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후각과 카레, 청국장, 방귀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2편 Toronto-11)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Toronto



11. 아이의 후각과 카레, 청국장, 방귀


얼마 전 한국의 TV에 출연한 한 동남아인이 방송에서 직접 언급한 얘기다. 한국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서빙 일을 할 때, 식사하러 온 한 중년 한국인 손님이 "이 사람 왜 이렇게 이상한 냄새가 나!"라고 인상 쓰며 자신에게 대놓고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한국인 및 외국인 방송 출연진은 당연히 모두 경악하는 모습을 보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어쩌면 그렇게 용감한 얘기를 했던 그 중년의 한국 남성은 사실 느꼈던 바를 솔직히 있는 그대로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외국인에게서 그러한 냄새를 종종 느끼게 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사실을 표현한 것으로 인정해야만 한다면, 역으로 외국인에게 역시 우리의 냄새 또한 그렇게 이상하고 때로는 역겹게까지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동시에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랬을 때 그런 솔직한 얘기를 이번에는 자신이 듣게 되는 경우를 직접 당해보면, 비록 그 표현이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큰 모욕감을 주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나라 저 나라 살면서 여러 인종, 여러 민족을 만나다 보니 같은 민족 간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냄새도 이민족 간에는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주로 먹는 양념이나 식재료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무더운 여름 해외여행 가면서, 항공기 탑승 전 얼큰한 된장찌개에 김치, 마늘까지 먹고 이도 닦지 않은 채 그대로 탑승했다면, 그 사람의 좌석 주변에 앉게 된 외국인 대다수는 그 사람 주변에서 스멀스멀 퍼지는 이상한 냄새를 피해 다른 빈 좌석을 찾아갈지도 모르겠다.


물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전술한 중년의 한국인 남자처럼 대단히 솔직한 외국인이었다면, 단순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남자가 했던 말과 똑같이 무례한 말까지 남기고 다른 자리로 갔을 것이다.


우리에게 일부 백인의 노린내가 매우 심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고, 일부 인도인이나 중동인 냄새도 적지 않은 고통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냄새도 역시 외국인에게는 분명히 참기 힘든 고약한 냄새로 느껴질 수 있다.


한국에 왔던 적이 있는 외국인들과 좀 친해지고 나면 종종 듣게 되는 얘기가 하나 있는데,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 등 한국의 공항에만 내리면 곧바로 매우 독특한 냄새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 독특한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감을 잡지 못하다가 한국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면 그 냄새가 바로 마늘 냄새였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마늘을 먹는 외국인이나 마늘을 사용하는 외국음식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마늘을 사용하는 음식이 한국에는 훨씬 더 많고 또 생으로 마늘을 먹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먹는 양 또한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마늘 냄새가 한국인들에게는 꽤 오랜 기간 누적되어 쌓여 있고, 그럼으로써 한국인들이 다니는 공간에는 그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미시소거 집 근처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저녁에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하고,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식사 후 술김에 깜빡하고 이를 닦지 않은 것을 후회했던 적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강한 한국음식 냄새가 더 진하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까지 다른 주민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나는 다른 주민에게 음식 냄새 끼칠 염려 없이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주민들 대부분이 차를 갖고 다녀 주차장이 있는 지하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곤 하기 때문에 지하에서 탈 때 혼자였다면 통상 내가 거주하는 10층까지 중간에 멈추지 않고 바로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무 일 없는 무사한 귀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 날은 웬일인지 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어 섰고, 문이 열리면서 백인 모녀 2명이 불쑥 올라탔다. 그 순간 내 몸에서 냄새가 꽤 많이 날 것 같아서 1층에서 내려서 다음 엘리베이터를 탈까 하는 고민도 잠시 했었는데 머뭇머뭇 망설이는 사이에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 버렸다.


이제 나는 그 모녀와는 적어도 몇 초간은 그 좁은 공간에서 같이 있어야 했는데 김치에, 찌개에, 술까지 마시고 옆에서 구워 먹었던 삼겹살 냄새까지 내 옷과 몸에 잔뜩 배어들어 있을 것이니 그 음식 냄새가 걱정이었다.


게다가 인사한다고 입까지 열면 이 모녀가 생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위력의 한국음식 냄새가 그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진동하게 될 것 같아 적어도 입만이라도 꾹 다물고서 아무런 인사도 안 하고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몇 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져버렸다. 4~5살 정도 돼 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폭탄 발언을 해 버린 것이다. "엄마,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냄새 나!"라고 너무도 확고하고 자신 있게 엄마에게 말을 한 것이다.


물론 솔직히 아이가 느낄 정도면 그 아이 엄마도 충분히 내 주변에서 퍼지는 그 묘한 냄새를 이미 느꼈을 것이다. 다만 엄마는 예의상 참고 있었을 텐데 자신의 느낌을 충실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나이에 있던 그 아이가 불쑥 충격적인 발언을 하는 것까지는 미처 말리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 엄마는 당황해서 "아니야 아무 냄새도 안나", "이것은 엘리베이터 냄새야" 등 논리적으로 전혀 타당치 않은 여러 말로 아이를 무마해 보려 했지만, 그 아이는 조금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분명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예의가 있는 아이였는지 한 번도 날 쳐다보면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죄인처럼 눈만 끔벅끔벅 뜨고 딴청을 하고 있다가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죄진 사람처럼 성급히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본사에서나 현지에서 외국인 거래선들과 상담하면서, 같은 한국인에게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외국인들의 체취나 입 냄새로 때로는 정말 머리가 아플 정도로 힘들어서 상담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그저 그 순간을 피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던 경험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똑같은 악취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후 깨우치고 난 뒤에는 식사 후에는 항상 이를 닦았다.


하지만 그놈의 술이 문제라고 술만 마시면 그걸 게을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날 마주쳤던 그 아이를 통해 그것을 게을리했을 경우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던 셈이다. 실수의 결과를 솔직한 표현으로 지적해 줌으로써 냄새로 인한 문제를 새삼 다시 깨우칠 수 있었으니 어쩌면 그 아이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먹는 카레 냄새는 그리 독하지 않지만, 인도인이 먹는 정통 향료가 들어간 카레는 그 냄새가 훨씬 더 강하고 독하다. 캐나다에 도착해 거주할 집을 보러 다닐 때, 이전에 인도인이 살았던 집은 그 집이 텅텅 비어 있어도 들어가면 바로 직전에 거주하던 사람이 인도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지독한 인도 카레 냄새가 집안에 온통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냄새가 역겨워서 나중에는 인도인이 살았다는 집은 아예 찾아가 보지도 않았다. 인도인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 냄새가 우리에게는 그렇게 독했던 것이다.


그런데 훨씬 더 독한 냄새를 갖고 있는 그 카레를 즐겨 먹는 인도인들이 한국음식 냄새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해 온 적이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한국인 동료 주재원 옆집에 인도인들이 살았는데, 된장국 냄새가 너무나 참기가 힘드니 제발 끓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간절하고 정중한 당부 겸 항의를 해왔던 것이었다.


그 항의를 듣고 우리는 "인도 향신료가 들어간 카레 냄새가 얼마나 독한데 우리 된장 가지고 그러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건 어릴 때부터 된장냄새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우리 한국인의 판단이고, 된장냄새에 도무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구수한' 냄새라고 표현하는 바로 그 냄새는 우리가 정말 지독하다고 표현하는 카레 냄새보다 더 '지독한' 냄새일 수 있다.


이후 이 동료 집에 가 보면 된장 끓일 때는 마치 기도원처럼 부엌 여기저기 촛불 4~5개를 켜 놓고 환풍기는 최대한으로 가동한 상태에서 된장 끓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주재 근무하게 된 홍콩에서도 비슷한 기억이 있다. 당연히 한국 음식 중에 청국장 냄새는 특히 더 지독할 텐데, 하루는 너무도 청국장이 먹고 싶어서 한국 식품점에 가서 청국장을 사서 집 부엌에서 끓였다가 아파트 보안 인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치는 것을 경험했다.


시궁창에서 썩은 두부 같은 너무나도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취두부(臭豆腐)도 잘 먹는 홍콩인 이웃이 내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경비실에 신고를 해서 아파트 보안 인원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무슨 문제없느냐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현관문 틈을 통해서 집안을 들여다보던 보안 인원을 부엌으로 데려가 청국장이 한참 끓고 있는 냄비의 뚜껑을 확 열고 보여주었다. 바로 그 순간 무심결에 고개를 숙여 그 냄비 안을 바라보던 그 보안 인원은 마치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듯이 고개가 뒤로 거의 90도 정도 꺾이며 진저리를 치고 물러섰다.


청국장 냄새가 외국인들에게 다소 독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지만 그렇게 온몸이 튕겨 나가듯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니 역시 한국 청국장 냄새는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민족 간 서로 많이 다른 음식을 평생 동안 먹다 보면, 결과적으로 그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몸에서 풍기는 냄새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특히 그런 음식이 소화되고 삭혀서 변이나 방귀 등으로 신체의 외부로 배출될 때는 더욱더 견디기 힘든 냄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는 급한 일이 있어 캐나다 법인 영업부서 과장 방문을 노크도 없이 갑자기 불쑥 열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급하게 얘기를 하다가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뻔뻔하기로 유명한 그 백인 얼굴은 이상하게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고, 주변에서는 뭔가 아주 역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순간 바로 그 상황이 내가 들어오기 직전 혼자 있던 방에서 그 백인이 마음 놓고 방귀를 뀌었는데, 그 냄새가 미처 빠져나가기도 전에 내가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


바로 창문을 열면서 그 백인을 보고 "너 방귀 뀌었지?"라고 물어보려 했는데, 방귀라는 영어 단어는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고, 거래선들과 미팅하면서도 사용할 기회가 없어서 통 떠오르지가 않았다. 결국 말을 좀 돌려서 "너 방금 전에 뒤에서 가스 방출했지?"라고 물으니, 그 백인도 민망했는지 더 뻘게진 얼굴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다고 실토를 했다. 참고로 '방귀 뀌다'라는 영어의 단어는 'Fart'인데 그날 그 과장의 답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배웠다.


캐나다인들이 먹는 음식과 한국인이 먹는 음식과 서로 많이 다르고 또 그들이 상대적으로 한국인보다는 육식을 더 많이 해서 그런지 그날 흡입했던 캐나다인의 방귀 냄새는 기존에 한국에서 느꼈던 한국인의 방귀 냄새와는 너무도 달랐는데, 한마디로 한국인의 방귀보다는 10배 이상 냄새가 지독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얘기는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김치나 된장 등을 우리가 입으로 먹을 때조차도 그 냄새를 못 견디고 힘들다 하는 캐나다인들도 있는데, 그 음식들이 위와 장을 거쳐서 소화되고 삭혀서 방귀라는 공포스러운 가스로 방출될 때는 캐나다인들에게도 역시 우리들의 방귀 냄새가 캐나다인의 방귀보다 똑 같이 10배 정도는 더 독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될 것 같다.




동물, 특히 개는 사람과 달라서 시각보다도 오히려 냄새로 사람이나 다른 개를 기억한다고 한다. 우리는 물론 개만큼 냄새로 사물을 구분하고 기억하지는 않지만, 사람에게도 냄새는 역시 주요한 감각 중 하나일 것이다.


친한 친구나 부모, 형제라면 그들이 어떤 나쁜 냄새를 잠시 풍기더라도 다소 불편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냄새가 그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인성, 성격, 청결도 등 많은 부분에서 이미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관계이거나 특히 처음 만나는 외국인이라면 사정이 좀 달라서 상대방으로부터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냄새가 상대방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도 꽤 높을 것이다.


이성적 논리적 판단 외에도 사람에게는 5 감이라는 또 다른 감성적 느낌이 있기 때문일 텐데, 지나서 보면 실제 후각과 같은 5 감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사람에 대한 주요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작용했던 경우가 결코 적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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