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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읽기와 “글” 읽기는 달라요

책을 혼자 읽는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요?

by 신운선

“6세 남아인데요. 글자를 일찍 깨우친 편이라 글 밥이 적은 그림책의 글자는 대부분 아는 편입니다. 그런데 혼자 읽으려고 하지 않고 자꾸 읽어달라고만 해요.”


“글자를 알면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서라도 혼자 읽게 하는 게 좋을까요?”

부모는 아이가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 어느 시점에서 부모가 읽어주기를 멈추고 아이 혼자 읽게 해야 할지 궁금해합니다.


아이가 더듬더듬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 아이 혼자 읽게 하는 게 읽기 능력 발달에 더 좋은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시기에 아이 혼자 책을 읽게 놓아두면 아이는 책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글자 읽기’와 ‘글 읽기’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리 내어 읽기”를 해 보세요

아이가 소리 내어 글을 읽을 때 한 자 한 자 읽는다면 글자를 읽는 것이고 의미 단위로 끊어 읽는다면 글을 읽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곰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라는 문장을 아이가 “곰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라고 끊어 읽는다면 의미를 이해하면서 읽는 것입니다. “곰/곰/이/는/고/개/를/끄/덕/이/며/말/했/어/요”라고 읽는다면 글자는 알지만 문장의 의미 파악은 제대로 못하고 읽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아이 혼자 읽는 것보다 부모가 읽어주는 게 내용 이해가 잘 되어 재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무조건 읽어주는 게 좋습니다.


어떤 아이는 읽기가 능숙해도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정서적인 이유 때문에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내가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부족하게 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아이는 6~7세가 되면서 유아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발달하면서 옷을 입고 벗기가 익숙해지고 자전거 타기 등의 민첩한 운동이 가능해집니다. 이때의 운동능력은 자율성과 자존감을 획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시기 아이는 네모꼴과 세모꼴을 구분하거나 토끼와 고양이는 동물이고 꽃과 나무는 식물이라는 유목화 개념을 깨닫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옆얼굴을 그리면서도 눈은 두 개를 그리거나 사과를 먹은 아이를 그리면서 뱃속에 사과를 그려 넣는 등 관념적 심상으로 그림을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아이는 성장하면서 점차 눈에 보이는 실재 세계를 그리게 됩니다.


이 시기 아이는 언어 기능, 청각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과 공간 지각력을 담당하는 두정엽이 빠르게 발달합니다. 아는 단어 수가 많아지고 언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폭발하므로 본격적인 읽기나 쓰기 훈련을 시작하기 좋은 때입니다. 그렇다고 학습을 강조하면 책 읽기가 부담스럽고 지루한 것이 되므로 아이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한 독서활동을 해야 합니다.


책을 혼자 읽는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요?

책 읽어주기가 힘들다고, 혹은 아이가 글을 잘 읽는다고 착각하여 아이 혼자 읽게 하면 아이는 전체 내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글자를 읽는 데만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의 경우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읽는 것도 중요한데, 그러한 것을 놓칠 수도 있지요.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엄마(아빠), 나 혼자 읽을게요!”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읽어주는 게 좋습니다. 그것이 아이의 정서적인 측면이나 인지적인 측면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때 책은 아이의 흥미와 발달 등을 고려하여 선택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책 <나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

나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png <나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매기 허칭스 글|제스 랙클리프트 그림|풀빛)>의 한 장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읽고 또 읽는 책이 있습니다. 매일 엄마나 아빠에게 읽어 달라고 조르는 책도 있고 소유 개념이 생기면서 “내 책이야” 하면서 애착하는 책이 생기기도 하지요.


<나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의 화자는 책입니다. 책은 “나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 비록 6쪽은 바닷바람에 휙 날아가 버렸고, 10쪽은 목욕탕에 퐁 빠져 버렸고, 4쪽은 개가 잘근잘근 씹어 버렸지만, 너는 내 안의 모든 말을 다 기억하고 있지”라면서 자신을 너무나 좋아하는 귀여운 독자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독자가 좋아하는 책은 <오즈의 마법사>인데요.


우리 아이는 어떤 책을 좋아하나요? 아이가 아끼는 책 한 권, 좋아하고 반복하여 읽는 책 한 권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이갈이의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경험하기 <모든 이빨 연구소>

모든 이빨 연구소.png <모든 이빨 연구소(육월식 저|씨드북)>의 한 장면

일반적으로 아이는 6~12세 사이에 유치가 빠집니다. 이때 아이는 겁을 먹기도 하고 치과에 가는 걸 싫어하기도 하는데요. <모든 이빨 연구소>는 전 세계 아이들의 빠진 유치로 에너지를 만들고 동물들의 이빨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그곳에 주현이는 자신의 잃어버린 앞니를 찾으러 가는데요. 과연 앞니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많은 나라가 이갈이와 관련된 풍습이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유치를 베개 밑에 두고 잠을 자면 이빨 요정이 나타나 이를 가져가고 용돈을 두고 간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빠진 유치를 침대 밑에 두면 생쥐가 이를 가져가고 작은 선물을 준다고 하고요. 몽골에서는 헌 이를 개가 가져가야 새 이가 튼튼하게 자란다고 믿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뺀 이를 지붕 위로 던지면 까치가 헌 이를 가져가고 새 이를 가져다준다고 하죠.


이갈이는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 거치는 통과의례 중 하나입니다. 아이는 그 경험이 당황스럽고 두려울 수 있는데요. 주현이의 모험은 이갈이의 두려움을 흥미로운 모험과 즐거움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가방을 열 때 시작되는 이야기 <가방을 열면>

가방을 열면.png <가방을 열면(이영림 저|봄봄출판사)>의 한 장면

아빠와 함께 유치원에 가는 준우는 가방을 꼭 안고 있습니다. 준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위층 아줌마도, 유치원 가는 길에 만난 친구 도하네 아빠도,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가방이 있네요. 그 가방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방을 열면>은 페이퍼 커팅으로 가방을 열어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준우가 마주치는 모든 이의 가방에는 필요한 물건만 있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꿈이 담겨 있습니다. 가방을 열면 글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아이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면서 가방을 갖게 됩니다. 그 가방에 무엇을 담으면 좋을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다른 사람의 가방에 담긴 마음을 상상해 보세요. 서울국제도서전 2024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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