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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산책가 Nov 19. 2023

1. 흰둥이가 발견한 ufo


금요일 오후 두 시, 집안에는 아무도 없다. 집안 마당 한쪽에 사는 흰둥이는 구석에 숨겨둔 장난감을 물어왔다. 이 장난감은 원래 수빈이 축구화였다. 축구화 끈은 물어뜯는 맛이 좋고, 잘 뜯기지 않는 가죽 맛은 사료를 먹을 때 느끼지 못한 질긴 맛이 있다. 가죽을 물고서 송곳니를 드러낸 채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나오는 ‘으르렁’ 소리는 제법 용맹해 보이기까지 하다. 나에게 걸리기만 해봐라, 흰둥이는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마당에는 생쥐 한 마리도 없으니 고작 신발이나 물어뜯고 으르렁 연습을 할 뿐이다.


봄볕을 쬐러 옥상으로 향했다. 골목으로 드나드는 사람 소리가 날 때면 재빠르게 난간에 두 발을 걸치고 용감한 개라도 된 양 짖어댔다. 사람들 발걸음 소리도 이내 고요해졌다. 볕조차 고요했다. 갓 피어난 개나리꽃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바람도 잠잠했다. 꽃샘추위는 한풀 꺾였다. 난간 벽에 붙어서 잠들던 흰둥이는 갑자기 귀를 쫑긋 세우며 ‘왕왕’ 짖기 시작했다. 매일 들리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낯선 소리를 걸러내는 능력 덕분에 흰둥이는 ‘집을 지키는 개’로서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 소리는 처음 듣는 소리다. 흰둥이가 태어난 지 8개월 차로 드론 날아다니는 소리도 들어봤지만 이건 드론 소리도 아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아르르르르, 왕! 왕! 왕!”

그림 정서현

하늘 한가운데에 태양 근처에서 낯선 반짝임이 보였다. 얼핏 보면 한여름 밤에 보는 반딧불처럼 초록색에 가까운 노란빛인데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듯 자유롭지는 않았다.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도는데, 흰둥이의 시력이 좋아서 그것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며 보았다면 어지러워서 발라당 넘어졌을 거다.


태양 근처에서 수백 번째 동그란 원을 그리는 비행 물체는 태양열을 충전 중이다. 이들의 존재는 흰둥이 외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도시의 소음 덕분이다. 흰둥이가 열심히 짖어대고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총만 받을 뿐이다. 만약 그들의 정체가 지구의 과학자나 천문학자들에게 알려진다면 이들이 사는 행성은 멸망하게 될 것이다. 지구인들은 자신이 사는 곳도 아끼지 않는 존재들이다. 호시탐탐 다른 행성도 탐내고 있는 그들을 조심해야만 한다. 외계인들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를 선택한 이유다.


한적한 도시의 오후 두 시,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잔뜩 태양열을 흡수했다. 천변 옆에 사는 흰둥이가 그들을 향해서 유난히 짖어대지만 아무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너무 눈부신 태양을 올려다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작 초록에 가까운 노란빛과 소음에 숨겨진 소리는 오직 흰둥이만 알아챘다. 옆집 강아지는 흰둥이가 짖어대니, 얼떨결에 짖어댔다. 왕왕, 너만 집 지키는 개냐? 나도 집 지키는 개다, 왕왕. 그러자 주변에 사는 개들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요란한 오후 두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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