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가 아닌 자비로운 달리기
러닝에 맛을 들이다보면 매일 달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호기롭게 하루, 이틀, 삼일을 달리다 보면, 처음에는 괜찮지만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고, 무릎에서 통증을 느끼거나 고관절이 뻐근하기도 하다. 강한 육체를 타고난 사람들은 매일 매일 10km를 달려도 멀쩡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 특히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하체의 힘줄이나 관절 주변의 근육이 단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달리는 동작 자체가 인간이라면 모두 할 수 있다 보니 간과하게 되지만, 러닝은 상당한 고강도 운동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조금씩 훈련하다 보면 금세 30분 정도는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된다. 이 지점이 상당히 위험한데, 꽤 긴 시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기쁨에 점점 무리하게 되고, SNS나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으로 떠오르는 ‘매일 10km 러닝을 한 달간 해봤습니다’와 같은 류의 영상을 보고, 나도 뭔가 매일 뛰어야 할 것 같다는 강박을 느끼게 된다. 며칠은 가능하겠지만, 힘줄과 관절에 점점 무리가 가다가 나중에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생각보다 심폐능력은 빨리 증가되지만, 몸의 골격근은 휴식을 가져야만 회복되고, 몇 달은 지나야 현재의 운동강도에 적응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하려다 다칠까? 무언가 일단 시작하면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강박관념이 우리를 매일 달리게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 때문에 건강해지기 위해 하는 활동을 도리어 몸을 망치게 한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듯, 오늘 달렸으면 내일은 쉬어줘야 다시 제대로 달릴 수 있다. 운동하는 날을 정해두는 것만큼, 쉬는 날을 정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완벽주의는 학교나 회사에서 항상 누군가를 이겨야 하고, 경쟁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올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사회에서 살아왔고, 빠르게, 멀리 달려야 할 것 같아 풀마라톤까지 완주했지만 남은 것은 자잘한 부상과 성장에 대한 압박감뿐이었다. 세상에는 잘 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에, 조금이라도 그들과 가까워져야 나 자신을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목표가 다르겠지만, 우리는 선수가 아니다. 혹독한 일과를 앞두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거나,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달리러 나가는, 초인적인 사람들이다. 조금은 나 자신에게 관대한 마음을 가져보자. 어떤 사람은 주 3회 달리기 목표를 세우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는 조건은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어떤 날은 정말 집 밖에 나가서 돌아오는 날도 있지만, 대체로는 이왕 나간 것 5분이라도 달리게 된다. 5km, 10km 달리는 것만이 달리기가 아니다.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혹은 지친 몸을 리프레쉬 하며 평온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나 자신을 위한 자비로운 달리기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