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배불배불리야’ 행성에서 온 요원들이었다. 지구인이 그들을 봤다면 그동안 상상했던 외계인과 꽤 닮아서 쉽게 그들에게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지구에서 사람의 얼굴은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귀 두 개와 다리와 팔은 둘인 게 너무 당연하지만 이 행성의 외계인들은 같은 외모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눈이 많은 외계인이 더 인정받고 많은 임무를 해내기도 했다. 그들의 눈은 각기 다른 시야로 볼 수 있었고, 보이는 것에 일일이 궁금해하다 보니 뇌는 나날이 발전할 수 있었다. 다만 많은 것에 관심을 쏟느라 산만했으며, 눈이 하나인 친구를 보면 아기를 대하듯 챙겨주려 했다.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지만 졸지에 아기 신세라니. 눈은 곳곳을 CCTV처럼 찰칵찰칵 찍어댔다. 마치 걱정거리를 찾아대는 것만 같았다.
눈은 앞에 있기도 하지만, 발바닥에 옴폭 패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박혀있다 해도 보이는 데에 쓸모가 없진 않았다. 그들의 눈은 자동으로 표준 밝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서 환한 곳으로 옮기더라도 눈은 순식간에 밝기 조절이 되기에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사실 어두운 곳과 환한 곳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지구별의 늦저녁 정도의 흐릿함이 이곳에선 밝다고 한다. 이들의 눈이 다른 부위보다 진화할 만한 까닭을 알겠는가. 많은 것을 보고 아는 체하느라 입까지 덩달아 많아지도록 진화했다. 따로 얼굴이라는 것도 없다.
이번에 지구별에 온 요원은 두 명으로 2인 우주선을 타고 왔다. 이들이 올 수 있었던 건 ‘2인 경주 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이다. 눈이 6개인 아이맥스와 발이 6개인 앤트리오는 둘이 함께 할 때에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아이맥스는 조심성이 많았다. 한꺼번에 많은 걸 보고 이해하는 건 행운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다. 앤트리오가 달리기 경기에 나갔을 때 일이다. 역시 앤트리오는 빨랐다. 그대로 쭉 가면 일등이었다. 선인장처럼 뾰족한 가시를 달고 성격도 뾰족한 샤피가 앤트리오를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결국 곁으로 달리더니 일부러 앤트리오 몸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경기 주최 측에서는 샤피에게 경기 출전권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눈이 하나만 더 있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샤피가 자신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앤트리오가 직접 봤다면 여전히 달리기를 좋아할 수 있었을까. 샤피의 입은 무섭게 씰룩거렸다.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어디든 놓치지 않고 보다 보니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앤트리오에게 샤피의 고의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기로 했다. '샤피의 실수'라고 잘못 알고 있지만 내버려 두기로 했다는 뜻이다. 세상이 주는 걱정은 모두 똑같지 나누지않는다. 앤트리오가 즐기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걱정은 아이맥스가 가지기로 했다.
지구별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확히 이해했고, 다른 외계인과 달리(물론 다 다른 외모지만) 눈은 자유롭게 움직인다. 여러 방향으로 흩어질 때도 있고, 한 곳으로 몰리기도 한다. 입 또한 세 개나 되니, 아이맥스의 잔소리를 참아낼 만한 요원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면, 앤트리오는 눈이 하나인 데다가 기억력도 좋지 않았다. 그런 형편없을 것만 같은 능력으로 그가 지구별에 올 수 있었던 건 뛰어난 체력 덕분이며, 그들의 행성에서 열린 경주에서 일등을 했기 때문이다. 다리가 여섯 개이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앤트리오 위에 아이맥스가 올라서 합쳐지면, 흔들리지 않은 채 달릴 수도 있다. 고르지 않은 자갈 위에서도 마치 평지를 달리는 거 같다. 앤트리오의 다리 여섯 개는 수평 조절도 가능하다는 걸 아이맥스의 눈이 알아챘다. 그들이 뭉친 것이다. 완벽한 이해력을 갖고 있는 아이맥스와 우주최강 달리기 선수 앤트리오, 지혜와 체력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