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중학교 동창인 친구가 집에 왔다. 그동안 내가 친구의 집이나 사무실에 들른 적은 있지만 친구가 우리 집에 온 건 처음이었다. 근처에 일이 있어 왔다가 지나가는 길에 연락을 하고 들른 터였다. 집에는 일 중인 가족과 잠을 자는 가족이 있어서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집 앞 작은 카페에 갔다.
오랜만에 지난 시간의 희로애락을 이야기 나눴다. 우리는 자주 만나던 시기도 있었고 소원하던 시기도 있었다. 삶에 떨어진 불똥을 끄느라 허우적거리던 시기도 있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컸고 가족은 재편됐다. “그때는 힘도 넘쳤나 봐. 어떻게 그걸 다 했는지” 서로를 마주 보며 힘든 시간 덕분에 애쓰며 살았고 사는 게 조금은 더 나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잘 모른 채 오해하고 있었던 걸 이해하며 풀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에는 우리 외에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온 젊은이가 있었다. 휴일에 엄마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카페에 온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일하고 공부하며 육아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희망차기도 하면서 절망스러웠던 시절.
우리보다 먼저 일어나 카페를 나가는 젊은이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삶이 고단하기만 하지는 않기를 바랐다. 엄마에게 매달린 채 따라나가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크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