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고 재밌는 언어의 세계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1편 Paris-20)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Paris



20. 미묘하고 재밌는 언어의 세계


Paris 체류 시절, 프랑스인들로부터 혹 프랑스 남부 지중해 항구 도시인 마르세이유(Marseille) 출신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 황당했던 적이 있다. 왜냐면 나는 마르세이유에 거주해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 한 번 방문조차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추정해 보면, 아마도 내가 한국에서 불어를 배울 때, 선생님 중 프랑스 남부 발음을 가진 분이 있었고, 내가 그 선생에게 불어를 배우면서, 그 남부식 발음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서 습득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이 경상도 혹은 전라도에 오래 거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쪽 방언을 배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마르세이유 방언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64bZxs22MLY


한국에서처럼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나 프랑스에도 역시 방언이 존재한다. 문법이야 어차피 이제 프랑스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같은 문법을 학교에서 배우니 차이가 있을 수 없고, 이러한 지역 간 방언 차이는 문법이나 단어보다는 통상 발음에서 느껴지게 되는데, 발음 차이는 여러 곳에서 발견될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R의 발음으로, 프랑스 북부의 R 발음이 독일어와 유사하게 '흐' 비슷하게 발음되는 반면, 남쪽은 인접지역 이태리어의 R 발음처럼 좀 더 부드럽게 '르'처럼 발음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런데 사실 R 발음 차이는 프랑스 내에서 뿐 아니라 국가 간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영국의 R 발음이 북부 불어나 독어에 가깝게 '흐'발음이 섞여 있는 것처럼 들리는 반면, 미국의 R 발음은 '흐'발음은 전혀 없고, 버터 바른 것처럼 혀가 말려서 나는 소리처럼 들린다. 인터넷 사전에서 R이 들어가는 단어, 예를 들어서 Center와 같은 단어를 찾아서 영국식 발음과 미국식 발음을 번갈아 들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영국 간 R 발음 차이)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englishdon&logNo=220793944247


스페인어의 R 발음은 그 위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또 달라서, 불어나 이태리어, 영어에는 없는 마치 혀가 여러 번 굴러가는 것 같은 '르르르르'처럼 발음되기도 한다. 그리고 스페인어에서는 오히려 'J'가 불어의 R과 비슷하게 '흐'로 발음돼서 사람 이름으로 많이 쓰이는 José가 '조세'가 아닌 '호세'로 발음된다.


(스페인어 R 발음)

https://dict.naver.com/eskodict/espanol/#/entry/esko/8a3f36e70df648509edbb488ec65ec9b

(스페인어 J 발음)

https://dict.naver.com/eskodict/espanol/#/entry/esko/ff6d9461274e4f0a9e23e7af7d171e74


학원에는 전 세계 여기저기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R 발음처럼 국가나 지역별로 발음의 차이가 매우 뚜렷한 경우가 있어, 100%는 물론 아니지만 얼굴을 보지 못하고 발음만 들어도 대략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추정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일본인이 어지간히 한국말 잘한다 해도, 일본인 고유의 독특한 그 발음이 웬만해서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아 일본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과 같은 경우 셈이다.




일본어를 배우다 보면, 한국어와 일본어가 문법적으로는 그 어떤 다른 언어보다 서로 흡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문법이나 어순이 너무도 유사한 것은 물론 '먹습니까?'라는 말에 해당하는 일본어 '다베마쓰까? (食べますか)'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문문의 경우 공통적으로 '까'라는 동일한 발음으로 끝나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답변 '다베다(食べた)'도 한국어 '먹습니다'처럼 역시 공통적으로 '다'라는 발음으로 끝나는 점 등이 신기할 만큼 유사하다.


('먹습니까?'의 일본어 발음)

https://translate.google.co.kr/?hl=ko&sl=ja&tl=ko&text=%E9%A3%9F%E3%81%B9%E3%81%BE%E3%81%99%E3%81%8B%EF%BC%9F&op=translate

('먹습니다'의 일본어 발음)

https://translate.google.co.kr/?hl=ko&sl=ko&tl=ja&text=%EB%A8%B9%EC%8A%B5%EB%8B%88%EB%8B%A4%0A&op=translate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한국어 중에서도 경상도 방언만을 놓고 보면, 경상도 방언과 일본어는 이 외에도 심지어 발음 및 억양에서까지 유독 더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쌀'이 '살'로 발음되는 것처럼, 일본어 표준 발음에도 'ㅆ' 발음이 없고, 'ㅅ'발음뿐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일본어 'さしすせそ'의 발음은 모두 '사시스세소'로 들리지, 어느 하나도 'ㅆ' 발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표준 한국어 발음에서는 '사시스세소'와 '싸씨쓰쎄쏘'가 매우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일본어 발음은 경상도 방언 발음과 유사하게 '사시스세소'만 존재하는 것이다.


(일본어 뿌리는 경상도 사투리)

https://news.joins.com/article/2063339


박사학위 받느라 일본에 10여 년간 유학했던 동생이 가끔 제자들을 한국으로 보내, 우리 집에 일본 학생들이 몇 달간 체류하곤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들을 통해서 들었던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누군가 멀리서 일본어 발음과 억양으로 얘기를 하길래 일본인으로 알고 가까이 가서 보니, 일본인이 아니고 경상도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는 것이었단다.


멀리서 들으면 순수 일본인도 헷갈릴 만큼 발음이나 억양이 비슷했다는 얘기인데, 두 언어 간 유사성에 대해 일본이야 한반도 일부가 자신들의 영토였다는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 설과 같은 주장과 연관 지어 해석하려 하겠지만, 사실은 백제계와 더불어 신라계가 다수 일본으로 이주한 결과로써 그러한 언어 유사성이 생긴 것은 아닌가 싶기다.




불어 단어 발음이 민망한 한국어 단어를 연상시켜 거북한 경우도 있다. Paris에는 '보지라르(Vaugirard)'라 불리는 거리가 있고 또 '소떼', '염소 떼'가 아닌 '개떼(Gaîté)'라는 전철역이 있다. '보지라르'는 인물 명 '지라르'의 언덕이란 의미이고, '개떼'는 즐거움이라는 의미를 가진 불어 단어일 뿐이었지만 묘하게도 그 발음이 한국어의 특정한 단어들을 연상시킨다. 또 "쌔끼싸(C'est qui ça?)"라는 좀 특이하게 그 발음이 들리는 말도 있는데, 이것 또한 욕이 아니고, "그 사람이 누구냐?"라는 의미의 불어일 뿐이다.


(불어 단어 Vaugirard 발음)

https://dict.naver.com/frkodict/#/search?query=vaugirard

(거리 Vaugirard 표시판)

https://narizza.wordpress.com/2017/02/19/rue-vaugirard-longest-street-in-paris/

(불어 단어 Gaîté 발음))

https://dict.naver.com/frkodict/#/entry/frko/71882078b80f477eb67e56855828f6d5

(전철역 Gaîté 모습)

https://www.flickr.com/photos/8693454@N06/4874953182/

("그 사람이 누구냐?"는 의미의 불어 발음)

https://translate.google.co.kr/?hl=ko&sl=fr&tl=ko&text=c%27est%20qui%20%C3%A7a&op=translate


참 묘한 우연의 일치인 것 같은데, 불어에는 하필이면 먹는 음식 중에 '똥(Thon)' 샌드위치라 불리는 음식도 있다. 소, 돼지와 같은 육고기를 먹지 못하는 나는 학원 앞 빵집에서 점심때 주로 사 먹었던 샌드위치가 바로 이 샌드위치였는데 '똥'샌드위치는 샌드위치에 배설물 '똥'을 바른 것이 절대로 아니고 그저 참치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라는 의미이다.


('참치'의 불어 번역 및 발음)

https://dict.naver.com/frkodict/#/entry/frko/9a338c0aae604d59badd856747209613


불어로는 참치를 '똥(Thon)'이라고 말하니, 참치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자연스럽게 '똥(Thon) 샌드위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이야 한국어에서 '똥'이 뭘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니 아무런 느낌이 없겠지만, 내 경우 점심때 식사를 하기 위해 빵집에 가서 똥 들어간 샌드위치 달라고 거의 매일'똥, 똥'을 반복해야만 할 때마다 괜스레 혼자 우습기도 했고 기분이 좀 묘하기도 했었다.




불어를 배우다 보면 불어 단어를 통해 영어단어가 훨씬 더 쉽게 이해되는 경우가 의외로 꽤 많은데, 그 이유는 영어의 단어 대부분이 불어에서 넘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모임, 회합, 협의, 관습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영어 단어 Convention은 불어에서도 Convention이라고 적고 그 발음만 '꽁방시용'으로 좀 다른데, 이 단어는 불어 단어 'con'과 'venti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불어에는 '오고 가다' 할 때 '오다'라는 의미로 'venir'라는 동사가 있고, 이 동사에 명사형 접미사 '~tion'이 붙으면서 명사 'vention'이 된다. 'con'은 동일한 라틴어계 언어인 스페인어에서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불어에서도 역시 '함께'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접두사이다.


con+vention은 이 두 단어가 합쳐진 것이니, 자연스럽게 '함께 오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으로, 결국 모임이나, 의견 일치를 나타내는 협의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가 된 것이다.


이 단어가 그대로 영국으로 넘어가 영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인데, 불어로는 Convention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con 그리고 vention을 통해 쉽게 추정될 수 있지만, con이라는 접두사나 venir라는 동사가 없는 영어로서는 어원을 통해 그 단어 의미의 뿌리를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무력을 동원하여 정권을 탈취하는 것을 의미하는 '쿠데타' 역시 영어로 'Coup' 또는 'Coup d'état'로 적는데, 불어로 coup는 충격, état는 국가를 의미한다 (d’는 of). 따라서 결국 국가적 차원의 큰 충격을 의미하는 말이 되니 정변(政變)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으로 이 단어 역시 불어에서 넘어온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불어 단어들 또한 과거 로마제국의 프랑스 땅 정복 이후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이 많고, 또 라틴어 단어의 상당 부분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헬라어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군단(軍團)을 의미하는 영어 'legion(리젼)'은, 불어 'légion(레지옹)'에서 유래됐고, 그 불어는 라틴어의 'légĭo(레기오)'에서 왔으며, 그 라틴어는 또다시 헬라어의 'Λεγεων(레게온)'에서 유래된 것과 같은 것이다.


성경의 구약이 히브리어로 쓰인 반면에, 신약은 헬라어로 쓰여 있는데, 한글 주석서 도움으로 헬라어로 쓰인 신약을 보다 보면 헬라어에서 라틴어로, 라틴어에서 또다시 서유럽 언어로 전파된 수많은 단어의 흔적들을 접할 수 있다. 물론 헬라어도 그 이전에 존재했던 다수의 언어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인데, 언어도 문화처럼 역사 속 흥망성쇠와 함께 이곳에서 저곳으로 흘러가기도 하며 또 그 과정에서 변형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한편 비록 영어단어의 상당수가 불어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영어는 문법구조적으로는 불어와 같은 라틴어계가 아니고 게르만어계 언어다. 그럼에도 불어에서 넘어온 단어가 많은 이유는, 프랑스 북부의 노르망디 지방에 정착해서 장기간 그곳에서 거주하며 불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게 된 바이킹의 후예 노르만족이 11세기에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을 완전히 정복하면서(Norman Conquest, 1066년), 당시 그들이 사용하던 불어가 영국 왕족과 귀족사회의 공용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영국이라는 섬안에서 그렇게 지배계층이 사용하는 불어와, 평민들이 사용하는 영어가 같이 사용되고 섞이면서, 원래의 영어가 많이 변하게 되었는데, 쉽게 바뀌기가 어려운 문법 구조, 즉 게르만어계 문법은 변하지 않고 상당 부분 원형이 그대로 유지됐던 반면, 상대적으로 쉽게 변할 수 있는 어휘 또는 단어에는 지배층이 사용하던 불어 단어가 대대적으로 유입되어, 결국 오늘날 사용되는 영어 단어의 80% 이상이 불어에서 온 단어들로 구성되는 현상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미국 문화 중심 서구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평상시 대화 중, TV, 레스토랑, 미팅, 마케팅, 뷔페, 비타민, 로스쿨, 드라이버, 모니터, 테니스, 커피, 주스 등등 너무나 많은 영어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결국 이제는 이러한 외래어 단어를 제외하고서는 거의 대화가 불가능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어 어순이나 문법은 결코 영어처럼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과 같은 논리로 보면 될 것 같다.


영어와 불어가 반씩 섞여서 한 단어가 만들어진 재미있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도 잘 아는 음식 'Beefsteak'가 바로 그 좋은 사례다. 영어로 소를 말할 때는 Ox, Cow, Bull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지만 결코 Beef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경우는 없다. 그럼 왜 소고기 요리를 Oxsteak, Cowsteak 등으로 표현하지 않고 Beefsteak라고 할까?


그 이유도 바로 전술한 프랑스 노르만의 영국 정복에 있다. 즉, 불어와 영어가 영국 섬에서 섞여 사용되면서 만들어진 단어다. 불어로는 소를 봬프(bœuf)라고 하는데, 이 봬프가 영어 단어 스테이크(Steak)와 합쳐지고, 이후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영국인에게는 발음하기가 불편한 봬프(bœuf)가 비프(Beef)로 발음하기 편하게 변형된 것이었다.


언젠가 회사의 어학 교육과정에서 영어를 배울 때, 미국인 강사에게 이와 같은 Beefsteak 어원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처음에는 비웃듯 믿지 않다가 나중에 어디에선가 그 어원을 확인해 보고 나서는 나 같은 한국의 동양인이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 신기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언어를 통해 역사를 연구하는 어원학(etymology)이라는 학문 분야도 있다는데, 이 나라 저 나라의 다양한 언어들을 경험해 보면, 이처럼 단어나 언어에 역사적 사실과 흔적이 담겨 있는 경우가 의외로 꽤 많은 것 같다.




캐나다 주재 근무할 때, 불어/영어를 모두 구사하는 현지인 직원에게 "한국인이 듣기에는 영어는 '솰라솰라', 불어는 '쑝쑝쑝쑝', 일어는 '아따까따'라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네가 들어보면 한국어는 어떤 식으로 들리냐?”라는 질문을 했던 적이 있다.


그 직원은 한동안 나름 진지하게 고민을 하더니, 한국어는 '흑흑흑흑'하는 것처럼 들린단다. 답이 꽤 의외였는데, 왜 그렇게 들렸을까 생각해 보니, 영어나 불어에는 우리말의 '먹다', '박았다', '목소리', '박혁거세', '깍두기', '두레박' 등처럼 'ㄱ'이나 'ㅅ', 'ㄷ'과 같은 강한 발음을 가진 음절이 꽤 드물기 때문에, 그러한 강한 발음이 유독 많은 한국어가 그 직원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나 싶었다.




불어에는 한국말의 표현법과 너무나 일치하는 표현법들도 있다. 한국말로 "검소한 생활을 하기 위해 작정하다"는 말을 의미하는 "허리띠를 졸라매다"와 너무나도 동일한 표현이 불어에도 똑같이 존재하고 있어 놀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좀 더 알아보니 불어뿐 아니라, 영어 및 중국어에도 역시 같은 표현이 있었다.


불어/영어/중국어로도 "검소한 생활을 위해 작정하다"라는 말을 할 때는 한국어와 동일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다"라고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se serrer la ceinture", "tighten one's belt", "勒紧腰带(leijinyaodai)" 등인데, 프랑스인, 영국인, 중국인, 한국인 모두 허리띠와 검소함을 연관시킨 공통적 발상이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에는 정말 너무도 특이한 것 같다.


(불어 "허리띠를 졸라매다"는 표현의 의미)

https://dict.naver.com/frkodict/#/entry/frko/374266a8fe674cf88ea9db25b6f28d03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일본어에는 이런 표현은 없고, "지갑의 끈을 조인다"처럼, 허리띠가 아니고 좀 더 직접적으로 지갑을 사용해서 표현한다고 들었다.


또 불어로 "aller manger des haricots"라는 말이 있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콩밥 먹으러 간다"라는 의미다. 그런데 한국어에서 이 말이 "감옥에 간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것처럼, 불어에서도 역시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우연치고는 꽤 놀라운 우연의 일치다.


(불어 "콩밥 먹다"는 표현의 의미)

https://dict.naver.com/frkodict/#/entry/frko/539d2f3e88b04567a1fcd68da3e1ca63


하지만 정작 프랑스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중국어, 일본어에는 이런 표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가까운 나라에는 없는데,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에 있는 국가인 프랑스의 불어에만 한국어와 같은 방식의 표현법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불어 등 유럽의 언어에서는 확실하게 다른 단어로 구분되어 표현되는 색상에 관한 단어가 순수 한국어에서는 한 단어로 사용되는 특이한 경우도 있다.


불어로 Bleu는 파란색, Vert는 녹색이다, 영어에서도 각각 Blue, Green으로 두 색은 다른 단어로 표현된다. 인접국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청(靑) 색과 녹(綠) 색은 각각 다른 단어로 표현된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푸를 청(靑)', '푸를 녹(綠)'이라고 하듯이, 청색(靑色)과 녹색(綠色)을 모두 '푸른'이라는 한 단어로만 표현한다. 결국 녹색을 지칭하는 순수 한국어는 존재하지 않은 것인데, 따라서 순수 한국어로는 두 가지의 색을 구분하려면 한자에서 차용한 청(靑)과 녹(綠)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구분할 수밖에 없다.


검은, 붉은, 노란, 하얀, 까만 등 색을 표현하는 무수히 많은 순수 한글 단어가 있지만, 유독 청색이나 녹색을 구분하는 순수 한국어 단어는 없는 것으로 봤을 때, 애당초 한국인은 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좀 더 알아보니 이처럼 두 가지 색을 구분 못하는 언어가 한국어 외에도 의외로 꽤 많이 있었다.


(언어별 청색과 녹색의 구분)

https://ko.m.wikipedia.org/wiki/%EC%97%AC%EB%9F%AC_%EC%96%B8%EC%96%B4%EC%97%90%EC%84%9C%EC%9D%98_%ED%8C%8C%EB%9E%91%EA%B3%BC_%EB%85%B9%EC%83%89%EC%9D%98_%EA%B5%AC%EB%B3%84


매일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 언어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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