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행복이 있는 섬 '돈없이도' 에필로그
내가 사람들에게 ‘돈없이도’에 대해 말하면, 첫 번째 반응은 “돈 없이 어떻게 살아?”였다. 사람들은 내가 글 쓰는 것도, 딸을 키우는 일도, 산에 가는 것도 다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글을 쓰고, 딸을 키우고, 등산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고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실제 느끼는 것과의 간극에 있다. 조금이라도 수입이 줄면 당장 거리로 나앉을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한다. 그런 날이 이어지면 역시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만 같다.
나도 그랬다. 학원을 폐업하기 전 수입이 지금보다 3배쯤 많았지만 돈 걱정은 더 많이 했다. 이쯤 되면 돈을 벌어서 걱정을 사는 게 아닐까 싶다.
한번 우리가 이렇게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
돈이 있어도 걱정을 하고
돈이 없어도 걱정을 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한심하겠지
짜증 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돈 때문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돈 때문에 걱정을 하고
걱정을 하니까 돈을 벌고
돈을 버니까 걱정을 하고
걱정을 하니까 돈을 벌고
누가 더 짜증 날까
널까 날까 몰라 나는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걱정이란 거를 모르는 사람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돈없이도’ 이장이야
(죄송합니다. 장기하 님의 <부럽지가 않어>를 개사했어요)
돈은 있으나 마나 걱정은 필수옵션이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돈 버는 방법으로 부족하다면, 이제야말로 ‘돈없이도’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요? (갑자기 존댓말)
무소비 챌린지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봤어요. 정해진 임금에서 치솟는 물가에 대한 자구책으로 어려운 도전을 하는 분들을 내가 뭐라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다만, ‘돈없이도’는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발견’ 하자는 거지, 무지출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처음 정한 제목은 ‘돈 없이 흥청망청’이었고, 방점이 ‘흥청망청’에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바로 관점 전환, 비싸면 좋은 것이고 돈이 있어야 좋은 걸 누릴 수 있다는 사고에서 해방되자는 거예요.
그래서 짜잔, ‘돈없이도 노트’를 만들어요. 나를 기쁘게 하는 건 돈이 들지 않거나 적게 드는 거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거예요.
폐업하고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돈벌이 없는 상황에 압도되지 않고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거든요. 4년 동안 썼더니 변화가 있었어요.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갑자기 머리가 좋아진 것도 아닐 텐데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나기도 했어요. (돈없이도 노트가 그 증거입니다)
감사노트와 돈없이도 노트 원리는 같아요. 내가 가진 게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돈없이도 입도 어떠세요? 이 글을 완독 하신 독자님은 ‘돈없이도’행 티켓을 끊은 겁니다. 입도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