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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운선 Jul 29. 2024

관계를 살리는 대화의 기술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말 vs관계를 살리는 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나 “부드러운 대답은 분노를 멈추게 하고 사나운 말은 노여움을 불러일으킨다”라는 격언은 말 표현을 중시하는 말입니다.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애정과 결속력이 생길 수도 있고 분노와 적대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많은 이는 내가 “쿵”하고 말하면 상대가 “짝”하고 알아듣기를 바라지만 사람마다 생각과 입장이 모두 달라서 내 뜻과 다르게 소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현을 부적절하게 해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특히 양육자가 아이의 길잡이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원활한 소통이 중요한데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지요.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훈육을 위해 평가, 비판, 설교, 훈계, 명령의 말을 자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아이의 욕구를 인정하지 않고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를 전하는 말이어서 아이는 상처 입게 되는데요. 오늘은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말과 관계를 살리는 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말     


명령지시하기: “당장 하지 못해!”

이 메시지는 아이의 감정이나 욕구는 중요하지 않으며 양육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양육자가 아이의 판단이나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지요. 아이는 양육자의 말에 따르면서도 불만을 지닌 채 따르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통할지 몰라도 아이가 커나갈수록 반항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경고위협하기: “말 안 들으면 장난감 안 사줄 거야!”

이런 말은 아이가 겁을 먹고 순종하게 만들어 당장 상황은 해결하게 할지 몰라도 명령과 지시처럼 아이에게 적대감과 분노를 일으키게 합니다. 양육자가 아이의 소망이나 욕구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전달하는 말입니다.     


심문캐묻기: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어안 했어?”

이런 식의 표현은 아이에게 양육자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의심한다고 느끼게 합니다. 아이를 궁지에 몰아넣고 추궁하거나 비난하는 말로 이어지기 쉬운 말이죠. 아이가 양육자의 질문 의도를 모를 때는 겁을 먹게 되고 위축감과 수치심 등을 커지게 하는 말입니다.     


비교하기: “옆집 애는 공부도 잘한다는데…….”

비교하는 말은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며 양육자에게 반발심을 갖도록 합니다. 특히 “네 형은 안 그랬는데, 넌 누구 닮아 그러니?”처럼 형제 사이를 비교하는 경우 양육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형제 사이도 멀어지게 합니다.     


분석진단하기: “너 관심 끌려고 그러는 거지네 속이 다 보인다.”

양육자가 아이를 분석하고 진단하여 넘겨짚는 말도 아이에게는 위협적으로 들립니다. 분석이 정확하다면 속을 들킨 것 같아 수치스럽고 분석이 틀렸으면 억울한 마음이 들면서 양육자에게 불만이 생기게 하지요.     


이 외에 욕설이나 비아냥, 망신 주기 등의 말도 관계를 해칩니다. “너는 항상 그러니?”처럼 “항상, 늘. 매일”같은 빈도 부사는 아이에게 반발심을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많은 양육자님이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사용하곤 하는데요. 양육자의 의도와 다르게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표현입니다. 양육자와 아이 사이에 벽을 놓게 되는 말들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관계를 살리는 말     


판단보다는 관찰한 사실을 말하기

- “너는 종일 휴대전화만 보는구나!”→양육자의 판단(×)

- “30분째 휴대전화로 유튜브만 보는구나.”→관찰한 사실(○)     


나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로 인한 감정을 표현하기

- “네가 말을 안 들으니까 엄마가 화를 내는 거지!”→상대를 탓하며 내가 화내는 것을 정당화시키기(×)

- “엄마는 ○○이가 동생과 잘 놀았으면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속상해.”→“나의 좌절된 욕구를 인식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내 요구를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 “너는 걸핏하면 울기부터 하니? 뚝 그치지 못해!”→아이를 비난하면서 명령하기(×)

- “네가 갑자기 우니까(사실) 엄마가 걱정돼(감정).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말해 볼래?”(요구)(○)

나의 요구를 아이에게 표현할 때는 아이가 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수준으로 하되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좋습니다.     


그림책에서도 “소통”은 자주 다루는 주제인데요. 오늘은 소통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세 권을 살피며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서로에 대해 편견 없이 소통하기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에릭 바튀 저|김영신 역|빨간콩)>의 한 장면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의 거미와 코끼리는 생긴 것도, 생각도, 원하는 것도 다릅니다. 거미는 코끼리를 먹어 치우려고 하고 코끼리는 모든 상황을 자신의 기분대로만 받아들이죠. 과연 둘은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거미와 코끼리는 사바다 사막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갑니다. 감정을 나누며 “함께 놀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되죠.      


결국 둘은 친구가 되는데요. 소통의 오류가 있었음에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욕구에 솔직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경계와 편견 없이 대했기 때문입니다. 에릭 바튀는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그림으로 관계에 대한 철학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표현했습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긍정하는 마음으로 소통하기

<임금님의 이사(보탄 야스요시 저|김영순 역|문학과지성사)>의 한 장면

<임금님의 이사>에서 임금님은 상냥한 성격이지만 수줍음이 많고 말솜씨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배려하고 걱정하여 건넨 말들은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소통은 점점 어긋나 엉뚱한 결과를 낳는데요.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벌어지는 일들은 역설적으로 모두를 행복한 결말에 다다르게 합니다. 무엇이 이들을 행복한 결말로 이끌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서로를 배려하고 긍정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보탄 야스요시는 말보다 중요하고 앞서는 가치가 배려와 긍정의 마음이라는 것을 정교한 그림과 선명한 색채로 산뜻하게 그려 냈습니다.     


자기 자신과 소통하기

<나(조수경 저|한솔수북)>의 한 장면

<나>는 어린이인 나와 어른이 된 나의 소통을 담고 있습니다. 공부에 지친 어린 나는 미래의 어른이 된 나를 만나 조금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진짜 내 얼굴을 몰라 괴로워하는 어른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동심을 회복하며 힘을 얻는데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파란 선은 아이를 억압하거나 보호하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하고 현재와 미래의 “나”를 연결해 주는 끈 같기도 합니다.     


이 책의 “나”는 현재의 “나”가 미래와 과거의 “나”와 소통하며 서로의 존재를 깨닫고 현재를 위로하며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2018년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어린이책 프로페셔널 부분 대상과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에서 대상 수상작입니다.     


“소통(疏通)”은 “막힌 것을 뚫는다”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언어 습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 자신에 대한 이해 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은 한 번에 바뀌기가 힘들고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막상 상황이 되면 배운 대로 못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하고 공부해야 하는 능력입니다. 서로서로가 “소통”하는 관계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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