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른 산책가 Dec 03. 2023

7. 방귀를 좋아하는 외계인


“얘들아, 나 왔어!”

“그래, 어서 와. 너희 아빠는 산에 가던데. 걸으면서도 메탄가스를 만들더라? 향기가 너무 좋아서 밤새 힘들었어.”

앤트리오의 빨간 눈은 지쳐 보였다.

“우하하하, 방귀 말하는 거야? 카카카칵.”

“그걸 방귀라고 하는구나. 우리 별에서는 아주 귀한 거야. 너도 만들 수 있어?”

아이맥스는 이번 탐험에서 강력한 메탄가스를 경험했고, 이걸 만드는 기술도 배워갈 생각이다. 똑똑한 아이맥스는 눈 여섯 개를 동시에 크게 떴다. 수빈이의 말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 덕분에 긴 시간 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있었다. 수빈이는 그런 아이맥스의 눈을 보니 웃음이 싹 가셨다.

“너희들 식성도 독특하지만, 방귀를 향기라고 말하는 것도 웃겨. 우리는 아빠 방귀 때문에 얼마나 괴로운데.”

“제발 우리에게 한 번만 맡게 해 주면 안 될까?”

“그래, 알았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깐. 참 오늘 할 일은 뭐야?”

“응. 공단 근처에 있는 폐기물을 압축해서 우주선에 실을 거야. 그리고 내일은 지구별을 떠나야 해. 그러니깐 제발 우리가 가기 전에 맡게 해 줘.”

“그렇게 빨리? 알았어..... 오늘 고기 몽땅 먹고 밤에 맡게 해 줄게. 특별히 오늘은 똥도 싸지 않고 방귀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할게. 이따가 보자.”


앤트리오 등위로 아이맥스는 풀쩍 뛰어올랐다. 둘은 블록을 맞춰놓은 것처럼 안정적이었다. 우주선을 타고 공단으로 날아가서 폐기물을 찾아냈다. 역시 지구별에서 폐기물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몰래 버려질 정도로 넘쳐나는 게 폐기물이다. 이걸 원하는 행성이 있다는 게 지구별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폐기물이 배불배불리야 행성으로 옮겨질 거다. 이 행성이 궤도 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해진 무게를 지켜야만 한다. 그게 곧 이들이 행성을 지켜내는 비밀이다.    

  

수빈이는 메탄가스 만드는 일을 잘하고 있겠지? 이번 탐험은 수빈이 덕분에 흥미진진하다.

배불배불리야 행성에서 열한 살은 오로지 훈련이다. 학교에서는 각자의 능력치를 키워서 더욱 진화하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차갑고 어두운 행성에서 살기보다 차라리 달처럼 지구를 맴도는 위성이 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이전 06화 6. 그들이 지구별에 온 이유가 밝혀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