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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운선 Mar 18. 2024

외식

큰애가 수산시장의 상품권 20만 원어치를 유효기간 내에 써야 한다며 가족 외식을 하자고 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알차게 먹을까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었다. 여러 가지 안이 나왔다.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대게 등을 사 와서 집에서 해 먹기, 집 근처 수산물 센터에서 먹기 등.


결론은 영천시장에서 먹기로 했다. 영천시장은 큰애의 회사와도 가깝고 집과도 멀지 않다. 퇴근 후 와야 하는 가족과 집에서 나가야 하는 가족의 동선을 고려한 장소였다. 시장 내에 대게나 킹크랩을 주문하면 찜으로 쪄주고 상차림을 해주는 가게도 있었다. 집에서 해 먹는 번거로움과 멀리 오가는 수고로움을 생략하고 조금 더 편하고 저렴하게 먹기 위한 선택이었다.


좁은 골목에 자리한 식당은 몇십 년 전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고 식당 안은 테이블 세 개가 허름하게 있었다. 우리가 앉은 옆 테이블의 손님 중 한 명은 큰애와 아는 사람이었다. 우연한 만남에 큰애와 지인은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았고 나도 얼떨결에 인사를 나누었다.

영천시장에서(수채 ⓒ신운선)

식사를 하는 중에 최근의 내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들은 내가 선을 긋지 못하는 인간관계에 대해 선을 그으라며 우유부단함과 인류애를 분간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어느덧 내가 아이들에게 고민을 나누게 되다니,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대게와 킹크랩 가격이 있다 보니 식사비용이 꽤 나왔다. 상품권 외에 추가로 나온 금액도 큰애가 계산을 했다. 어느덧 성인이 된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지난 시절의 어려움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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