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그림책 읽기

늑대가 할머니를 잡아먹는 잔인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줘도 되나요?

by 신운선

옛이야기는 말 그대로 예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전설이나 민담, 신화, 우화가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옛이야기가 많은 것은 이야기를 듣거나 구연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지기도 하고 듣거나 말하는 사람 나름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냈기 때문이죠.


옛이야기는 처음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구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폭력적이거나 외설적인 내용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작가가 재화하고 수정하여 어린이를 위한 옛이야기 그림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원전의 형태뿐 아니라 줄거리나 등장인물, 사건 등을 변형한 패러디 그림책도 많이 출간하고 있는데, 같은 제목의 책이라도 출판사마다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의 책을 비교하여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옛이야기의 주제는 대부분 권선징악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폭력적인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주인공의 고난이나 위험은 이후 권선징악의 결말에 도달한다는 것을 예측하며 안심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고난이나 위험도 웃음과 해학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옛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후련하고 기분 좋은 마음이 남게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아이 혼자 읽는 것이 아니라 양육자가 아이를 안고 들려주기 때문에 아이는 무서운 이야기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옛이야기 그림책의 좋은 점


그림책으로 보는 민속도감

그림책은 그림이 중요합니다. 옛이야기 그림책의 그림은 옛날의 전통적인 풍습과 예스러움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초가집을 그렸는데 원색이 화려하거나 추상화풍으로 그렸다면 글과 그림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겠죠. 그러다 보니 옛이야기 그림책에는 초가집이나 기와집, 절구나 호미, 상투와 짚신 등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전통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글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도 살피며 이야기나누기 좋습니다.

쉽게 전달하는 주제와 교훈

옛이야기는 권선징악의 주제가 뚜렷합니다.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도 단순하고 명쾌하여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요.


옛이야기는 시대적인 배경이나 공간적인 배경이 중요하지 않고 인물과 사건이 중심인 이야기여서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눌 때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질문을 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니?” “흥부가 부자가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나중에 놀부는 어떻게 되었지?”등의 질문을 하며 이야기가 주는 주제를 이해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옛이야기 책과 비교하며 사고력 기르기

옛이야기는 <빨간 망토>, <빨간 모자>, <그림 형제의 빨간 모자>등 똑같은 내용이라도 출판사나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재화를 해놓습니다.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패러디하여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런 책들을 비교하며 읽다 보면 책 읽기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달라진 주제나 사건, 인물의 성격 등을 파악하면 그 작품에서 중요하게 여긴 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옛이야기 들려주는 방법

옛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하고 의성어나 의태어가 있는 부분은 강조하여 읽어 줍니다.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나 긴장감을 주기 위해 끊어서 천천히 읽는 것도 좋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듯 구연을 하면 아이는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며 이야기의 즐거움에 빠져듭니다.


이야기의 주제나 큰 줄거리는 바꾸지 않되 세세한 사물이나 말투는 얼마든지 바꿔도 됩니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지 않아도 되고 아이와 내용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이의 반응에 따라 이야기를 조절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지루해하는 부분은 건너뛸 수 있고 재미있어하는 부분은 시간을 들여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옛이야기에는 동물이 많이 나오므로 동물의 특징이나 소리를 살려 구연해 주면 아이는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듭니다. 이때 몸짓과 표정이 지나쳐 이야기 본디 맛을 흐리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옛이야기 그림책 셋


팥죽할멈과 호랑이

팥죽 할멈과 호랑이.png <팥죽할멈과 호랑이(박윤규 글|백희나 그림|시공주니어)>의 한 장면

어느 날 호랑이가 나타나 팥죽할멈을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할멈은 동지 팥죽을 쒀 주겠다고 하고는 겨울까지 죽을 날을 미룹니다. 마침내 약속한 날이 되어 팥죽을 쑤어 놓고 할멈이 울고 있자 알밤, 자라, 물찌똥, 송곳 등이 나타나 팥죽을 얻어먹고는 힘을 합쳐 호랑이를 물리치는데요.


이 옛이야기는 아이에게 협동하여 어려움을 이겨내는 용기와 지혜를 줍니다. 책 속의 그림 재료인 한지를 이용하여 아이와 그림을 그리거나 찢어서 모양을 꾸미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소재가 된 팥죽을 가족과 함께 끓여 먹어도 좋겠지요.


아놀드 로벨 우화집

아놀드 우화집.png <아놀드 로벨 우화집(아놀드 로벨 저|비룡소)> 중 한 장면

우화는 주로 동물이나 무생물을 의인화하여 교훈을 주고자 하며 도덕적인 주제를 많이 다룹니다. 우화의 명확한 주제는 아이의 도덕성 발달에 도움을 주는데요.


작가는 <이솝 우화>의 도덕적인 어조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직접 쓰고 그려 우화 20편을 창조했습니다. 벽지의 꽃무늬가 마음에 들어 온종일 벽만 바라보다 핼쑥해진 악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발레를 연습하는 낙타 등의 이야기는 익살스러운 그림과 함께 인간관계, 꿈, 우정, 도전, 욕심, 열정 등 삶의 가치와 지혜를 깨닫게 합니다.


늑대를 잡으러 간 빨간 모자

늑대를 잡을 간 빨간 모자.png <늑대를 잡으러 간 빨간 모자(미니 그레이 저|모래알(키다리))>중 한 장면

빨간 모자는 장난감 총을 둘러메고 늑대를 잡으러 숲에 갑니다. 이후 벌어지는 빨간 모자의 모험은 흥미진진하고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생각을 이끌어내는데요.


원작에서 빨간 모자와 늑대가 서로 적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공존을 위한 친구입니다. 빨간 모자가 만난 늑대는 ‘이 땅에 하나 남은 마지막 늑대’로 지켜야 하는 대상입니다. 빨간 모자는 집을 떠나기 전 ‘늑대를 찾습니다’라고 안내문을 붙였지만 늑대를 만나고 돌아와 ‘나무를 찾습니다. 많을수록 좋아요’라는 안내문을 붙입니다. 콜라주와 익살스럽고 역동적인 그림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며 빨간 모자의 모험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옛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옛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에 빠지게 되면 일을 게을리하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옛이야기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는 말입니다. 오늘은 옛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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