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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산책가 Nov 28. 2023

5. 수빈이와 흰둥이를 만난 외계인



“흰둥아, 오늘 너 왜 그래? 너무 시끄럽잖아. 나 오늘 수학 시험 망쳐서 기분도 별로야.”


수빈이는 이번 수학 시험이 매우 중요했다. 지난주에 엄마를 졸라서 수학 학원을 관두게 되었다. 대신 점수가 떨어지면 수학 학원뿐만 아니라 학습지까지 하게 될 거라며 엄마는 엄포를 놓았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열한 살 인생이 수학에 파묻히고 싶지 않다. 이럴 바엔 지구를 떠나고 싶다. 수학 없는 다른 별로 나를 데려가줘, 수빈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왕왕왕......”

“흰둥아, 도대체 오늘 왜 그래? 시끄럽다고.”     


흰둥이에게 짜증을 부리는 사이에 아이맥스와 앤트리오가 탄 우주선이 수빈이 집 근처 공터에 착륙했다. 눈 여섯 개가 가운데로 몰리자, 아이맥스의 투시력은 이제 마음까지 읽어내는 독심술이 되었다. 생후 11년째라 그의 능력은 최고치가 된 듯하다.


“앤트리오, 저기 공터로 가자.”

“아이맥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구인에게 우리 정체가 들키면 안 된다고 했잖아.”

“저 아이는 지구별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했어. 우리 별에 저 아이도 데려가자.”

“뭐? 우리가 가져가야 할 것은 다이옥신 재료들이라고.”

“저 아이가 너무 불쌍해. 수학이라는 괴물이 지구별에는 사나 봐. 우리 저 아이를 구해주자.”



아이맥스는 앤트리오 등에 업혔다. 그리고 수빈이 등을 콕콕 찔렀다.


“이봐, 지구인? 놀라지 말고 나 좀 볼래?”

“뭐야, 깡통 씹어 먹은듯한 이 쇠붙이 소리는. 으아아아악! 엄마 아아아.”


흰둥이는 더 왕왕 짖기 시작했다. 앤트리오가 아이맥스를 업었지만 둘은 고작 60센티미터에 불과했다. 수빈이가 놀란 것은 괴이한 외모 때문이다. 아이맥스 여섯 눈은 각자 다르게 깜빡대고 있었다. 여섯 눈이 번갈아 뜨고 감았다. 적어도 눈 하나는 떠 있으니 어떤 장면도 놓칠 이유가 없었다. 앤트리오 외모는 수빈이를 놀라게 하는데 아이맥스보다 한 수 위였다. 정면에 있는 한 개의 눈은 주먹만큼 컸는데, 눈동자는 밤톨만 했다. 밤톨이 여기저기 데굴데굴 구르듯 바삐 움직이다가 앤트리오 눈이 흰둥이와 마주쳤을 때는 흰둥이만 바라봤다. 눈코입귀 개수는 사람과 같아서 그들과 딱히 구분이 가지 않았는데, 다리는 네 개나 되고 꼬리는 안테나처럼 하늘을 향해 빳빳이 세운 모습이 독특했다. 먼지떨이처럼 빽빽한 털까지 완벽했다. 자신이 태어날 모습을 선택할 수 있다면 흰둥이를 고를 것이다. 다만, 통역할 수 없는 소리를 해대니 답답하다. 수빈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곤충이 있었으니 그건 개미인데, 앤트리오가 흰둥이를 빤히 바라보자 얼른 흰둥이를 안아 올렸다. 하필 앤트리오 다리는 개미와 똑 닮았다. 으악, 개미를 닮은 외계인이라니.   

   

“너희는 누구야? 못 생긴 녀석들아!”

“못 생긴 게 뭐야?”

“너희 모습을 보라고. 정말 징그럽고 못 생겼잖아.”

“아하, 너희와 좀 다르다는 말을 징그럽고 못 생겼다고 하는구나? 그럼 너도 못 생겼네. 처음 보는 사이인데 칭찬해 줘서 고마워. 어서 지구별을 떠나자.”

“뭐? 얘네 뭐라는 거야. 우아, 오늘 왜 이렇게 운이 없지?”


앤트리오는 흰둥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난 왕왕 짖어대는 생명체가 정말 마음에 들어. 우리 별에 저 생명체도 데려가자.”

“앤트리오! 안 돼. 저 생명체가 원해야만 가능한 일이야.”

“그럼, 난 원했고?”     

수빈이는 어이가 없었다. 업혀있던 아이맥스가 땅에 딛자 아빠 손으로 두 뼘 정도밖에 안 되는 난쟁이였다. 놀라던 마음은 이내 진정이 되었다. 처음 본 이상한 외모만 빼면 수빈이를 도와주고 싶다는 그들의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그들을 더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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