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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산책가 Nov 30. 2023

6. 그들이 지구별에 온 이유가 밝혀지다


“아까 네가 다른 행성으로 가고 싶다며? 그래서 네 소원을 들어주러 왔어. 우리 볼일 마치면 그때 같이 가자.”

“그래, 같이 간다고 치자. 너희 별은 어딘데? 그리고 볼일은 뭔데?”

아이맥스와 앤트리오는 지구별에 온 이유를 수빈이에게 말해줬다.

“그럼 오늘 할 일은 뭔데?”

“지구에서 다이옥신 재료를 가져가는 대신 지구인 소원 하나쯤은 들어주기야. 너 아까 속마음으로 다른 행성으로 떠나고 싶다며?”

“조그마한 게 대단한데? 미안하지만, 난 너희 행성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 참 너희들 지구인에게 들키면 안 된다며. 곧 우리 엄마랑 아빠 오실 거야. 너희는 몸집이 작으니깐 공터에 있는 낡은 미끄럼틀 아래 숨어있어도 괜찮겠어. 내일 보자, 알았지?”     


수빈이는 망친 수학 성적은 그만 잊고, 내일을 기다리기로 했다. 재밌는 일이 생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밤이 되자 축축한 어둠 속에서 이들이 싫어하는 차가운 이슬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태양 아래서 실컷 충전해두길 잘했다. 이들은 자동차 매연에서 얻은 이산화탄소로 온실 가스를 만들어 우주선 안을 데웠다. 이들은 지구인과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신선한 산소를 내쉬었다. 그들에게 숲 속을 좋아할 이유는 없었다. 볕이 가려지고 산소가 가득한 숲 속에 있다해도 외계인들의 건강이 해로워지는 건 아니지만, 이들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건 이산화탄소를 마시는 거다.      


앗, 어디선가 고급스러운 메탄가스 냄새가 난다. 저녁에 회식을 했던 수빈이 아빠가 안방에서 만들고 있었다.

“뿌우우웅~”

수빈이 엄마는 남편의 회식이 있는 날엔 서재로 옮겨 잠을 잔다. 아빠가 자는 안방 창문은 조금 열어뒀다. 그럴 만했다. 안방에서 키우는 화초는 아침이 되면 시무룩했다. 아빠는 쉬지 않고 방귀를 뀌었다.

앤트리오는 방귀냄새에 빠져서 자기도 모르게 안방 창 쪽으로 가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이맥스는 앤트리오에게 자신의 세 개의 입을 열고서 말했다.

“야, 앤트리오 이리 안 와?” “정신 차리라고!” “수빈이 아빠에게 들키면 우린 끝장이라고.”

아이맥스가 세 개의 입을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빠르게 이어지는 잔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 날 뻔했네. 그런데 메탄가스 향기가 아주 좋아. 인간이 만든 메탄가스는 상상 이상이야. 내일 수빈이에게 부탁하자. 수빈이도 만들 수 있을지 몰라.”

“그래, 앤트리오. 우리 부탁해서 깊이 들이마시자. 나도 그리운 향기야.”

수빈이 아빠는 새벽이 될 때까지 방귀를 뀌어 댔다. 그때마다 앤트리오는 주먹만 한 눈이 떠졌고 밤톨만 한 눈동자는 눈 안에서 몇 바퀴 굴러댔다. 앤트리오에겐 정말 힘든 밤이었다. 좋아하는 걸 못 참는 앤트리오의 눈이 빨갛게 충혈 됐다.      


아침이 밝았다. 토요일 아침이다. 엄마와 아빠는 등산을 간다고 일찍 집을 나섰다. 평소에 늦잠을 자던 수빈이는 일찍부터 흰둥이와 함께 공터로 향했다. 고철 미끄럼틀 아래에서 ‘깡통 씹은 쇳소리’가 들렸다. 아직 그들이 가지 않았다. 수빈이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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