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을 알고 양육하기
“아무거나 괜찮아” vs “이거 아니면 싫어” vs “글쎄……”
한 부모에게 태어난 형제•자매라 해도 잠이 들면 아침까지 푹 자는 아이가 있는 반면 작은 소리에도 여러 번 깨는 아이가 있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가 있는 반면 새 친구와 금방 사귀는 아이도 있죠. 왜 그럴까요? 이러한 차이는 많은 경우 ‘기질’이 달라서입니다.
‘기질’은 주로 부모의 유전에 의해 결정된 생물학적 요소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성격 형성에, 단기적으로는 양육자의 양육 태도와 애착에 영향을 미치는 타고난 성품이죠. 이러한 기질에 대해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네 가지입니다.
▶기질의 특성
1. 모든 아이는 다른 기질을 갖고 태어납니다. 어떤 아이는 아빠가 비행기를 태워주면 신나지만 어떤 아이는 무서워합니다. 이런 반응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이죠.
2. 기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는 자주 나타내는 감정과 일관된 행동 양식입니다. 지능이 아이의 인지적인 측면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기질은 아이의 감정 반응과 행동에 관련이 있습니다.
3. 불편한 상태일수록 기질은 잘 드러납니다. 낯선 상황, 배고픔이나 추위 등 변화와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다르게 반응합니다. 그때 기질이 더 잘 드러납니다.
4. 기질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기질은 꾸준한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부모가 원하는 만큼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일부는 유전이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기질을 파악하여 있는 그대로의 아이 모습을 인정하며 그에 적합한 양육을 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Thomas&Chess가 제시한 세 가지 유형의 기질을 알아보고 자녀 양육의 지혜와 함께 관련 그림책을 살펴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의 기질과 양육 팁
Thomas&Chess(뉴욕종단연구팀)는 141명의 영아를 대상으로 관찰과 면접, 심리검사를 통해 영아의 기질을 크게 순한 아기(easy, 40%), 까다로운 아기(difficult, 10%), 느린 아기(slow to warm up, 15%)로 분류했습니다. 그 외에 35% 정도의 영아는 세 유형으로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첫 번째, 순한 기질
순한 아이는 잠을 잘 자고 혼자서도 잘 놀며 낯선 이에게도 비교적 잘 다가갑니다. 자신과 다른 주장도 설명해 주면 잘 받아들이고 울 때도 달래면 쉽게 울음을 그치죠. 부모는 아이가 순해서 양육하기 편하지만, 아이는 갈등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상대에게 양보하기도 하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양육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순종하는 경향도 있어 자신의 욕구나 주장을 잘 펴지 못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이런 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슬픔과 분노가 쌓일 수 있습니다.
*양육 팁 : 아이의 욕구를 주장하도록 도와주기(“솔직하게 말해줄래?”), 아이가 매번 양보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참는 것은 아닌지 살피기(“친구가 네 장난감을 가져가는 게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아이의 자기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화가 나서 말하기 싫었구나”), 순종을 강요하지 않기 등.
*그림책으로 이야기 나눠요!
<그건 내 조끼야>의 생쥐는 엄마가 떠 준 멋진 조끼를 자랑하러 나갑니다. 그러나 오리, 코끼리 등 친구가 조끼를 입어보는 바람에 조끼는 망가져 버리죠. 생쥐는 결국 입지 못하게 된 조끼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보며 내가 생쥐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대를 배려하거나 부탁을 거절 못 해 곤란을 겪은 적은 없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두 번째, 까다로운 기질
까다로운 아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이나 울음, 행동으로 분명하게 표현하죠. 순한 아기와 달리 잠자기, 먹기 등이 불규칙하고 새로운 환경에 강한 반항을 보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으로 “하지마”라고 금지하거나 통제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죠. 아이의 주장이 강해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만 까다로운 아이 때문에 부모는 지치기도 합니다.
*양육 팁 : 아이가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미리 안내하기(“비누가 눈에 들어가지 않게 엄마가 도와줄 거야”), 두 가지 이상의 대안을 제시하여 아이가 선택하게 하기(“이 그림책 중 어느 책을 읽어줄까?”), 자극이나 변화는 조금씩, 천천히 주기(“오늘은 이 만큼만 해볼까?”),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아이의 욕구를 들어주기, 활동적으로 놀 수 있는 안전한 환경 제공하기, 규칙적인 걸 강조하기보다 융통성 있게 일과 운영하기 등.
*그림책으로 이야기 나눠요!
<모두 다 싫어!>의 주인공은 생일이지만 마음이 복잡합니다. 까탈스럽게 “싫다”는 말을 반복하며 변덕을 부립니다. 과연 생일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요? 대담한 그림과 거침없는 글은 아이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는데요.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며 자녀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세 번째, 느린 기질
반응이 느린 아이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불안이 높고 자주 움츠러듭니다. 자극에 대한 반응도 까다로운 아이처럼 자지러지게 울기보다는 다른 쪽을 바라보거나 약간 짜증을 내는 식이죠. 순한 아이에 비해 적응이 느리고 까다로운 아기에 비해 부정적인 반응을 소극적으로 표현합니다. 크게 요구하는 것도 없고 행동도 느린 편이에요.
하지만 느린 기질의 아이는 성취 의욕이 낮거나 운동신경이 둔한 것은 아닙니다. 반응과 적응에 신중한 것이죠.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기질을 인정하고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성급한 마음에 아이를 재촉하다 보면 아이는 주눅이 들어 적응이 더 힘들고 더디게 됩니다.
*양육 팁 : 아이의 수줍음이나 두려움을 인정하여 불안감을 최소화하기(“그네가 무섭구나. 엄마가 떨어지지 않게 잡아 줄게”), 아이에게 선택권과 주도권 주기(“네가 놀고 싶은 장난감을 가져올래?”), 답답하더라도 재촉하지 않고 충분히 기다려주기(“천천히 해도 돼”), 잘못된 행동을 바로 훈육하기보다 아이가 상황에 적응하면 훈육하기. 반복적인 경험으로 익숙하게 하기,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기 등.
*그림책으로 이야기 나눠요!
<괜찮아, 천천히 도마뱀>의 도마뱀은 무엇이든 천천히 합니다. 그래서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친구를 도와줄 시간도 많죠. 할 일을 미리 해야 하는 작은 새에게 꽃차를 대접하고, 힘도 화도 많은 코끼리의 화를 달래기도 합니다. 도마뱀의 ‘느림’의 미덕을 한껏 살려주는 다정한 문장과 따뜻한 그림은 ‘느려서’ 스트레스받거나 속상한 경험이 있는 아이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저마다 개성이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가 자신만의 속도와 가치가 있음을 확인해 보세요.
부모가 자녀의 기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질을 완전히 바꿀 수도 없죠.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기질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양육을 한다면 어떤 기질의 아이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