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로 발생한 통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하프 마라톤을 뛰고 나서의 일이다. 걸을 때마다 정강이 앞이 따끔거렸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부위의 통증에 당혹스러우면서도 별거 아니겠지, 하고 지나갔지만, 한주 두 주가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심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증상을 검색하니 내 통증과 완전히 일치하는 진단명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러너들에게 신스프린트가 널리 알려진 전경골근 증후군(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병원에서 받으세요)! 뼈에 붙은 근막에 염증이 생겨 잘 낫지 않고 심할 경우 피로골절이라고 하는 미세 골절도 일으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질환이었다.
사실 통증 자체가 아주 심각하지는 않았다. 달리다 보면 통증이 금방 가라앉기도 하고, 일상에 지장이 있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나 발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자잘한 고통을 주는 이 통증이 밉게 느껴지고, 이것 때문에 달리기를 꽤 긴 기간 쉬게 되며 나약한 내 정강이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 정강이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오히려 95kg의 무거운 몸뚱이를 끌고도 이 정도까지 견뎌준 다리가 안쓰럽고 고맙기까지 하다.
한 번쯤은 아픈 내 몸을 따뜻하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바라봐주는 것은 어떨까? 하루 종일 일 하느라 뻐근한 어깨가 참 고생이 많다, 공부하느라 앉아있던 엉덩이야 고맙다 하고 말이다.
실제로도 이러한 신체에 대한 자비와 비판단적인 태도는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은 원래의 고통에 더해져 있다. 고통받는 나를 비판하고,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의 불편함에 대해 곱씹다 보면, 5 정도의 통증이 10, 20이 되어간다.
고통은 필수고 괴로움은 선택이라는 한 마라토너의 말처럼 있는 그대로의 통증만 느끼자. 이미 아픈 나 자신을 더 괴롭히지 말고, 잠시나마 푹 쉬게 해 주자. 나를 괴롭히는 것은 이 세상의 풍파로도 이미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