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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 Dec 16. 2019

혼혈 여인의 매력과 언어의 세계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2편 Toronto-20)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Toronto



20. 혼혈 여인매력과 언어의 세계


캐나다 법인의 콜센터에 근무하던 미모의 20대 후반 백인 여직원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저 단순히 미인이라고만 표현할 수 없는 뭔가 좀 색다른 매력을 가지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역시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금발이었고 누가 봐도 완연한 백인이었지만 다른 백인과는 뭔가가 달랐던 것이었.


어느 날,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조상의 혈통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학교나 집에서 늘 배우고 들은 그대로 순수한 한국인이라고 내 혈통을 소개한 반면 그녀는 자신의 조상에는 영국, 독일, 스페인 많은 유럽 국가 국민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사실 우리도 오랜 역사를 지나오면서 분명 주변국의 국민과 적지 않은 혼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변 국민인 일본인이나 중국인의 혈통이 섞여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을 우리는 꽤 불편하게 느끼는 반면, 그녀는 전혀 그렇지 않아 좀 의외였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랐던 것은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자신의 할머니는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이라는 것이었다.


역사적 기록은 없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은 한국인처럼 원래 동북아시아 지역에 살던 민족이 오래전 베링(Bering) 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함으로써 형성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은 원주민 혼혈의 후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그동안 내가 그녀에게서 느꼈던 독특한 눈빛의 매력이 어쩌면 동양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었던 그런 매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했다.


먼 친척도 아닌 직계 할머니가 백인과 북미 원주민 사이의 혼혈이었다면, 손녀가 되는 그녀에게도 원주민 또는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한국인과 같은 동북아시아인의 혈통이 섞여있어 분명 백인의 외모를 하고 있음에도 그렇게 색다른 눈빛의 매력을 풍기고 있었던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북미 원주민이 한국인과는 관계가 깊다는 내용이나 근거는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꽤 많이 등재되어 있는데,  내용들을 보면 나름 타당성이 있는 것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사실 미주 대륙의 원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주민에게서도 한국의 풍습이나 한국의 언어를 연상시키는 유사한 점이 발견되는 경우는 의외로 적지 않다.


정말 원래 하나였던 인류의 언어가 바벨탑 사건 이후 여러 개로 갈라진 흔적이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아빠'나 '엄마' 같은 단어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경우가 매우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몇몇 지역의 '아빠'라는 단어는 한국어와 구분이 안될 만큼 너무나도 유사하다. 홍콩 법인 주재 근무 시, 퇴근 후 집에서 홍콩 TV 드라마를 보는데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린 딸이 갑자기 아버지를 '아빠'라 부르는 것을 듣고서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니, 지금 홍콩에서 홍콩 TV를 보는데 왜 한국 단어가 나오지?" 순간적으로 내가 한국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 남부 언어에서는 광동어뿐 아니라, 민남어(閩南語, Hokkien), 객가어(客家語, Hakka) 모두 '아빠'를 우리 발음과 거의 똑 같이 '아빠(阿爸, aba)'라고 부른다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의외인 것은 더 검색해보니 이처럼 '아빠'라는 발음이 너무도 똑같은 경우가 훨씬 더 먼 지역에서도 역시 발견된다는 것이었다. 중동의 히브리어, 인도 남부 타밀어, 동유럽의 헝가리어 등에서도 '아빠'를 의미하는 단어의 발음이 한국어와 너무나유사했다.


한국에서는 훨씬 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표준어에서는 아빠를 각각 'パパ(papa)', '爸爸(baba)'라 말해서 다소 비슷하기는 하지만 우리말과 좀 더 차이가 있는 걸 보면, 그 먼 곳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에서 우리와 똑같이 '아빠'라고 발음하는 현상이 매우 특이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헝가리어에서는 '아빠'뿐 아니라, '아버지'에 해당하는 'Apuchi'라는 단어 발음까지 한국어너무나 비슷해서 좀 섬찟하기까지 다. 지금도 경기, 경상, 전라, 충청 지역 방언으로는 '아버지'를 '아부지'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아래 사이트에서 헝가리어 'Apuchi'의 실제 발음을 들어 보면 두 발음이 너무나 똑같다.


(헝가리어 '아버지' 발음)

https://www.howtopronounce.com/hungarian/apuci/


(언어별 '아빠' 발음)

광동어 (http://www.cantonese.sheik.co.uk/dictionary/examples/892/)

객가어 (https://www.moedict.tw/:%E9%98%BF%E7%88%B8)

히브리어 (https://www.youtube.com/watch?v=Fho2U5J8aC4)

타밀어 (https://www.youtube.com/watch?v=3rUAV6w36x0)

헝가리어 (https://dict.naver.com/hukodict/hungarian/#/userEntry/huko/27c87d8a0bb1c25ac602665c918b7398)


우연으로만 간주하기에는 발음의 유사성이 너무 높아, 분명 어떤 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 특히 동북아시아 민족인 훈족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헝가리단어에서의 유사성이 두드러진다.




한국과 인접한 가까운 지역의 언어에서조차 발견되지 않는 유사성이 왜 인도나 중동, 유럽 같은 먼 에 있는 지역에서 발견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처럼 유사한 어휘나 관습이 많이 발견되는 지역 사이에는 분명히 역사적으로도 어떤 공통된 연결고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런 연결고리가 확인되는 경우 중 하나가 루마니아 언어 사례다. 불가리아, 세르비아, 체코,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모든 동유럽 국가들은 일관되게 슬라브어통의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루마니아'라는 국가는 특이하게도 라틴어계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슬라브어라는 넓은 바닷속에서 유독 루마니아만 라틴어계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을 보면 아마도 루마니아와 라틴어계 언어의 원조인 로마제국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을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실제 역사 기록을 확인해 보면 그 고리가 증명된다. AD 2~3 세기경에 로마제국이 루마니아 지역을 정복한 후, 그 땅으로 로마인들을 대거 이주시켰다는 기록이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루마니아인은 주변 슬라브 민족 국가들과는 달리 로마인의 후손이니 당연히 그들의 조상인 로마인들이 사용하던 라틴어를 대대로 자연스럽게 사용해 왔던 것이다.


(로마인이 사는 땅)

https://shindonga.donga.com/3/all/13/109223/1


인도 타밀어 단어가 한국어와 유사한 점이 많은 이유 역시 고대 가야의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다는 역사적 기록과도 어쩌면 연관이 있는지도 모를 것 같다.


(허황후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2981023?sid=103


이처럼 언어가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을 증명하는 사례는 그 외에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서도 찾을  있는데 영국인이 식민 지배한 북미에서는 당연히 영국인의 영어가 통용되고 있고, 스페인인이 식민 지배한 남미에서는 스페인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들이다.



  

북미 원주민도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조상이 살았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오래전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했던 사람들의 후손이라면 마찬가지로 언어나 기타 풍습 등에서 동북아시아인이나 한국인과는 유사한 것들이 흔적이라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주민 부족 중의 하나인 '아파치(Apache)'라는 부족 이름 의미가 'Enemy(敵)'를 의미한다는 등 몇 가지 추정이 있지만, '아버지'를 의미하는 말이라는 설도 있는데, 이 말이 맞는다면 우리말의 '아버지'와 '아파치'는 그 뜻과 발음이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만일 '아파치'의 뜻이 아버지가 아니라 Enemy라고 하더라도, '아파치'라는 단어의 끝 발음 '치'는 결국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인디언 부족인 '코만치(Comanche)'라는 부족의 이름 그 의미가 '싸우려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서 역시 '치'는 사람을 의미하고, 그 외에도 다른 인디언 부족명 '체로키(Cherokee)' 또한 '언어가 다른 사람' 또는 동굴에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팔라치(Apalachee)'로 불리는 부족명 역시 '반대편 사람'이라 하는데 이처럼 북미 대다수 원주민 언어에서 '치', '키', '지'등은 모두 사람을 나타내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명과 그 의미)

Apache

http://www.native-languages.org/apache.htm

Comanche

https://www.britannica.com/topic/Comanche-people

Cherokee

http://www.native-languages.org/cherokee.htm

Apalachee

http://www.native-languages.org/apalachee.htm


그런데 공교롭게도 '치','지'라는 접미사는 한국어에서도 역시 사람을 의미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사용되는 '장사치, '양아치', '벼슬아치', '아버지', '거지', '마루치', '아라치',

'그 치, '저 치' 등등의 단어에서 '치'나 '지'는 모두 사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동북 민족 언어인 몽고어나 만주어뿐만 아니라 주변 민족과의 혼혈 때문에 외모는 이제 동북아인과 많이 달라졌지만 혈연적 언어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터키의 터키어에서도 '치', '지'등의 접미사는 역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쉽게 자료를 접할 수 있는 터키어를 보면 그 '치'의 의미가 너무도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검색해 보면 터키어에서 단어 끝이 '치(ci)'로 끝나는 단어는 대부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yalan'은 거짓말하다인데 여기에 ci가 붙어 'yalanci'가 되면 '거짓말하는 사람'을 의미하게 되고, 'sanat'는 예술인데 여기에 ci가 붙어서 'sanatci'가 되면 예술가가 된다고 한다.


(터키어에서의 'ci' 의미)

1. http://www.turkishclass.com/turkish_lesson_373

2. https://dict.naver.com/trkodict/turkish/#/entry/trko/cf40835eb5204383b0da623b25f13cab


역시 이제 외모는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 동북아 인종과 관계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헝가리의 'Apuci'라는 단어가 '아버지'를 의미하고 여기서의 끝 발음 'ci'도 사람을 의미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인 셈이다.


결국 동북아시아에서 베링해를 건너 북미 대륙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진 북미 원주민의 부족명 끝에 있는 '치', '키'와 같은 발음이 사람을 의미하고 있는 현상은, 역시 동북아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어 포함한 터키어, 헝가리어 등 몇몇 민족 언어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셈이다.




외모도 우리와 다소 비슷하지만, 언어에 남아 있는 이러한 희미한 흔적으로 볼 때, 혹시 정말 먼 시간을 한참 거슬러서 올라가면 동북아시아 대륙 어딘가에서 북미 원주민 조상과 한국인의 조상이 함께했던 시간과 공간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북미 대륙으로 이주했던 그들은 유럽 백인 대륙으로 몰려와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백인들에 의해서 수백 년간 끊임없이 학살되었고, 이제는 대대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고향땅에서 조차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울 만큼 사라져 가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유럽 전체 인구와 비교해도 크게 적지 않았다는 북미대륙의 원주민들이 수백 년 만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멸족이 될 만큼 거의 사라져 버린 셈이니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끔찍한 비극을 겪은 셈이다.


북미 원주민들 이러한 비극적 삶이 소재로 사용된 'The Last of Mohicans'라는 영화의 주제곡을 북미 원주민이 직접 그들의 전통악기로 부르는 동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면 이제는 백인 아이들 앞에서 구걸하듯이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고향 땅에서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북미 원주민들이 겪어야만 했던 그들의 아픈 역사와 절규가 노래의 선율을 타고 고스란히 와닿는 것 같다.


(The Last of Mohicans 연주, 04:03)

https://youtu.be/KxMRqAG2wJg


원주민 혈통을 가진 그 백인 여인의 눈빛에서 내가 느꼈던 그 묘한 매력은 어쩌면 그런 아픔의 역사를 갖고 있는 북미 원주민과 먼 혈연적 관계에 있을지도 모를 한국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동질감과 안타까움에서 나온 그런 감정이 아니었을지.....




[ 참고 영상 ]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와 한국어, 06:02)

https://youtu.be/MEfZZCKv2V4


(아메리카 원주민 관련 특집 방송, 49:02)

https://www.youtube.com/watch?v=0PBnxbgkJ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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