(四川, 쓰촨) 요리'의 본고장답게 청두 거리에는 매운맛을 자랑하는 훠궈(火锅) 식당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이 있었다. 쓰촨 음식은 꽤나 맵기는 했지만, 독특한 향신료들을 사용해서 그런지 매운맛 외에도 묘하게 끌리는 맛이 있어 한번 먹어보면 다시 찾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아울러 매운맛을 내는 재료가 한국과는 달라서 그런지 사천 요리는 매운맛의 종류도 좀 다른데, '마라(麻辣)'라 부르는  매운맛은 한국인의 입맛 기준으로 보면 고추로 만들어진 한국의 매운맛보다는 좀 더 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마라(麻辣)'의 '麻'는 '마비(麻痺)되다' 할 때 '마(麻)'와 같은 글자이니 마비가 될 정도로 맵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중국에는 쓰촨 지방 외에도 후난(湖南)이나 장시(江西) 지방 등 매운 음식을 유독 좋아하고 자주 먹는 지역이 몇 군데 더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어느 지역이 가장 매운 음식을 먹느냐를 놓고 서로 논쟁까지 했다는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


어느 날 장시, 후난, 쓰촨 3 지역 출신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들이 즐겨 먹는 매운 음식 자랑을 하면서 아래와 같이 같은 한자 3개로만 정도를 압축해서 표현했다는 것이다.


  · 장시인 : 不怕辣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후난인 : 辣不怕 (아무리 매워도 두렵지 않다)

  · 쓰촨인 : 怕不辣 (맵지 않을까 두렵다)


장시인과 후난인이 순서대로 말하는 것을 조용히 듣고 있던 쓰촨인이 마지막에 "만든 음식이 맵지 않을까 두렵다"라고 했으니 쓰촨인이 매운 음식을 가장 즐긴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는 그런 얘기다.


그런데 또 다른 면에서 볼 때 이 문장이 매우 재미있는 것은 不(아니다), 怕(무섭다), 辣(매운 것)라는 한자 글자를 순서만 바꾸어 말했을 뿐인데 문장의 의미가 그렇게 완전히 바뀌게 된다는 것이었다. 중국어 문법의 묘미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기에 나오는 3개 지역 중 장시 대신 구이저우(贵州)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후난 음식이 쓰촨 음식보다 훨씬 더 맵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언급되는 지역을 보면 모두 중국 중남부에 있는 지역들이다. 결국 중국에서도 대체로 남쪽 지방에서 좀 더 매운 음식을 선호한다는 얘기인데, 공교롭게도 한국에서의 상황과도 유사한 것 같다.


한국도 전라도나 경상도 음식이 맵고 자극적인 경우가 많은 반면, 좀 더 북쪽에 있는 경기도나 강원도 음식은 비교적 덜 짜고 덜 맵다. 북한 음식은 더 싱거워서 경기도 음식보다도 훨씬 맹탕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정통 방식의 평양냉면을 먹으면 좀 싱겁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나와 어머님은 서울에서 출생했지만, 아버님은 평안북도가 고향이시다. 그런데 두 분 모두 매우 싱겁게 드시는 편인데 반해, 경상도  전라도에서 온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입맛이 좀 변해서 그런지 유독 나는 다소 짜고 맵게 먹는다. 나의 그런 식성을 보시고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너는 대체 고향이 어디냐?"라고 종종 농담하셨던 기억도 있다. 한번 자극적인 음식들에 입맛을 들이게 되고 나니 다시 싱거운 음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한국보다 남쪽에 있는 일본 음식들 전혀 맵지 않은 것으로 봤을 때, 무조건 더운 남쪽으로 갈수록  매운 음식을 선호한다고는  수 없을 것 같은데, 묘하게도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는 대체적으로 남쪽 지역에서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중국의 남쪽 지역을 제외한 베이징 등 중국 북쪽 지방에는 매운 음식이 거의 없고 또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한국 사람은 매운 것을 잘 먹는다고 자랑하면 통하겠지만, 중국인은 모두가 그런 걸로 오해해서 쓰촨이나 후난 사람을 만나 한국의 매운 음식을 자랑했다가는 오히려 큰 코 다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매운맛만 추출한 사이신 소스가 들어가서 그런지 한국 음식도 정말 너무 매운 경우가 있던데, 어쩌면 이제 쓰촨이나 후난 사람도 한국에 와서 그런 음식을 잘못 먹었다가는 역으로 그들이 고생할 수 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투숙했던 Sheraton 호텔 방에서 내려다본 청두 시내 (2006. 10월). 삼국지의 유비(劉備)가 살던 촉나라 수도 청두가 그로부터 2천여 년 후에는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때는 공기도 참 맑았을 텐데 이제 사진 속 청두의 하늘은 스모그로 온통 뿌옇기만 하다. 또 다른 2천여 년이 지나면 그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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