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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산책가 Dec 07. 2023

9. 지구의 위성이 된 배불배불리야


두 요원은 1박 2일 동안 지구별에서 겪은 일을 발표했다. 발표보다 자랑 같기도 했다. 먼저 친구들에게 돌린 방귀 선물은 지구별의 대한민국 중에서도 수빈이를 만나야 하는 게 그들의 인생 목표가 될 정도였다. 외계 연구원은 그들의 발표가 끝날 때쯤 그동안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연구 결과를 알리기로 했다. 연구원의 목소리는 못으로 철판 긁는 소리와 비슷했다. 종족들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흥분되었고, 그들의 반응을 생각하니 긴장하게 되었다.


“그동안 저희 연구원들은 눈알이 빠지도록 우리 별의 궤도를 관찰해 왔고 연구해 왔습니다. 다른 행성에 비하여 워낙 작은 우리 별은 그동안 모아 온 지구별의 폐기물 덕분에 행성이라기보다 우주를 떠도는 쓰레기쯤으로 위장해 왔죠. 우리 별이 행성인건 지구별 탐험에 불편을 줍니다. 지구별 근처를 맴도는 인공위성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궤도를 벗어나고도 안전할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제 우리 별은 행성이 아닌 위성입니다. 지구별의 위성이 될 겁니다. 더군다나 우리 별은 지구별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달보다 훨씬 작고 인공위성보다는 크기 때문에 별처럼 빛날 뿐입니다.”

연구원의 발표에 외계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구별을 맴도는 위성이 된다면, 탐험이 아닌 여행처럼 지구별에 자주 갈 수 있게 됐다.  

    

지구별에서 개기월식이 있는 날, 모두들 블루문을 보기 위해 창밖을 보고 있을 때였다. 수빈이는 요즘 흰둥이와 부쩍 붙어있다. 외계 친구들이 준 능력 덕분에, 동네 개들의 마음을 흰둥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춘기 개들에 대한 소식을 흰둥이에게 듣고 있다. 사춘기가 왔다고 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건 당연한 게 아니다. 책도 찾아보고 즐겨보는 SNS에서 검색해 봤다. 흰둥이와 산책하면서 체력도 훨씬 좋아졌다. 요즘 수빈이는 동네에서 ‘제2의 강형욱’이라고 불리고 있다.

“아르르르, 왕! 왕! 왕!”

“뭐? 정말? 어디? 어디?”


수빈이는 너무 놀랐다. 흰둥이는 이 동네에서 제일 뛰어난 귀를 가진 개가 확실했다. 이 정도라면 수빈이는 굳이 수학을 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대로 탐정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수빈이의 파트너로는 흰둥이만 있으면 된다.

“내 외계 친구들이 왔다고? 이렇게 밤에?”

개기월식이 있는 밤이어서 집중하면 그들의 외계선이 보였다. 초록빛에 가까운 노란빛, 야호! 수빈이의 외계 친구들이 나타났다.     

“위이이이이잉...”

아이맥스는 앤트리오 등에서 척 뛰어내렸다.

“수빈아, 그동안 잘 지냈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떠나더니,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네?”


아이맥스를 볼 때면 어느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앤트리오의 밤톨만 한 눈동자는 여전히 흰둥이만 향하고 있다. 이러다가 수빈이가 방귀 한 번 뀐다면, 순식간에 수빈이만 바라보겠지. 눈이 하나인 앤트리오의 마음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로지 관심 가는 데만 바라봤다.

“이제 우리 행성은 지구별의 위성이 되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게 됐지. 저번 탐험으로 가져갔던 선물로 너의 방귀는 명품이 되었어.”     

아이맥스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수빈이에게 이야기해 줬다. 수학 성적 때문에 엄마에게 혼만 나서 짜증 났는데, 어느 별에서는 자신이 ‘위대한 방귀선생’이 되었다니.


“지구별에서 인간과 친구가 된 건 우리뿐이야. 다시는 너를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슬프기까지 하더라. 이제 대한민국으로 임무가 있을 땐 우리가 와. 다 네 덕분이야. 이번에도 방귀 선물 부탁해도 되지?”

“그래, 말만 해. 이번엔 다른 음식 먹고 방귀를 만들어주지. 같은 건 지겨우니깐. 음, 얘들아. 오늘 밤엔 내 방에서 같이 잘래? 너희 태양열 충전도 못 했잖아. 내가 신호를 보내면 앤트리오가 아이맥스를 업고 얼른 달려오면 돼.”

“알았어.”


엄마와 아빠는 부엌에서 금요일을 즐기고 있다. 오래된 수빈이 집은 부엌과 거실 사이에 미닫이문이 있다. 굳이 문을 닫고 엄마와 아빠는 무얼 하는 걸까. 하지만 수빈이는 다 안다. 무려 열한 살이 아니던가. 교육상 좋지 않다고 문을 닫고 술을 마시는데, 짠하고 술잔 부딪히는 소리 하며, ‘짠’ 소리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서 문을 닫아도 뻔히 안다. 특히, 수빈이 이야기가 나올 때면 목소리가 더 커지는데, 그때쯤 부엌문이 열릴 확률이 높다. 오늘도 역시 그렇다.

“수빈이 너, 수학 오답 정리 다 해놔! 알았어?”

“네에, 엄마.”

“어머, 쟤가 어쩐 일이야. 순순히 ‘네’라고 하고. 별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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