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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라이프밸런스(워런밸)

by 신동빈

나는 자영업자이자 프리랜서 심리상담가다. 정해진 출근 날이나 출퇴근 시간 없이 주어진 일을 해내는 삶을 살다 보니, 무언가 한 가지를 규칙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은 워크라이프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불규칙한 프리랜서 생활이 길어지며 그런 것은 옛날에 포기했다. 그나마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러닝이다.


최근 많은 과학적 연구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러닝이 몸과 마음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바쁘고 바쁜 현대 사회, 많은 사람이 이미 하루의 일 과로 넝마가 되어 버린 몸을 이끌고 러닝을 하러 나간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너무 무자비한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꾸준한 러닝에는 가치가 있다. 바쁜 와중에도 하루를 시작하는 러닝은 몸과 뇌를 활성화하고, 하루 끝에 하는 러닝은 하루 종일 몸에 쌓인 피로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주는 좋은 수단이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한다면 아주 고통스러운 하루였거나 빡빡하고 중요한 일정을 앞둔 날에도 러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달까(다만, 잠을 줄이는 것은 절대 안 된다). 뇌과학자 장동선 씨는 오히려 아침 일찍 온종일 빡빡한 일과가 기다리는 날에는 좀 더 일찍 일어나 단 몇십 분이라도 러닝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이득을 잘 아는 나조차도 바쁜 일상이 지속되다 보면 몇 주씩이나 달리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불상사를 막고 꾸준하고 건강한 워크러닝밸런스를 지키기 위해 하는 몇 가지 노력이 있다. 첫 번째는 목표를 가볍게 잡는 것이다. 만약 ‘매일 10km 달리기’ 같은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닌 이상 꾸준히 지켜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주 3회 정도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달성 기준으로는 거리보다는 시간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5km 달리기보다는 30분 달리기로 설정하는 것인데,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5km를 30분보다도 빨리 뛸 수도 있겠지만,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1시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출근 시간이 임박하여 거리를 빠르게 채우기 위해 무리해서 달리다가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달리기 시간을 30분으로 설정한다면 걷는 속도로 뛰더라도 그저 15분 뛰어갔다 그대로 15분만 돌아오면 끝이다.


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어떤 유튜버는 러닝화를 신고 집 건물 1층 현관 밖에 나가면 달린 것으로 인정해 준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나 스스로에게 자비로움을 베푸는 것이기도 하고, 헬스장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헬스장에 도착하는 것임과 마찬가지로 달리기에서 가장 어려운 것도 운동화를 신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나가기만 하면 조금이라도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초기 단계를 쉽게 만들어 주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러닝화 끈을 묶으며 현관을 나선다. 이제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 뛰기 좋은 날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하루 중 나 자신이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내 몸을 힘껏 움직이며 땀 흘리는 시간을 많은 분이 잠시라도 누렸으면 좋겠다. 이 하루의 작은 성취가 조금씩 쌓여나가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같이 막막한 하루가 조금은 더 자신감 있고 통제가능한 하루로 느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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