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신호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해 주세요
양육에서 “민감성”이란 아이의 신호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해석하여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찡얼댈 때 그 이유가 배고파서인지 졸려서인지 알아채어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능력입니다. 이때 양육자가 감정에 대해 잘 인식하고 다스리며 아이의 행동이나 언어 등을 파악하여 감정을 읽어줘야 하는데, 이를 감정 민감성이라고 합니다.
아기는 울음 등을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다가 차차 양육자의 얼굴 표정과 언어적, 비언어적인 반응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며 다루는 법을 익혀갑니다. 이때 양육자가 감정 민감성이 높으면 아이는 양육자를 모델 삼아 정서를 발달시킵니다. 또한 양육자의 감정 민감성은 아이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게 하고 효율적인 양육의 바탕이 되므로 양육자가 감정 민감성을 키워야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감정 민감성을 키우는 방법 5
첫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양육자가 감정에 대해 오해를 하면 양육에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양육자가 화를 내는 게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아이가 화내는 상황을 잘못된 것으로 보고 아이의 감정 표현을 막거나 혼을 내기 쉽겠죠. 혹은 양육자 자신이 화가 날 때 자책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감정은 저마다의 기능이 있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기보다는 그 감정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이롭습니다. 슬픔을 기쁨으로 왜곡시키거나 축소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그 감정이 내게 주는 신호 혹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내 마음 상태를 확인하기
다음의 표를 활용하여 나의 신체 에너지와 기분을 토대로 현재 자신의 감정을 표시해 보세요. 가로축은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왼쪽에 가까울수록 불쾌한 상태, 오른쪽에 가까울수록 유쾌한 상태입니다. 세로축은 현재 내가 느끼는 에너지 수준으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힘이 없는 상태, 위로 올라갈수록 힘이 넘치는 상태입니다.
셋째, 감정이름 알고 이름 붙이기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면 그 감정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면 감정에 압도되거나 휘둘리게 되기 때문이죠.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 예)
• 행복함, 즐거움, 사랑을 표현하는 어휘
기쁜, 벅찬, 흐뭇한, 상쾌한, 짜릿한, 시원한, 반가운, 살맛나는, 아늑한, 안전한, 괜찮은, 정다운, 화사한, 자유로운, 따사로운, 황홀한, 평화로운, 끝내주는, 감미로운, 정겨운, 푸근한 등
• 슬픔, 회한, 좌절을 표현하는 어휘
눈물겨운, 서운한, 처량한, 위축되는, 허탈한, 외로운, 후회되는, 쓸쓸한, 허전한, 적적한, 우울한, 참담한, 애석한, 비참한, 풀이 죽은, 무기력한, 막막한, 서글픈, 안타까운, 절망적인 등
• 분노, 미움, 싫음을 표현하는 어휘
얄미운, 열받는, 지겨운, 못마땅한, 권태로운, 불만스러운, 불쾌한, 불편한, 피하고 싶은, 찜찜한, 떨떠름한, 언짢은, 괘씸한, 성질나는, 약 오르는, 역겨운, 원망스러운, 짜증나는, 분한 등
• 고통, 두려움, 불안을 표현하는 어휘
초조한, 무서운, 긴장되는, 어이없는, 억울한, 당황스러운, 조급한, 두려운, 가혹한, 난처한, 섬뜩한, 위태한, 조마조마한, 참을 수 없는, 겁나는, 충격적인, 전전긍긍한, 안절부절못하는 등
• 힘과 관련된 느낌을 표현하는 어휘
활기찬, 힘찬, 생생한, 의기양양한, 든든한, 격렬한, 열렬한, 당당한, 자신만만한, 강렬한, 충만한, 패기만만한, 저돌적인, 무기력한, 기죽은, 자신 없는, 미약한, 맥 빠지는, 기운 없는 등
• 부끄러움, 죄책감, 의심을 표현하는 어휘
부끄러운, 민망한, 계면쩍은, 어색한, 미안한, 뻔뻔스러운, 미심쩍은, 놀림받는, 자책하는, 창피한, 죄스러운, 쪽팔리는, 아리송한, 몸 둘 바를 모르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등
• 신체 부위로 표현하는 어휘
목메는, 가슴이 시린, 애간장 타는, 소름 끼치는, 몸서리쳐지는, 피가 끓는, 쓰러질 것 같은, 두근두근하는, 구역질나는, 진땀나는, 넋 잃은, 손에 땀을 쥐는, 배가 아픈, 골 때리는, 숨 막히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간담이 서늘한, 간이 콩알만 한, 이 갈리는, 오금이 저린 등
넷째, 아이의 마음에 집중하기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면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에 약한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이의 감정과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며 자신의 감정에 신뢰를 갖고 양육자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만약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면 아이에게 “지금 기분이 어때?”처럼 직접 물어봐 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아이의 대답에 대해 맞고 틀리고의 반응이 아니라 느낌에 초점을 두고 반응해 주세요.
다섯째,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감정과 관련된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아이의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질문으로는 “이 그림을 보니 느낌이 어때?” “이 장면은 어떤 장면인 것 같아?” “주인공은 어떤 기분일까?” “왜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혹시 너도 그런 기분이 들은 적이 있니? 자세히 얘기해줄래?” 등이 있습니다.
책 1.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찾기 <무서운 게 너무 많아>
아이들은 무서워하는 게 많습니다. 이 책의 아이도 크고 괴상한 소리가 나는 것들, 초록색이나 파란색의 이상한 것들을 무서워합니다. 무서운 걸 다 합하면 산처럼 클 것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다행히 무서운 걸 이겨 내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캄캄한 밤에는 멋진 잠옷을 입거나 무서운 늑대가 나오는 책을 읽을 때는 몸을 흔들며 춤을 춥니다.
주인공이 무서움을 이겨 내는 것을 보며 아이와 함께 무서움을 이겨 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면지에 구멍이 뚫려 있어 재미를 더하는 그림책입니다.
책 2. 싫다가도 좋아지는 마음 <동생이 미운 걸 어떡해>
엘모어는 엄마, 아빠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자신보다 동생에게 관심을 주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동생은 엘모어를 하루 종일 귀찮게 해 괴롭습니다. 엘모어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첫째가 동생에게 느끼는 질투, 시기 등의 감정 변화를 유쾌한 글과 톡톡 튀는 콜라주 기법으로 풀어냈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가족 간에 서운한 점, 누군가에게 섭섭하거나 미운 마음이 들 때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감정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좋으면서도 미울 수 있고 싫다가도 좋아질 수도 있음을 이야기해 주세요.
책 3. 어른도 무서운 게 있어 <치과 가는 길>
5층에 있는 치과에 가기 위해 아이가 앞장서고 아빠가 뒤따릅니다. 아이는 씩씩한데 아빠는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치과의 환자들은 새파랗게 질려 있네요. 치과 분위기도 으스스합니다.
이 작품은 치과 진료에 대한 인물의 두려움과 치과에 가기 전과 진료를 받고 난 후의 인물의 심리 변화 등이 곳곳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양육자인 어른 또한 겁날 수 있고 무서움이 있다는 걸 이야기 나누기 좋습니다.
양육자는 여러 가지 일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이 양육에 있어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육자 아이 관계의 질입니다. 감정 민감성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여줍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며 마음을 나누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