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봄볕이 나른하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 있는 배불배불리야 행성에서 쬐는 볕은 양에 차지 않았다. 8년 전의 런던보다 훨씬 달콤한 대한민국의 봄볕에 앤트리오의 눈은 반쯤 감기려 했다. 눈이 하나여서 집중력이 좋고 체력 또한 쉽게 지치지 않는 앤트리오가 운전을 하기로 했는데, 앤트리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쉽게 빠지는 편이다.
“야, 앤트리오! 조심해! 지구인들 눈에 띄면 안 되잖아. 궤도를 벗어날 뻔했다고.”
“아, 미안해. 대한민국은 정말 봄볕이 좋아. 너무 달콤해서 잠이 오려해.”
더군다나 지구 온난화로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니 지구인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지구별은 자꾸만 변해가는 온도 변화에 새로운 전염병이 돌거나 천재지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고 했다. 5월쯤에나 피던 벚꽃이 이제는 4월에 피고 있다. 배불배불리야 행성에서 유능한 외계인을 선발하여 지구별에 탐험을 보낸 지도 네 번째다. 다녀와서 눈으로 본 것을 종족들 앞에서 보고를 하는데, 매해 정보가 달라지고 있다. 봄은 짧아지고 대신 여름은 길어지니, 볕에 목말라하는 외계인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지구가 더워지는 이유가 매연이나 그들이 말하는 각종 쓰레기 때문이라지? 거기서 다이옥신도 나온대.”
“그래, 매연은 가져가기 힘드니까, 쓰레기를 압축해서 가져가면 돼. 우리 별도 점점 따뜻해질 수 있을 거야.”
아이맥스와 앤트리오는 희망에 부풀었다. 이 행성의 임산부는 다이옥신을 먹는다. 지구인에겐 암을 일으키는 해로운 물질이지만 그들에겐 새로운 외계인이 탄생하는 비결이다. 그 덕분에 항문에 손이 달려있기도 하고, 손가락은 30개씩 있기도 한데, 그중 25개는 오징어처럼 뼈가 없기도 하다. 그들은 독특한 외모도 좋아하지만, 다른 능력을 갖고 태어난 아기 외계인은 이 행성을 이끌어가는 희망이 된다. 쓰레기를 삭혀서 다이옥신을 뽑아 연구원들이 만든 다른 약제까지 합친 것을 임산부가 먹으면 모두 다른 모습의 외계인이 태어난다. 대기하는 임산부가 15명이다. 지구별에서 기형아로 태어나면 수술을 해서라도 정해진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외계인 취급을 받거나 왕따를 받는다. 좀 다른 게 어때서?
“앤트리오, 저기 초록색 옥상이 보여?”
“너 지금 눈 좋다고 자랑하는 거야? 너무 멀어서 안 보인다고. 근데 뭔 소리는 들린다. 왕왕거리는데?”
“맞아. 초록색 옥상에서 하얀 생명체가 우릴 향해 짖고 있어. 보통 녀석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